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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볶는 마을
[커피 로드] 커피가 지나간 자리 ⑦ _ 아시아(3)

인도차이나 커피와 공정무역 커피

[커피로드] 커피가 지나간 자리⑥ _ 아시아(2) |

커피로드 아시아편이 이어집니다. 이번에는 인도차이나 반도의 베트남, 라오스, 태국, 미안먀 그리고 네팔, 동티모르로 가봅니다. 먼저 베트남은 세게 2위 커피생산 대국입니다. 2020년 기준으로 170만 톤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세계 2위 커피생산국, 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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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한 커피농장


- 베트남은 언제부터 커피를 생산했나요?
1860년대 프랑스 선교사들이 인도네시아 자바섬과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라 동쪽에 있는 프랑스령 레위니옹(부르봉)섬의 아라비카 나무를 베트남 통킹(Tonking; 북부 하노이 지역 일대) 지역에 심은 게 베트남 커피의 시작입니다. 1884년 프랑스 식민지가 되면서 수출을 위해 커피나무가 본격 재배됩니다.
베트남 커피는 병충해에 강하고 지대가 낮은 곳에서 자라 재배하기 편한 로부스타 품종이 주류였습니다. 이 품종은 향미가 좋다는 아라비카에 비해 절반에 못 미치는 가격에 판매되었지요.  

- 기왕이면 질 좋은 커피를 만들어 비싸게 팔지, 왜 그랬을까요?
19세기 말 커피는 매우 비쌌고, 프랑스는 박리다매를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로부스타가 아라비카에 비해 맛이 떨어지지만 카페인을 2배 이상 함유해 각성효과가 높습니다. 더욱이 20세기 들어서면서 인스턴트커피의 탄생이 로부스타 재배 확산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인스턴트커피는 한 번 추출한 커피를, 다시 열을 가해 물을 모두 날려버려 가루로 만든 것입니다. 물만 넣으면 바로 마실 수 있죠. 향미가 없으니 설탕과 크림을 섞어 마십니다. 한마디로 인스턴트커피는 카페인의 강력한 힘만 있으면 되는 것이죠. 하지만 최근 베트남 커피도 품질을 고민하고 변하고 있습니다.  

-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향미를 즐기면서 고급 커피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베트남 정부가 아라비카 품종으로 커피나무를 바꾸는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왔습니다. 다국적 커피기업들이 베트남에 진출해 커피문화를 바꾼 것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를 기회로 자국 커피 브랜드가 성장한 것이죠. ‘콩카페’, ‘더커피하우스’, ‘하이랜드커피’ 등 베트남 토종 커피전문점들이 결코 스타벅스에 밀리지 않았습니다. 호주계 커피전문점 ‘글로리아 진스’, 싱가포르의 ‘뉴욕디저트커피(NYDC)’는 10년을 버티지 못하고 각각 2017년과 2016년에 철수했습니다.  

- 베트남에 가면 어디서, 어떻게 커피를 즐기는 게 좋을까요.
아침에 길거리에서 파는 쌀국수를 먹고, 대부분 그 옆에서 제공하는 길거리 연유 커피를 즐겨보세요. 베트남어로 ‘카페 쓰어 다(ca phe sua da)’인데, 강하고 쓴 맛의 로부스타 커피를 연유가 부드럽게 감싸줍니다. 코코넛밀크 스무디를 올려주는 ‘카페 두아(ca phe dua)’, 커피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카페 다(ca phe da)’ 에스프레소에 연유를 섞어 달콤 쌉싸름한 맛이 돋보이는 연유 라떼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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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길거리 연유 커피

라오스, 태국, 미얀마 커피

- 베트남과 가장 많은 면적이 붙어 있는 나라가 라오스인데요. 라오스 커피는 어떤가요.
베트남처럼 프랑스가 1893년 라오스를 식민지배하는 과정에서 커피나무도 전해졌습니다. 산지는 남부 참파삭주 해발 1260m에 펼쳐진 반경 100km 규모의 볼라벤 고원(Bolaven Plateau)에 집중돼 있습니다. 베트남과 달리 높은 지역에서 자라는 아라비카 품종이 대부분입니다.
한국인이 직접 운영하는 커피농장도 여럿입니다. 대체로 선교 목적으로 가서 주민 자립을 위해 커피 농장을 꾸린 것이죠. 커피가 잘 자라는 천혜의 환경이니 커피 농사를 짓도록 하고, 생산된 커피를 한국으로 수출해 수입을 올립니다.
라오스 커피는 고지대에서 나오는 아라비카의 면모를 잘 갖추고 있습니다. 재배와 가공기술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다만 바다가 없어 태국의 항구를 이용해 수출되는 바람에 물류비 부담을 갖고 있지요.  

