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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갈피]

家族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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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람을 따라왔다. 무언가 부르는 소리에 이끌려 운동화를 신고 바람을 따라왔다. 바람이 엎드린 곳을 따라 누웠다. 홍지문 돌 틈 사이에 누워있을 때, 어린 시절 찾던 별을 보았다. 아버지도 빛이 났고, 어머니는 침울한 신음소리를 내며 내게 자리를 비키라고 했다. 형은 나에게 발길질을 했다. 다시 눈을 떴을 땐 모두가 사라지면서 홍지문에도 어둠이 따라 들어왔다. 무언가를 기억한다는 것은 아름다움일까, 환멸일까. 오래된 기억의 틈 사이에도 길이 있다는 것을 보았다. 언제쯤이면 모든 기억을 잃어버릴 수 있을까, 잃어버릴 수나 있을까. 바람이 나를 따라오고, 나는 길을 걸으며 운다. 잠이 오지 않으면 이 길을 다시 돌아오리라. 내가 언젠가 누울 곳을 미리 찾아보는 사이, 돌 틈에는 이미 아버지가 누워있고, 어머니는 아직도 신음소리를 내고 있다. 몇 십 년 세월에 꼼짝 않고 박혀있는 홍지문 돌들을 만져본다. 몇 십 년 세월에도 꼼짝 않고 웅크리고있는 기억들을 만져본다. 사라지지도 않고 만질수록 윤기만 더하는 그 돌덩어리 같은 기억들 사이, 낡은 봉분처럼 쌓여 있는 먼지가 나는 무섭다. 

시 | 오형석
신춘문예와 문예지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습니다. 공동시집으로 《백악이 기억하는 시간》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