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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볶는 마을
[커피로드] 커피가 지나간 자리⑥ _ 아시아(2)

인도네시아 만델링과 루왁 커피

아시아의 커피 대국, 인도네시아로 넘어가봅니다. 인도네시아는 1만 8,000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모두 커피를 재배할 수 있는 기후(열대, 아열대)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 만큼 다양한 커피가 생산됩니다.  

1696년 자바섬에 커피나무 재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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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네시아는 커피를 언제부터 재배했나요?
커피는 서구 열강의 식민지 루트를 따라 세계로 퍼져나갔는데요. 네덜란드는 1630년대 자바섬의 바타비아를 점령한 이후 거의 350년간 인도네시아를 지배했습니다. 인도네시아를 식민지배한 네덜란드에 의해 1696년 커피나무가 바티비아(지금의 자카르타)에서 재배되기 시작합니다. 이곳에서 난 커피를 '자바 커피'로 불립니다. 1711년에는 커피를 처음으로 수출까지 하기에 이릅니다. 커피로 큰돈을 벌자 네덜란드는 자카르타 뿐 아니라 재배지를 더 확산하지요. 예멘에서 생산한 커피와 섞어 유럽에 팔면서 ‘모카자바’라는 최초의 블렌딩 커피가 탄생하기도 했습니다. 

- 팝송 <I love coffee I love tea> 가사에도 ‘Java’가 있던데, 이 노래 속의 커피가 인도네시아 커피였군요. 또 어떤 게 있나요?
커피애호가라면 ‘만델링 커피’라고 들어봤을 겁니다. 수마트라 섬 북쪽 끝 아체(Ache) 지역을 중심으로 생산되는 커피입니다. 만델링은 당시 커피를 재배하던 종족의 이름입니다. 이곳은 수확철에 비가 많이 내리는 곳이라 농부들은 커피건조에 애를 먹었고, 파치먼트(씨앗을 둘러싸고 있는 노란색 껍질)를 벗겨서 말리면 더욱 빨리 말리 수 있다는 것을 깨우쳤습니다.
만델링은 묵직한 바디감, 쓴맛과 단맛의 조화, 다크 초콜릿의 풍미를 가진, 남성미 넘치는 커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특유의 흙내음도 좋습니다. 여담으로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로 자바(java)가 있는데, 이를 개발한 개발자들이 자바 커피를 애호가여서 자바커피에서 이름을 땄다고 합니다.  

-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선박들이 아시아의 해양을 누리던 17세기에는 우리와도 인연이 있지요. 제주도에 표류한 하멜이 네덜란드사람이었잖아요.
그렇습니다. 하멜이 제주도에 표류한 때는 1653년이었습니다. 혼자가 아니라 36명이 그것도 13년간 살다가 고향으로 돌아갔습니다. 이들이 바로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선박의 선원들입니다.  

- 그렇다면, 우리나라도 이때 커피를 만났을 가능성이 있겠네요?
하멜이 탄 선박은 마땅히 커피를 실어 나르는 일도 했을 겁니다. 네덜란드는 이미 커피를 가지고 있었거든요. 하멜이 탄 배는 일본의 나가사키를 가던 길이었지요. 당시 도쿠가와 막부가 나가사키의 데지마섬을 네덜란드에게 내 줘서 두 나라는 소통이 활발할 때였습니다. 일본이 이 점을 들어 우리나라보다 커피의 역사가 길게는 200년이나 앞선다고 주장하는데, 사실이 아닙니다.  

- 흔히 일본이 우리보다 커피 역사가 앞서고, 우리는 일본에서 커피를 배웠다고 알려져 있지 않나요?
그렇게 알려져 있지만 이 또한 식민사관이라 봅니다. 기록으로 따지면 우리나라는 일본과 비슷한 19세기 후반에 커피를 접했습니다. 우리는 일본에게 커피를 배운 것이 아닙니다. 나중에 일본 커피의 역사를 별도로 다뤄 알아보겠습니다. 

‘루왁의 눈물’

- 인도네시아하면 루왁커피도 유명하지요. 이것은 지역과는 상관이 없는 것이지요. 동물의 배설물에서 채집한다는 이 커피가 도대체 얼마나 맛이 있기에 동물학대 논란 속에서도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것인지.
루왁은 인도네시아어로 긴꼬리 사향고향이를 말합니다. 루왁커피가 특출나게 맛있다고 할 순 없겠습니다. 맛이 다른 것일 뿐입니다. 양이 많지 않다보니 희소성 때문에 비싸게 팔리는 것이고, 이채로운 사연 때문에 사람들이 맛을 보려고 몰리다보니 몸값이 치솟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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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왁커피는 누구의 아이디였을까요?

인도네시아 원주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네덜란드가 한 톨 남김없이 커피를 톡톡 털어가자. 커피의 효능에 빠지기 시작한 인도네시아 사람들로서는 입맛만 다실 뿐이었죠. 수확이 끝난 후 남아 있는 찾아 산속을 헤매나다 배설물에 섞여 있는 커피 생두를 발견했고, 이를 물에 씻어 볶아 마셨더니 부드럽고 맛이 좋았던 겁니다.  

- 루왁커피는 왜 맛이 부드러운 건가요?
동물의 소화기관을 거치면서, 일정의 숙성과정을 거쳤기 때문입니다. 동물이 섭취한 다른 과일들이 함께 어우러져 소화되면서 복합미를 얻게 됐다는 이야기까지 덧붙여지면 몸값이 더 올랐죠.  

- 물량이 달리다 보니 코끼리까지 가세해 루왁커피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요?
코끼리가 한 번 배설하는 양이면 큰 산에서 채집한 루왁커피의 양과 맞먹습니다. 그야말로 루왁커피 대량생산인 셈인데 ‘아이보리커피’로 불리며 루왁커피보다 더 비싸게 팔립니다. 루왁과 아이보리는 맛이 좀 다릅니다. 서로 다른 소화기관을 거치기도 하지만 코끼리는 커피열매를 겉껍질까지 통째로 먹고, 루왁은 껍질을 발라내고 씨앗안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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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루왁커피에 대한 인식도 분명히 달라지고 있습니다. 불매운동도 벌어지고 있고요.
2007년 영화 <버킷 리스트>에서 루왁커피가 언급된 이후 세계적으로 그 궁금증 때문에 소비가 급증했습니다. 하지만 쇠창살에 가두고 키우는 동물 학대 논란으로 거부 운동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루왁커피가 사치나 과시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되겠죠.
(다음에 계속)

글. 커피비평가협회(www.ccacoff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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