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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갈피]

점층법

 

마음 여린 나는
찻잔이 되고
찻잔이 되어 더 마음 여린
사람들의 깊은 한숨을 받아낼 테니

 

너그럽게 마음 쓰는 당신은
찻잔 받침이 되고
찻잔 받침이 되어
사람들의 한숨이 눈물로 바뀌어 흘러도

 

한 줌의 눈물이라고 말하지 않게
더 너그러운 이들이
손수건을 꺼내 닦아줄 수 있게
당신은 넓은 받침이 되어

 

시냇물을 보면서도
눈물샘을 떠올리는 사람이 있다면,
강물 같은 슬픔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깊은 한숨을 받을 수 있는
나는 더 넓은 대야가 되어
당신이 받아낸 따뜻한 눈물로 가득 채워
슬픔을 흐느끼는 사람의 얼굴을 씻어줄 수 있다면

 

시 | 오형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