- 태국 이야기가 나왔는데, 태국 커피는 널리 알려져 있는 듯합니다.
태국은 식민 지배를 경험하지 않았지요. 아시아의 커피재배 서구 열강의 식민지 루트에 따라 전파됐는데, 태국은 예외입니다.
태국이 커피나무를 심은 계기는 이채롭습니다. 양귀비 재배로 악명 높던 골든 트라이앵글(Golden Triangle)를 아는 분이 많을 것입니다. 태국, 라오스, 미얀마가 접경을 이루는 곳입니다. 한 때 세계의 마약이 이곳에서 나왔지요. 국제사회가 마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UN이 나서 1972년 빈곤한 농가에 커피나무 70주를 10달러에 보급했습니다. 양귀비를 대체하도록 유도한 것이지요. 
 

Golden_Triangle_main_wikimedia, by Zuanzuanfuwa (CC-BY).png
골든 트라이앵글 지역. wikimedia, by Zuanzuanfuwa (CC-BY)


- 마약 재배지를 없애기 위해 커피나무가 동원됐던 것이군요.
1991년에는 태국 국왕이 나서 ‘로얄프로젝트재단’을 설립해 커피재배 교육 및 지도사업을 펼쳤습니다. 2007년 민간비영리단체(NPO)로 도이창 커피농장이 설립돼 커피생두의 가공과 유통을 도왔습니다. 태국 커피는 대부분 북부 치앙라이주에 있는 도이창(Doi Chaang)에서 생산됩니다. ‘코끼리 산’이라는 의미의 지명답게 해발 1200~1550m의 거대한 고산지대죠.  

- 인도차이나 반도에 있는 또 다른 나라, 미얀마로 넘어가보겠습니다.
미얀마는 세 차례에 걸친 영국과의 전쟁에서 패배하면서 1885년 영국의 식민지가 되었습니다. 이때 영국 선교사들이 커피를 전했는데, 커피를 본격적으로 재배한 때는 1930년경입니다. 선교사들이 미얀마의 샨(Shan) 주와 핀울린(Pyin u Lwin) 지역으로 들어가 아라비카 품종(인도의 티피카 품종) 재배법을 알렸지요. 아라비카 종(60%)은 북쪽 고지대(샨, 친, 카친, 카야, 사가잉, 만달레이), 로부스타 품종(40%)은 남쪽 저지대(바고, 아예야와디, 카잉)에서 생산됩니다.
현재 미얀마는 군부 쿠데타로 인한 내전 상태인데요. 예전부터 주요 8개 민족이 각각 독립을 요구하고 있고, 이에 따라 난민이 많이 발생했습니다. 난민들이 자립을 위해 커피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국제사회가 관심을 보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사단법인 사람예술학교(대표 권태훈)가 선진 커피재배 및 관리법을 전하며 이곳에서 생산한 커피로 맹글라바 커피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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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맹글라바커피(사람예술학교 홈페이지)

공정무역으로 알려진 네팔, 동티모르 커피

- 미얀마 커피는 네팔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는데요.
네팔에 커피나무가 심어진 건 1939년경입니다. 얼마 되지 않았죠. 히라 기리(Hira Giri)라는 승려가 미얀마에서 커피씨앗을 가져와 굴미(Gulmi) 지역에 심으면서 퍼진 것으로 전해집니다. 처음부터 농장을 조성한 게 아니라 길, 동네 어귀 등에 심었습니다. 1970년대부터 소규모 농장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네팔 커피는 공정무역 커피로 우리나라에 알려졌습니다. 2006년 ‘아름다운가게’가 네팔 신두팔촉 마을의 커피를 공정무역으로 수입해 ‘히말라야의 선물’이라는 이름으로 출시했습니다. 우리나라 첫 공정무역 커피 사례이죠.  

- 공정무역 커피하면 동티모르 커피도 떠오르네요.
동티모르의 커피는 재배라기보다 밀림이나 산 속에 있는 커피열매를 채집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동티모르 커피가 유기농 커피로 알려진 배경입니다. 한국 YMCA 활동가들에 의해 공정무역으로 수입되기 시작했습니다.
동티모르에 커피나무가 자생한 건 아니고, 200여 년 전 포르투갈이 동티모르를 지배하는 과정에서 커피가 이식되었습니다. 서(西)티모르를 지배하던 네덜란드로부터 전해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커피를 재배하는 농장이 없는데도 커피를 수출하는 나라’라는 사실이 동티모르의 어려운 형편을 보여줍니다. 산지 적응을 위해 교배를 하거나 품종개량을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동티모르 커피는 세상에 남은 몇 안 되는 자연 그대로의 커피입니다. 인위적인 재배를 하지 않고 야생의 것을 수확하기 때문에 200년 전 품종 그대로의 맛을 간직한 커피로 관심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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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티모르 커피산지(카페티모르 홈페이지)

(다음에 계속)

글. 커피비평가협회(www.ccacoff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