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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볶는 마을
[커피로드] 커피가 지나간 자리 ②

프랑스에서 꽃피운 커피문화

[커피로드] 커피가 지나간 자리 ②

지난 <커피로드>에서는 이슬람음료인 커피가 이탈리아 베니스를 통해 유럽에 상륙하고, 이탈리아에서 꽃을 피운 이야기를 해봤습니다. 이번에는 커피라는 음료가 새로운 공간을 가리키는 이름으로 발전한 프랑스입니다. 프랑스어로 카페(café)는 커피와 공간을 모두 아우르는 단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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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탈리아 커피를 상징하는 에스프레소처럼 프랑스는 무슨 커피인가요?
프랑스에도 17세기 중반 마르세이유 항구를 통해 커피가 들어옵니다. 프랑스에서 유래한 커피로 ‘카페오레’를 들 수 있는데요. 커피에 우유를 섞은 것이죠. 이탈리아에서는 카페라테로 부릅니다. 하지만 맛은 좀 달라요. 카페라테가 에스프레소에 바로 우유를 섞는 것과 달리 프랑스 카페오레는 천으로 거른 커피에 우유를 넣어 좀 더 부드럽습니다. 

커피 여과추출법의 탄생

-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이 두 나라가 달랐던 듯합니다.
그렇습니다. 이탈리아는 고압으로 쥐어짜듯 커피를 빠르게 추출했다면 프랑스는 ‘빠름’보다는 와인문화에서 보듯 ‘맛과 품격’을 추구하는 귀족의 ‘고상함’이 반영된 거죠.

17세기 중반 프랑스 귀족들이 커피를 접했을 때는 물에 커피가루를 넣어 끓이는 터키시(turkish) 방식이었어요. 찌꺼기가 치아에 끼여 불편하기도 하고, 불쾌한 느낌도 들었을 테죠. 이를 ‘천에 커피가루를 넣어 끓여 내거가 우려내는 방식’으로 해결합니다. 커피의 역사에서 마침내 향미를 살린 ‘여과법’이 탄생한 순간이기도 합니다.  

- 진한 커피를 걸러내니 부드럽고 고상한 커피가 됐다는 건가요?
커피 찌꺼기가 물에 들어간 상태에서 쓴맛을 계속 우려내는 것을 막았으니까요. 밤새 코란을 읽느라 잠을 쫓기 위해 커피를 찾았던 이슬람교도들과 달리 프랑스에서 커피는 향미를 즐기는 기호음료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또한 프랑스에서 커피는 하나의 문화로 자자리매김했습니다. 후식 커피 문화가 시작된 곳이 프랑스입니다. 그전에는 음식과 별개로 약처럼 마셨거든요. 크루아상과 함께 카페오레를 마시는 모닝커피 문화, 딱딱한 바게트를 카페오레에 적셔 먹는, 즉 와인의 마리아주(酒)처럼 커피와 빵을 페어링한 문화의 시작도 프랑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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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어디에 가면 가장 프랑스다운 커피를 맛볼 수 있나요?
어느 카페든지 카페오레를 팔기에 프랑스식 커피를 즐기기 위해 발품을 들일 필요는 없을 듯합니다. 파리에서 커피기행은 오랜 역사를 지닌 카페를 기행하고, 그 카페를 통해 전해져 내려오는 유명 인물들의 이야기를 감상하는 게 좋을 듯해요.  

‘세상을 바꾼 사람들의 카페’

- 그럼 프랑스에서는 커피보다는 카페에 집중하라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프랑스대혁명의 도화선이 카페라는 시각도 있거든요. 17~18세기 프랑스의 카페는 출입에 신분제한이 없었고, 이곳에서 커피 한 잔 값으로 시민들은 지식인들의 연설을 접하고 각종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오늘날 인터넷 지식검색처럼 모든 정보는 카페를 통해 흘렀습니다.  

- 역사적인 프랑스 카페 몇 곳을 알려주신다면?
먼저 1686년 파리에 문을 열어 지금까지 330여 년째 영업을 하고 있는 ‘카페 드 프로코프(Cafe de Procope)’ 들 수 있습니다. 거울, 촛대, 대리석 등 화려한 유럽 카페의 원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계몽주의 시대 볼테르, 루소, 디드로 등 많은 철학자들이 글을 쓰고 커피를 나누며 대중을 만나 사회의 부조리에 대한 각성을 불러일으킨 곳이기도 합니다.
이곳에 가신다면 아이스커피를 의미하는 ‘카페 글라세(Cafe glace)’를 주문해 마시며 각성을 경험해 보시는 게 어떨까 하네요. 이곳에서 나폴레옹의 자취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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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폴레옹도 커피를 좋아했나요?
나폴레옹이 가난한 포병장교 시설 돈이 없어 모자를 맡기고 커피를 마셨는데, 찾아 가지 못한 모자가 2층으로 올라가는 길에 전시돼 있습니다. 커피를 마셔야 침대에서 일어나 나올 수 있었다고 할 정도로 나폴레옹은 커피애호가였어요. 하루 10잔 이상 마셨다고 합니다. 이런 배경 때문인지 유럽에서 처음으로 군대 보급품으로 커피를 지급한 곳이 프랑스입니다.  

- 여기뿐 아니라 오래 된 프랑스 카페에는 이런 저런 사연이 많겠네요.
랭보, 생텍쥐페리, 알퐁스 도데, 헤밍웨이, 피카소 등 예술가들이 즐겨 찾은 곳이 ‘카페 되 마고’(두 개의 도자기 인형이 있는 카페라는 뜻)입니다. 피카소와 헤밍웨이가 즐겨 앉던 자리에는 사진이 걸려 있습니다.
사르트르와 보부아르는 ‘카페 드 플로르(Cafe de Flore)’를 즐겨 찾았죠. 이곳 창가에는 앙드레 말로의 지정석이기도 했습니다. ‘카페 드 라 레장스(Cafe de la Regence)’는 장 자크 루소, 청년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벤저민 프랭클린 등이 단골이었다고 합니다. 특히 1844년 마르크스가 엥겔스를 처음 만나 유물론을 설명한 곳이도 하지요. ‘세상을 바꾼 사람들의 카페’라 할 만합니다.
‘카페 포이(Cafe Foy)’는 1789년 7월 12일, 젊은 저널리스트 카미유 데물랭(Camille Desmoulins)이 “카페에서 나와 혁명의 대열에 합류하라”고 외친 곳으로 유명합니다. 이틀 후(7월 14일) 바스티유 감옥이 시민들에게 점령되었고, 이는 프랑스대혁명의 도화선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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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영국으로 넘어갑니다.)

글. 커피비평가협회(www.ccacoff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