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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 여행] 몽쉘미셀(Mont St. Michel)

천사를 만나러 가는 신비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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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안개가 어스름한 시각 파리에서 차로 4시간은 달린 뒤 눈을 떠 보니, 천상의 세상에 와 있었다. 한적한 바닷가 외딴 섬 하나. 정말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그 곳에 있었다.

몽쉘미셀은 프랑스 코탕탱반도 남쪽 연안에 있는 화강암질의 작은 바위산으로 섬 전체가 수도원으로 되어 있다. 708년 대천사 미카엘이 오베르 대주교의 꿈에 나타나 바위산 꼭대기에 예배당을 지으라고 한 것이 탄생비화이다. 수도원은 노르망디공 리처드 1세가 966년에 지은 베네딕투스회 수사들의 수도장으로서, 그 이후 수세기에 걸쳐 증·개축되었다. 때론 성지 순례지가 되기도 하고 백년전쟁이후에 포로수용소가 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다시 수도원으로 재 역할을 찾았다고 한다.

몽쉘미셀은 섬과 바다가 전체로 유네스코에 등재되었을 만큼 아름다웠다. 물길 밖은 인간의 영역이요, 물길 안은 신의 영역이었다. 아침 안개가 내려 앉은 바닷길을 따라 몽쉘미셀로 들어가니 마치 신들의 세상으로 들어가는 것 만 같았다. 몽쉘미셀은 그 자체로 몽환적이고 신비로웠다.

제일 높은 곳에 있다는 동쪽 성당을 찾아 좁은 돌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달그락 달그락 소리를 내는 돌바닥이 이 산을 조심히 오르라고 말을 해주는 것 같았다. 드디어 동쪽 성당 제일 꼭대기 저 멀리, 하늘과 가장 가까운 곳에 솟아 있는 조각상을 찾았다. 미카엘상이었다. 금방이라도 하늘로 오를 것 같은 동상을 올려다보며 이곳에 이렇게 아름다운 수도원을 짓게 해주어 고맙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미카엘상을 보게 되면 그 사랑이 이뤄진다고 하니 힘들어도 연인의 손을 잡고 그곳에 올라야 하는 이유가 있는 듯 하다.

인간이 만들긴 했지만, 신의 영역이 공존하는 그곳에는 매일 바닷길이 열리는 찰라의 시간 동안 신들의 영역에 닿고 싶은 인간들의 소망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그림, 글 | 배은정
배은정 님은 방송국에서 일하고 있으며 여행지에서 그림을 그리는 게 취미입니다. 사진보다 그림으로 아름다운 순간을 남기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