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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갈피]

반성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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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 번도 
저 나뭇가지 꼭대기만큼도 올라가 본 적은 없었지, 그랬지
올라갈 생각도 하지 않았더랬지
내가 앉아 본 적도 없는 저 나뭇가지의
높이에서
감들은 익어가고 있다
 

감을 따려
장대를 들고 나뭇가지를 들쑤셔본다
손만 닿으면 내 것이라고 여겼던 것들이
한두 개가 아니었지, 그렇지
감이 익어가는 동안
내 안으로는 제대로 익어가는 것도 없으면서
저만큼의 높이도 가보려 하지 않았으면서
나는 왜
세상이 너무 멀다고만 했는가
 

쉽게 따지지 않는 감나무 아래에서
호기롭게 쳐들고만 있어 뻐근한 고개를 
떨구어 본다
파란 감잎이 더 딱딱해지는 동안
붉은 시간 안에 든 열매는 
더 연하게, 농익어가겠지, 그렇겠지

시 | 오형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