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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는 이야기] 거장을 엿보다 ①

르누아르 | 고흐

그림을 봅니다. 구도, 배경, 색상 등을 꼼꼼히 들여다보다 그림 속 주인공은 누구인지, 배경은 언제 어디인지, 화가는 누구인지 궁금해졌습니다. 거장들의 작품을 바라보는 것을 너머 따라 그려보기로 했습니다. 붓 터치를 할 때마다 그들의 숨결이 느껴지는 듯합니다. 이번호부터 <그리는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

아름다움은 계속된다 _  르누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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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 그린 작품 : 오귀스트 르누아르(Pierre-Auguste Renoir; 1841-1919)의 <소녀>

이 작품은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소녀>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예쁘게 단장하고 외출을 기다리는 소녀의 설레는 모습이 르누아르 특유의 색감으로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르누아르의 그림을 보면 마치 햇빛을 쬔 이불처럼 보송보송한 느낌입니다. 몽롱하게 기분 좋은 하루가 시작 될 것만 같은 그의 그림은 개성 있는 붓터치와 색감 때문인데요. 그는 유화의 성질을 잘 이해하고 자신만의 색감을 화풍에 옮겼습니다. 색감을 다양하게 섞어서 마르지 않은 유화를 덧칠함으로써 특유의 파스텔톤 효과를 낸 것이죠. 포근한 색과 부드러운 붓의 터치는 시선을 분산시키고 뿌옇지만, 얼굴과 주변은 담백한 선의 라인이 디테일을 주고 있습니다.

르누아르는 일찍이 도자기 공장에서 도자기에 그림 그리는 일을 했습니다. 미술학자들은 르누아르가 색채를 익히는데 이곳에서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을 거라 말합니다. 또한 그는 모네, 바지위, 세잔, 기요맹 등 인상파 운동을 지향한 작가들과 어울렸습니다. 1881년 이탈리아 여행을 하던 르누아르는 라파엘로의 그림과 폼페이 벽화에서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 영향으로 그의 화풍도 전성기를 맞게 됩니다.

하지만 르누아르는 관절염으로 고생하기 시작했고 말년에는 류머티즘성 관절염으로 휠체어에 의지해 붓을 손가락에 묶고 그려야 할 정도로 증세가 심해졌습니다. 병이 깊어진 후의 작품은 투박한 색감이기는 하지만 그런 작품조차도 오늘날엔 명화로 꼽힌답니다.

불멸의 화가 _ 고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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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 그린 작품: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86-1888)의 <아를르의 포룸 광장의 카페 테라스>

프랑스 아를르의 포름 광장에는 많은 예술가들이 모여 시간을 보내곤 하던 카페 테라스가 있습니다. 아름다운 조명과 밤하늘의 빛나는 별들은 화가들에게 영감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먼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항상 술에 취해 있었고, 많은 가게에서 외상을 지고 쫓겨나기를 반복했던, 비렁뱅이로밖에 보이지 않았던 고흐였습니다.

화폭에 담긴 아름다운 작품과는 다르게 그는 비극적인 삶을 살았습니다. 우울증과 알코올 중독은 심했고, 자신의 귀를 자르는 행위로 정신병원에 입원하기도 했습니다. 항상 취해있었던 그는 아름다운 카페 테라스에서 어떤 걸 생각하고, 무엇을 느꼈을까요?

<아를르의 포름 광장의 카페 테라스>는 포근한 노란색 조명과, 차가운 파란색의 건물들이 대비를 이루고 있습니다. 밤하늘의 별은 고흐 특유의 터치감들이 돋보여 생동감이 느껴집니다. 그의 대표적인 작품들에는 전체적으로 블루와 네이비의 차가운 색 조합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고흐의 그림은 차갑다는 느낌보다 따스한 느낌을 많이 주는데요. 그 이유는 결이 있는 붓 터치와 옐로우 계열을 섞어서 시각적인 따듯함을 연출했기 때문이죠.

작품과 반대로 그의 삶은 고독과, 우울함, 그리고 비극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의 정신병적 모습은 주변 사람들까지 지치게 할 만큼 심했습니다. 차가운 색으로 자신의 괴로움을 표현하고 싶었지만, 어쩌면 그는 자신이 원했던 포근하고 안정적인 모습을 무의식으로 표현한 건 아닐까요?

글, 그림 |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