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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징 포엠]

뒷마당 유전(流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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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자전거 놓여있는 뒷마당 화단으로 어둑어둑 허기가 밀려온다
한때 힘차게 굴러가던 바큇살, 바람의 균형을 아슬아슬 끌어올려 깔깔한 풀들의 버팀목을 놓는다 우물이 있던 자리에 하현이 길게 하품을 풀어놓았다 한 됫박의 희망쯤 길어올려야 할 텐데... 풀들 사이로 이따금씩 바람이 딸꾹질을 했다 지붕에 고여 있던 저녁이 도둑고양이처럼 녹슨 자전거 페달을 밟고 내려온다 나무의자가 하현을 불러내려 땀을 닦아주는지 안개가 무릎에 차올랐다 버려진 것들이 모여 집터를 지키고 있는 뒷마당,
숨결이, 김칫독처럼 묻혀있는,
돌아 나오면 세간들에 식솔들의 목소리가 아직 묻어있는 듯하다 깨진 유리병과 깡통들이 뒹굴며 엮어내는 마찰음이 억척스럽게 삶을 붙들고 있다 모두들 어디로 갔을까, 버려진 것들의 상처가 세상을 환하게 비추고 있는 동안 흉터 투성이 세탁기가 달빛을 풀어 세상을 담금질한다

시 | 오형석
신춘문예와 문예지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습니다. 공동시집으로 《백악이 기억하는 시간》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