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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나서는 사람들을 위한 송가(頌歌)

산티아고 길노래

무제

올해 인기 방송 프로그램이었던 <스페인 하숙>을 계기로 산티아고 순례길이 새삼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많은 한국인들이 그 길을 다녀왔고,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지만 그 길의 깊은 의미를 담아낸 책은 드물어 아쉬웠습니다.

이 책은 ‘유인혁’이라는 필명으로, 1990년대를 풍미했고 지금도 즐겨불리는 노래 <바위처럼>을 작곡한 안석희 작가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떠오른 노랫말과 그가 만든 노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프랑스 남부 생장부터 스페인 산티아고까지 800km 순례길. 작가는 40일 동안 이 길을 걸으며 지난 세월의 아픈 기억을 내려놓게 했고, 길에서 만난 사람들과 새로운 추억을 쌓았습니다. 그 여정에서 노랫말이 떠올랐고, 그가 예전에 만든 노래도 새로운 의미를 더했습니다. 루이 암스트롱, 존 레논, 존 바에즈, 레너드 코헨, 밥 말리의 노래도 든든한 벗이 되었습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 그는 길을 걸으며 매일 노래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피레네산맥을 넘던 날 내려놓습니다. 찬찬히 자신을 돌아보려던 것도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냥 걸었고, 그냥 길에 자신을 맡겼습니다. 노랫말이 떠오르면 메모를 했고, 길에서 만난 풍경과 기념물 앞에서 익숙했던 노래를 흥얼거렸습니다. 친구를 사귈 생각은 없었지만 계속 마주친 인연이 친구를 만들어주기도 했지요. 친구들 앞에서 기타를 치며 예전에 만든 노래를 부르곤 했습니다. 한국 노랫말이었지만 ‘길 친구’들에게 충분히 그 울림이 전달되었습니다.

모든 게 자연스러웠습니다. 작가는 그냥, 그렇게 “걷는다는 행위만으로 풀려나가는 것이 있음”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어떤 것을 만나든 ‘안녕!’ 하며 잘 맞이하고 잘 헤어질 수 있는 근육을 키웠지요.

무제

“버거운 일들은 이제 ‘안녕’이다. 물론, 다시 그런 일이 온다 해도 또 가볍게 ‘안녕’ 하고 맞이하리라.”

작가는 순례길 동료들과 키웠던 우정을 떠올리며 길을 나서는 사람들에 따뜻한 말을 전합니다.

“여기까지 먼 길을 걸어오며 내 안의 아픔들을 하나씩 떠올리고 풀어낸 것처럼 당신들도 그렇게 자유로워지기를 간절히 바랐다.”

​작가는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을 통해 길을 걷는 일이 개인의 아픔을 만나는 것뿐만 아니라 그 땅, 그 사회의 아픔을 치유하는 길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한반도 DMZ에 산티아고 순례길 같은 평화와 화해 치유의 길이 만들어지길 바라는 이유입니다. 또한 상상이 현실이 되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모든 세대들에게 길노래의 울림이 전해지길 기대합니다. 걷는다는 건 풀어지고 가벼워지고 열리는 것. 《산티아고 길노래》는 길을 나서는 사람들을 위한 송가(頌歌)입니다.

“부엔 까미노(Buen Cam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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