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 카페人  
아틀리에
커피로 그린 세상

가을을 그리다

무제

커피를 찍어 가을을 그립니다.
가을은
고요히 엎드리는 시간입니다.

그 무성하던 여름의 언어는
이제 부질없는 허물이
되어버렸습니다.

 

무제

폭포처럼 쏟아내던
푸르른 아우성들

목구멍까지 치솟던
무수히 뜨거운 것들

하나, 둘 모두
벗어던지고

 

무제

가을은
가난한 순례자의 영혼으로
서라합니다.

벌거숭이 몸뚱이로
적나라히
빈들 바람을
맞으라 합니다.

 

무제

순리란
그런 것입니다.

 

무제

버석거리는
시간들 앞에서
도리 없이 묵묵히
낮아지는 것입니다.

 

무제

저 맨 바닥까지
낮아지지 않고서는

새로움도
고여들 수 없다는 걸,

 

무제

영혼의 껍질까지
벌거벗지 않고서는

새로이
옷 입을 수도 없다는 걸,

 

무제

가을은
인간에게 순리를 일깨우는
스승입니다.

글, 그림 | 유사랑
유사랑 님은 <중앙일보>, <전자신문> 등 다수 신문사에서 그림을 그렸습니다. 현재 <인천일보> 시사만평가, CCA(커피비평가협회) 문화예술 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블로그 : http://blog.naver.com/youliebe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