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 카페人  
커피 볶는 마을
[커피로드] 커피가 지나간 자리 ③

‘페니 대학’ 영국 커피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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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섬나라 영국으로 가봅니다. 영국은 워낙 홍차가 대중화되어 커피가 가려져 있지만 커피는 영국에서도 뚜렷한 흔적을 남깁니다.  

- 커피가 처음부터 ‘커피’로 불린 게 아니라면서요?
1650년대 영국 귀족들의 토론모임인 ‘로타클럽(Rota Club)’의 일원인 헨리 브런트 경이 터키에서 카흐베(Kahve)라고 불리던 것을 커피(Coffee)라고 명명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한때 세계를 제패했던 나라답게 영국이 17세기 ‘검은 액체’에 지어준 커피(Coffee)라는 이름은 이후 보통명사로 굳어졌습니다. 참고로 프랑스에서는 ‘cafe’, 이탈리아에서는 ‘caffe’, 독일에서는 ‘kaffee’로 씁니다.  

- 그 전에는 커피를 어떻게 불렀는지.
커피의 고향, 에티오피아에서는 ‘분나, 번, 분컴, 분첨’ 등으로 불렸고, 아라비아 반도에서 커피는 ‘힘’을 뜻하는 카파(Kaffa), 과실주를 뜻하는 카와(Qahwa)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16세기 아라비아를 여행한 유럽인들은 커피를 ‘아라비아 와인’이라 칭했습니다.  

옥스퍼드대학에서 시작된 영국 커피 

- 그렇다면 영국에는 언제, 어떻게 커피가 전해졌나요?
옥스퍼드대학에서 시작됩니다. 1096년 십자군전쟁 때 이곳에서 강의했던 기록이 남아있을 정도로 영어권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입니다. 여기에 1637년 그리스 크레타 섬에서 유학 온 학자가 커피를 가져왔다고 전해집니다. 이어 1650년에는 옥스퍼드대학에 유대인 야곱이 영국 최초의 커피하우스를 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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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런던의 커피하우스

- 인류를 각성시킨다는 커피가 지성의 전당에서 시작됐다는 게 의미가 있네요.
밤새워 공부하는 교수나 학생에게 커피는 매우 요긴한 음료였을 겁니다. 커피하우스에서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강의시간에 쫓기던 학생이나 교수는 새치기라도 하고 싶었을 것이고요. ‘신사의 나라’답게 이런 상황을 해결한 게 팁 문화입니다. 급한 사람이 팁을 내면 다른 사람들보다 빠르게 커피를 제공했습니다. 줄 서 있던 사람들도 이를 인정했고요. 팀 문화가 만들어진 거죠.  

- 보험회사도 커피하우스에서 시작되었다던데.
그렇습니다. 런던에 있는 세계적인 보험시장인 로이드(Lloyd’s)가 커피하우스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에드워드 로이드(Daniel Edwards)가 매일 커피를 끓여주던 시종인 파스카 로제(Pasqua Rosee)를 후원해 1652년 동명의 커피하우스를 열도록 했습니다. 1688년에는 로이드도 템즈 강변에 ‘로이드 커피하우스’를 열고 보험업을 했습니다. 보험의 태동이죠.  

- 영국에도 커피가 남긴 에피소드가 많네요.
더욱이 1674년에는 ‘커피를 반대하는 여성들의 청원서’가 런던 시에 접수되기도 했습니다. 남자들이 가정은 돌보지 않고 커피하우스에서 노닥거린다는 불만이 표출된 거죠. 더욱 재밌는 건 청원서에 “커피는 금하되 맥주는 허용하라”는 문구가 있는 점입니다. 때문에 커피 장사를 시샘한 맥주집 주인의 투서라는 견해도 있지요.  

- 프랑스의 계몽운동처럼, 영국에서도 커피가 사회적 영향을 끼쳤나요?
영국에서는 17~18세기 커피하우스를 ‘페니 대학’이라고 했습니다. 커피 값으로 1페니만 내면 커피하우스에서 지식인들의 좋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1675년 찰스 2세가 “커피하우스가 불온사상을 퍼트린다”는 구실로 커피하우스 폐쇄령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민들의 거센 반방에 11일 만에 철회했고, 되레 커피하우스는 더욱 활성화됩니다.  

조앤 롤링과 ‘해리포터 커피’

- 이탈리아, 프랑스처럼 영국을 대표할 만한 커피가 있나요?
‘밀크 커피’를 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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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건 이탈리아어로 카페라테, 프랑스어 카페오레 아닌가요?
맞습니다. 차에 우유를 넣어 마시는 중국인들을 보고 유럽에서 커피에 우유를 섞어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1660년경 주중 네덜란드 대사 니우호프가 아이디어를 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홍차 문화의 영향으로 밀크커피는 영국에서 빠르게 대중화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영국을 대표하는 커피로 밀크커피를 세계에 알린 건 장편소설 《해리포터》였습니다.  

- 《해리포터》에 커피가 나오나요?
그건 아니고, 원작자인 조앤 롤링과 관계가 있습니다. 롤링은 포르투갈 기자와 결혼했다가 불화로 해어져 생후 4개월 딸을 홀로 키웠죠. 여동생이 사는 에든버러에 정착했는데 돈이 없어 아기에게 줄 우유까지 물에 섞어 먹일 정도였답니다.
발을 동동 구르는 엄마와 아기를 본 카페 주인이 자리를 내주고 우유와 커피를 주기 시작했습니다. 에든버러에 있는 ‘엘리펀트 하우스(The Elephant House)’입니다. 해리포터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지요. 안쓰러운 모녀를 돌봐준 이 카페는 조앤 롤링의 명성 덕에 영국을 대표하는 명소가 되었습니다. 영국에서 밀크커피는 곧 '해피포터 커피'로 통하게 된 배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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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대서양 건너 미국으로 넘어갑니다.)

글. 커피비평가협회(www.ccacoffee.co.kr)
[커피로드] 커피가 지나간 자리 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