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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갈피]

울고 있는 사람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한결같이 울고 있는 사람을 나는 안다
어릴 적 그는 나에게 많은 말을 들려주었다
엄마도 없고, 같이 놀 형제도 없던 나는
태어난 곳에서 쓰던 말을
울음주머니처럼 달고 서울로 이사를 왔다
학교가 배고프게 끝나면 울음주머니를 혼자 꽥꽥 누르며
그가 엎드려 있는 곳으로 찾아가서는
그를 깨워 이야기를 나누고는 했다

노을이 내 잠바 주머니 어디쯤에 스며들기 전에
나는 돌아오곤 했는데
그가 늘 품고 있던 조약돌 한 개씩을 주워
아직 아무도 귀가하지 않은 집으로 돌아왔다
그때 내 주머니에 쌓아두던 돌들은
밥도 되었고, 장난감도 되었고, 크고 환한 집이 되기도 했다
아버지가 묻히던 날, 무덤에다 하나를 넣어 드렸고
결혼하는 누나가 떠나갈 때에는
돌멩이보다 더 무거운 울음을 묻혀
그에게 다시 힘껏 던져주었다

슬픔만큼 한결같은 게 어디 있을까,
여전히 울고 있는 사람이
먼 시간을 돌아온 지금
내 앞에 웅크리고 있다
오늘은 돌멩이 대신 햇살을 한 줌 집어 그에게 던져 준다
그가 나를 알아볼지는 몰라도
지금 여기, 울고 있는 사람을
나는 어릴 때부터 강이라고 불렀다

시 | 오형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