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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여행]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가우디의 건축 혼을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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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15시간을 날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도착했다. 이곳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Basilica de la Sagrada Familia)을 보기 위해서였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건축가 이름인 ‘가우디(Antoni Gaudi) 성당’으로도 불린다. 가우디는 1883년 책임건축가가 되어 아르누보 적인 디자인으로 4개의 탑을 세웠다. 그리고 기둥 아래 부분을 집 모양으로 만들어 그리스도에 대한 이야기를 세밀하게 담아내었다. ‘Basilica de la Sagrada Familia’는 ‘성(聖) 가족성당’이라는 뜻이다. 가우디는 모든 조각과 탑의 조형물에서 ‘가족’을 보여주고 의미를 담아내고 싶어 했다. 

성당을 처음 보고는 그 위용에 놀라 입이 절로 벌어졌다. 어마어마한 규모와 화려한 조각들로 무엇부터 봐야할지 몰랐다. 성가족 성당에 대한 재미있는 포인트는 3가지다. 성가족 성당의 외관은 ‘예수의 탄생, 영광, 수난’의 3가지 파사드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가 보통 가우디 성당이라고 보는 정면부분은 ‘예수의 탄생’을 조각한 곳이다. 이곳이 가우디가 직접 건축한 부분이기도 하다. 마리아가 예수를 잉태할 것이라는 예언을 조각한 것을 시작으로 예수의 탄생과 유년시절의 모습들이 정교하게 새겨져 있다. 가우디는 이 조각상의 얼굴을 모두 같이 일하는 조각가들의 얼굴로 만들었다. 그래서 그가 죽은 후 조각가들은 정작 가우디의 얼굴은 없는 것이 안타까워 왼편 조각의 마지막 성자의 모습에 가우디의 얼굴을 새겨 넣었다고 한다. 이게 성가족 성당에서 찾아야 할 첫 번째 미션이다.

성당의 뒤쪽 서편의 ‘영광’과 동쪽 뒤편의 ‘수난’의 파사드는 다른 건축가들이 이어받아 건축하고 있다. 실제로 매번 가우디가 작업한 정면의 모습만 봐왔던 터라 다른 면이 있는지 알지 못했다. 가우디 성당의 다른 면을 보는 것이 바로 두 번째 재미 포인트이다. 
그런데 ‘영광, 수난’의 면은 가우디가 설계한 ‘예수의 탄생’과 너무나 다른 느낌이라 약간 놀라기도 했다. 특히, ‘수난’의 면은 얼굴 형체가 명확하지 않고 추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예수를 압송해간 군인의 모습은 <스타워즈> 다스베이더의 모습과 완전 흡사했다. 실제, 가우디가 건축한 카사바트요의 한 조각상을 보고 <스타워즈>의 다스베이더가 탄생했다고 한다. 우리가 알던 가우디 성당 조각상에 스타워즈 주인공이 새겨져 있다니…

1882년부터 짓기 시작해 아직도 공사를 하고 있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가우디가 세상을 떠난 지 100주기가 되는 2026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고 한다. 미완의 건축물이지만, 너무나도 많이 것이 담겨있어 그림으로는 도저히 다 담아 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도 미완인 상태로 남았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성당이 완공되었을 때 그림을 완성하러 다시 바르셀로나에 가는 것이다. 위대한 가우디를 다시 만나기 위해.

그림, 글 | 배은정
배은정 님은 방송국에서 일하고 있으며 여행지에서 그림을 그리는 게 취미입니다. 사진보다 그림으로 아름다운 순간을 남기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