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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잔 스토리텔링
[카드스토리] 커피프렌드 ③ - 초콜릿

달콤한 기억, 연결의 묘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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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잘 어울리는 식품으로 초콜릿이 빠질 수 없습니다. 흑갈색계열로 색깔도 비슷하고, 커버춰초콜릿(couveture chocolate)을 녹이며 기다리는 시간은 커피를 내릴 때처럼 무념의 세계로 이끌곤 하지요. 한입에 쏙 들어가는 프랄린과 커피를 곁들이면 환상적인 궁합에 탄성을 자아내기도 합니다. 쌉쌀하고 달콤하고... 우리네 인생과 닮지 않았나요? 커피의 친구, 이번 순서는 초콜릿입니다.

1. 어린 시절, 이런 기억

‘나도 그랬는데’ 하며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

“처음 며칠은 그저 눈으로만 맛을 보았다. 그러다가 도저히 참을 수 없어지면 한쪽 귀퉁이의 포장지를 보일락 말락 조금만 벗겨 내서는 한 입만 살짝 베어 먹었다... 찰리는 6페니짜리 초콜릿 선물을 한 달에 걸쳐 아껴 먹었다.”

_ 로알드 달(Roald Dahl), 《찰리와 초콜릿 공장》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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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을 영화화한 <찰리와 초콜릿공장> 포스터

 

2. 신의 음식

초콜릿은 처음엔 음료였다. 고대 중앙아메리카의 마야인들이 처음으로 마시기 시작했다.

원료인 카카오빈은 화폐(토끼 1마리 10개, 노예 1명 100개)로 통용될 정도로 귀중한 존재였다.

마야인들은 카카오빈을 갈아서 만든 음료를 ‘신의 음식’으로 신성하게 여겨 특별한 날에만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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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빈을 든 아즈텍 상인 인형. by Lawrence of Arabia, wikimedia (CC BY-SA)

 

3. ‘쓴 물’ 쇼콜라틀

마야문명에 속한 멕시코 남부 인디오들은 카카오빈을 으깨고 짜낸 음료 ‘쇼칼라틀(xocalatl)’을 마셨다. 바닐라, 칠리 등 향신료를 섞어 쓰고 매운 맛이었다.

쇼칼라틀은 ‘쓴 물(bitter water)’이라는 뜻으로 초콜릿(chocolate) 단어의 원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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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빈

4. 콜롬버스와 코르테스

15세기 말 신대륙을 발견한 콜롬버스가 카카오빈을 왕에게 바쳤지만

사용법을 몰라 큰 관심을 얻지 못했다.

16세기 초 아스텍 제국을 정복한 에르난 코르테스가

유럽에 초콜릿 음료(쇼칼라틀)를 소개한 뒤로 귀족들에게 신비한 음료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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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난 코르테스

 

5. 스페인을 떠나 유럽 전역으로

초콜릿은 100년 가까이 스페인만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다 1615년 프랑스 루이 13세와 스페인 왕 펠리페 3세의 딸, 안 도트리슈와의 결혼을 계기로 초콜릿(음료)는 프랑스에 전해진다.

1617년 파리에 초콜릿(음료) 가게가 문을 연다. 가격이 비싸 귀족들만의 전유물이었지만 유럽 전역으로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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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중반 스위스 화가 장 에티엔 리오타르의 <초콜릿을 나르는 소녀>

 

6. 고형 초콜릿의 탄생

음료로 이용되던 초콜릿은 1828년 중대한 전환점을 맞는다. 고형 초콜릿의 탄생이다.

네덜란드 화학자 반호텐(van Houten)이 카카오빈을 압착해 카카오버터와 카카오매스(카카오파우더)로 분리하는 데 성공한 것.

카카오매스를 분쇄해 설탕과 우유를 섞으면 코코아(핫초코), 카카오매스와 카카오버터, 설탕을 섞어 굳히면 고형 초콜릿(커버춰초콜릿)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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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카카오 퍼센트

초콜릿은 사용재료에 따라 다크초콜릿(카카오버터, 카카오매스, 설탕), 밀크초콜릿(카카오버터, 카카오매스, 설탕, 분유), 화이트초콜릿(카카오버터, 설탕, 분유)로 구분된다.

카카오버터, 카카오매스의 함유비율이 카카오 퍼센트.

카카오 50%는 이들 재료가 50%라는 의미이고, 고급초콜릿의 기준점이다.

공산품 초콜릿은 대부분 20% 미만이거나 카카오매스만으로 만든 이미테이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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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광택의 비밀은 탬퍼링

초콜릿은 다양한 양과자 재료로 많이 활용된다.

이럴 때 커버춰초콜릿을 약한 불에서 서서히 녹이는 탬퍼링(tempering)이 필수적이다.

이후 주걱에 묻혀 아랫입술에 댔을 때 차갑게 느껴지는 정도(약 30도 전후)까지 식힌다.

이 과정을 거치면 초콜릿은 또 다른 모습으로 변신한다. 식감은 더욱 부드러워지고 표면이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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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초콜릿 강국, 벨기에

벨기에는 국가산업으로 여겨질 만큼 초콜릿 강국이다.

세계적으로 초콜릿 종사자가 가장 많고, 초콜릿의 대명사 프랄린(praline)의 고향이다.

프랄린은 한입 크기로 설탕과 혼합된 넛트 반죽이나 다양한 내용물을 초콜릿으로 감싼 벨기에식 초콜릿. 프랑스어로는 봉봉(bonb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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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랄린

 

10. 고디바 부인의 전설

11세기 영국 코벤트리 지방의 레오프릭 영주의 아내 고디바는 백성들을 위해 세금인하를 요청했다. 알몸으로 말을 타고 마을을 돌면 청을 들어주겠다고 하자 그녀는 벌거벗은 몸으로 말에 올랐다.

1926년 벨기에 초콜리티어 조셉 드랍스(Joseph Draps)가 이를 브랜드 심볼로 삼는다.

세계적인 초콜릿 브랜드, 고디바(GODIVA)의 탄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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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디바 부인의 전설을 그린 존 콜리어(John Collier; 1850-1934)의 <레이디 고디바(1897)>.

 

11. 연결의 묘약

줄리엣 비노쉬가 초콜리티어(chocolatier)로 출연한 영화 <초콜릿>.

주인공 비앙이 한 마을에 이주해 초콜릿 가게를 열자 보수적 신앙으로 경직되었던 마을엔 변화의 바람이 분다. 이를 두려워한 마을 시장이 그녀를 추방하려고 했지만 실패한다.

그녀의 초콜릿이 어느덧 사람과 사람을 연결했기 때문이다. 달콤한 그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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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초콜릿> 포스터

 

* 참고문헌: 고영주. 《초콜릿학교》. 문학동네(2009)

위키피디아(https://ko.wikipedia.org/wiki/초콜릿)

 

글. <카페인>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