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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볶는 마을
[커피 로드] 커피가 지나간 자리 ④

보스턴에서 시작, 뉴욕에서 꽃피운 미국 커피

이번에는 유럽을 떠나 대서양 건너 미국으로 가봅니다. 미국에서 커피는 어떤 모습으로 발전할지 궁금해집니다.  

- 미국이 세계 최고의 커피 소비국이라고 하던데, 미국은 언제부터 커피를 마셨나요?
커피와 관련해 미국을 말할 때 “국가보다 커피가 먼저 있었던 나라”라고 합니다. 미국이 건국되기 전에 커피를 마셨다는 뜻이지요. 영국의 청교도인(102명)들을 태운 메이플라워호가 미국(케이프 코드, 오늘날 매사추세츠 플리머스)에 도착한 게 1620년입니다. 이보다 13년 앞서 미국의 제임스타운에 영국인들이 발을 내딛었습니다. 이 때문에 영국인들이 미국에 커피를 전했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 미국은 영국보다 빨리 커피를 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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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가 미국에 커피 전파

- 영국보다 미국에 먼저 커피가 전해졌다? 그럼 영국인들이 커피를 가져간 게 아니네요?
영국에 커피가 전해진 것은 1637년경이고, 메이플라워호 이주는 1620년입니다. 따라서 메이플라워호에 탄 영국인들은 커피를 만져보질 못했지요. 미국에 커피가 전해진 건 1625년경으로 추정됩니다. 영국보다 먼저 미국에 도착한 네덜란드인들 덕분입니다.  

- 그러고 보니 네덜란드가 영국보다 앞서 세계를 누볐죠.
네, 동인도 회사의 설립도 영국보다 빨랐고, 세계에서 처음으로 주식회사를 만든 나라지요. 지금의 뉴욕의 이름은 원래 ‘뉴암스테르담’이었습니다. 네덜란드 서인도회사가 1625년 맨해튼에 건설한 식민도시였습니다. 1664년 영국이 네덜란드와 전쟁에서 승리하면서 영국 식민지가 되어 이름이 바뀝니다.  

- 그럼 미국 최초의 커피하우스는 네덜란드가 건설한 도시, 뉴욕에서 탄생하나요?
1696년 뉴욕에서 ‘더 킹스 암스(The King’s arms)’라는 커피하우스가 문을 엽니다. 고유명사처럼 ‘왕을 상징하는 문장(紋章)’이라는 뜻입니다. 미국 최초의 커피하우스는 이보다 20여 년 앞서 보스턴에서 생깁니다.  

‘독립을 위해 차 대신 커피를!’

- 보스턴은 차 사건으로 유명한 곳이잖아요. 여기서 커피가요?
미국독립전쟁의 도화선이 된 보스턴 차 사건(Boston Tea Party)는 말 그대로 커피가 아니라 차(tea)로 인해 발생했지요. 아시다시피 영국이 차에 과도한 세금을 많이 부과하자 1773년 새뮤얼 애덤스가 이끄는 보스턴 시민들이 보스턴에 정박한 영국의 선박을 습격해 차를 모두 바다에 빠뜨렸던 사건입니다. 식민지배에 대한 저항운동으로 번지면서 영국의 차 대신 커피를 마시자는 운동이 일어났어요.  

- 그렇다면 지금의 보스턴은 어떤가요? 독립전쟁에 영향을 끼친 커피의 흔적이라던가, 보스턴만의 커피 문화가 있나요?
뉴욕 못지않게 스페셜티 커피 매장이 많이 있는데요. 조지 하웰 커피(George Howell Coffee)만큼은 꼭 들러보기를 권합니다. 여러분이 잘 아시는 프라푸치노가 탄생한 곳입니다. 프라페와 카푸치노의 합성어입니다. 카페라테에 얼음을 그냥 넣는 게 아니라, 블렌더에 우유와 얼음을 함께 넣고 잘게 부수어 내놓는 메뉴입니다. 이를 스타벅스가 상표권을 취득해 세계적인 음료로 알려진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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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 메뉴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아메리카노’는 어디서 어떻게 시작된 건가요?
항간에는 1차 세계대전 때 미군이 진한 에스프레소를 마시지 못하고 물을 타 마시는 것을 보고 업신여기는 마음에서 ‘아메리카 노(No)’라고 했다는 말이 퍼져 있지만, 이는 근거도 없고 잘못된 이야기입니다. 1차 세계대전 때는 에스프레소가 탄생(1945년)하기 전이고, 2차 세계대전이 끝나서야 에스프레소가 널리 퍼지기 시작했거든요. 아메리카노는 보스턴 차 사건 이후 저항운동의 하나로 차 대신 커피를 마시면서 차처럼 연하게 커피를 마신 데에서 유래한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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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뉴욕으로 넘어가보죠. ‘맨해튼의 커피’는 최신 커피 트렌드를 상징하는 말이라면서요?
그렇습니다. 뉴욕의 커피라고 하면, 곧 맨해튼(5개 자치구 중 하나)의 커피라 할 수 있죠. 내로라하는 커피 브랜드들이 망라돼 있습니다.  

- 뉴욕의 대표적인 커피전문점을 추천하신다면?
자그마한 카페에 바리스타 혼자 운영하는 보이저 에스프레소(Voyager Espresso), 바리스타가 바뀌면 제공하는 커피도 바뀌는 블루보틀(Blue Bottle), 라테아트로 유명한 조커피(Joe Coffee)를 권합니다. 흔히 알려진 브랜드의 커피전문점을 찾기보다 이름이 생소하더라도 들어가 보세요. 그런 모험이 있어야 최신 커피 유행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 들리면 좋을 곳으로, 차이나타운에 접한 카운터 컬처 커피(Counter Culture Coffee)를 추천합니다. 이곳은 커피전문점이 아니라 교육기관인데 사전 신청을 하면 다양한 산지의 드립 커피를 맛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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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계속)

글. 커피비평가협회(www.ccacoff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