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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징 포엠]

먼지를 위하여

클로징포엠-7호.JPG

넘어져 본 사람은 알지요 
쉽사리 넘어지지 않고
어느 날은 홍지문 성벽의 돌 틈에서 
또 어느 날은 창틀의 열쇠구멍에서 
그 작은 잠자리를 지키기 위해 
흐트러지지 않고 꼭 뭉쳐있는 먼지들의 마음 
들여다본 사람은 알지요 
우리 고단한 몸을 눕힐 때
어딘가 정착하지 못해 창틈으로라도 들어오려 
밤새 울먹이는 바람의 소리
들어본 사람이라면 알지요
굳은살 하나 뿌리박을 여유도 없지만
이 세상 버려지는 것들, 
이름 없는 상처끼리 서로 매만지며
마침내 하얗게 덩어리가 될 때까지 손 마주잡아
돌아서는 사람들의 아픔까지 담아 
또 어디론가 
먼 수행을 떠나는 먼지들의 오체투지
넘어져 본 사람은 알지요

시 | 오형석
신춘문예와 문예지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습니다. 공동시집으로 《백악이 기억하는 시간》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