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잔 속 ‘루비’에 빠진 날
처음엔 장미꽃차인 줄 알았습니다. 유리 잔 속에 루비 빛깔이 창연했습니다. 새콤한 맛과 은은한 꽃 향이 살며시 입과 코를 쓰다듬는 듯했습니다. 10여 년 전 히비스커스 차를 처음 마셨던 기억입니다. 알고 보니 이에 얽힌 이야기도 많더군요.
1. 앤디워홀의 그림공장
‘팝 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1928-1987)은 상품, 유명인, 캐릭터 등을 실크 스크린 기법으로 그렸습니다.
그렸다기보다는 원본 그림을 본떠서 그림공장에서 찍어냈습니다.
그의 작업실 이름도 ‘팩토리(factory)’였습니다.
2. 24억 원에 낙찰된 <꽃들>
엔디워홀이 1964년 선보인 <꽃들(Flowers)> 시리즈는 강렬한 색상으로 시선을 끄는 꽃문양을 모티프로 합니다.
2008년 우리나라에서 열린 미술품경매에서 <꽃들> 작품 중 하나가 무려 24억 원에 낙찰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림 속 꽃은 무슨 꽃인가?’
3. 하와이 무궁화
그 주인공은 히비스커스.
하와이 무궁화(Hawaiian Hibiscus), 중국 장미, ‘열대 꽃의 여왕’으로 불립니다.
우리나라 국화인 무궁화와 생김새가 비슷합니다.
무궁화의 학명은 ‘히비스커스 시리아커스(Hibiscus syriacus)’.
두 꽃은 한 가문인 셈입니다.
4. ‘새로운 사랑’
히비스커스는 홍색, 자홍색, 적색, 황색, 오렌지색, 백색 등으로 색깔이 다양합니다.
빨간 꽃잎을 우려냈을 때의 루비 빛깔이 유혹적입니다.
‘섬세한 아름다움’이라는 꽃말에 어울립니다.
적당한 온도가 유지되면 피었다 졌다, 연중 꽃을 피웁니다.
또 다른 꽃말, ‘새로운 사랑’이 이해되네요.
5. 피로회복, 항산화 효과
피로회복 효과가 뛰어나 스포츠드링크 원료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항산화 물질도 많아 피부미용, 노화방지에도 좋습니다.
꽃잎을 말려 그대로 차로 마시거나 다른 차와 블렌딩하기도 합니다.
특유의 새콤한 맛 때문에 아이스음료로 마시면 청량감을 한층 더 느끼게 합니다.
6. 하와이의 상징
하와이 무궁화로 불리는 만큼 히비스커스는 미국 하와이 주에서는 각별한 존재이죠.
하와이 주는 1988년 노란색 히비스커스를 공식 주화(州花)로 선포했습니다.
하와이의 상징인 훌라춤에서 무희들이 머리와 귀 사이에 주로 꽂는 꽃이 히비스커스입니다.
7. 알로하 셔츠의 문양
히비스커스는 하와이의 대중적인 옷인 알로하 셔츠(aloha shirt)의 대표적인 문양이기도 합니다. 1936년 중국계 미국인 엘러리 천(Ellery Chun)이 스포츠웨어 상표로 등록하면서 공식적인 이름을 얻었죠. 알로하 셔츠는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고, 리조트 웨어의 대명사로 자리 잡습니다.
8. 영화 <디센던트>
알로하 셔츠는 하와이를 상징하는 배경과도 같습니다.
영화 <디센던트(Descendant)>에서도 조지 클루니가 알로하 셔츠를 입고 등장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그가 언제 알로하 셔츠를 입고 나오는지 헤아려 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하네요.
9. 하와이 역사
하와이는 오아후, 하와이, 마우이, 카우아이, 라나이, 몰로카이, 니하우, 카훌라웨 등의 섬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남태평양 섬에 살던 폴리네시아 민족이 5세기경 태평양을 종단해 하와이에 도착하면서 하와이의 역사는 시작됩니다.
하와이가 외부 세계에 알려진 건 1778년 영국의 제임스 쿡 선장이 하와이에 발자국을 남기면서부터입니다.
10. 그의 발자국 이후
제임스 쿡의 소식은 북미, 유럽으로 퍼졌고, 1820년대 포경어선들의 전진기지가 되었습니다. 미국 동부 지역의 선교사들도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19세기 중반 이후엔 세계적인 사탕수수 재배지가 되었죠. 외지 농장주들은 부족한 노동력을 메우기 위해 아시아 노동자를 대거 받아들였습니다. 1990년경 원주민 비율은 15%에 불과했고, 아시아인은 75%에 달했습니다.
11. ‘우리를 합병해 달라’
1894년 외지 농장주들이 중심이 되어 하와이 왕조를 전복하고 미국에 하와이를 합병시켜줄 것을 요구합니다. 미국 정부는 1898년 하와이와의 합병을 승인했지만 정식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하와이가 미국의 50번째 주로 공식 편입된 건 그로부터 61년이 흐른 1959년입니다.
어떤가요? 히비스커스를 마시는 느낌이 좀 다른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