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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볶는 마을
커피 맛은 어떻게 표현할까

초심자를 위한 표현용어 가이드

원두커피는 생산국 및 생산지, 생산연도에 따라 저마다 미세한 차이점과 개성을 갖고 있습니다. 그 개성이 금방 식별될 만큼 상이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커피 초심자들이 알아차리기 힘들게 엇비슷한 경우가 더 많습니다.
커피 초심자들을 힘들게 하는 또 다른 요인은 커피의 맛을 표현하는 용어가 너무 주관적이며 모호하다는 것입니다. ‘자극적이고 생동감 있는 맛과 균형감’, ‘중후하고 단정한 플레이버’, ‘바디가 묵직하고 풍부한 여운’ 등…. 사실 어지간한 어휘력만으로는 해독하기 힘든 암호문과 다를 바가 없지요? 내게 맞는 커피를 찾는 여정을 시작도 하기 전에 포기할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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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을 표현하는 형용사가 영어의 10배 이상으로 세분화되어 있는 우리말이지만 커피의 맛과 향을 객관적이고 적확하게 표현하는 단어나 문장을 찾기 힘들지요. 또한 커피 자체가 외래문화라 국내에서 출간된 전문서도 대부분 외국어를 그대로 차용해 커피 맛을 표현합니다. 여기서 인용되는 기본 단어들의 개념을 정확히 알아두어야 이후 자기만의 커피 맛을 정립해나갈 수 있습니다. 자, 그럼 시작해볼까요? 

커피 맛을 결정하는 4가지 기본 요소 

1. 플레이버(flavor) : 복합적인 향과 맛의 총체, ‘향미(香味)’
사전적 의미로는 음식이나 술의 ‘풍미’를 뜻하는 단어로서, 커피에서는 어떤 특징적인 맛과 정취를 더해 표현할 때 쓰입니다. 바디, 산미, 아로마를 포함해 후각과 미각을 통해 느껴지는 복합적인 향과 맛의 총체인 ‘향미(香味)’를 뜻합니다. 풍만성, 균형성, 복합성의 조화가 플레버를 결정하지요. 플레이버가 좋다는 말은 커피 본연의 특징이 잘 나타나 있다는 의미입니다.  

2. 바디(body) : 혀의 뒷부분에서 느껴지는 묵직함
입 속에서 커피를 음미할 때 혀의 뒷부분에서 느껴지는 커피의 농도, 밀도, 점도를 아울러 표현하는 용어입니다. 바디는 커피를 추출할 때 나오는 고형성분과 지방성분에 의해 감지되며, 포도주감별사인 소믈리에가 한 모금의 포도주를 혀끝으로 굴리며 백포도주와 적포도주를 구분하는 이치와 비슷해요.
똑같은 양의 우유를 첨가하면 바디의 뜻을 조금 더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바디가 진한 커피는 계속 커피 본연의 맛이 우세한 반면, 바디가 약한 커피는 우유에 의해 맛이 약하게 느껴집니다.  

3. 산미(acidity) : 혀 밑 가장자리와 입천장 뒤편
사전적 의미는 신맛, 즉 산성(酸性)을 의미하지만 커피업계에서는 혀 밑 가장자리와 입천장 뒤편에서 느껴지는 신선하고 강한 커피 고유의 신맛을 뜻합니다.
이 신맛은 입에 닿는 순간 진저리를 치게 되는 보통의 신맛과 달리 단맛이 섞인 커피 고유의 맛인데, 포도주처럼 날카롭거나 시큼하지 않아야 합니다. 산미가 충분하지 않으면 커피 고유의 특성이 약한 하품(下品)으로 간주되어요. 

4. 아로마(aroma) : 마시기 전후에 느껴지는 향
커피를 마시기 전이나 마시는 동안 후각을 통해 느껴지는 향을 말합니다. 약함, 섬세함, 독특함, 뚜렷함 등의 형용사로 세분화되며 꽃향기(예가체프), 흙냄새(수마트라), 옥수수(로부스타) 등 산지, 품종에 따라 고유한 수식어가 사용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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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가요. 4가지 기본요소에 따라 일단 단종(싱글 오리진) 커피들의 특징을 식별할 수 있다면 대단한 성취를 이룬 셈입니다. 이런 노하우가 쌓이다 보면 원두의 특성에 따라 일정 비율로 블렌딩한 ‘맞춤 커피’를 만들 수도 있고 더욱 깊고 오묘한 커피의 세계로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어요. 

좀 더 욕심을 내보고 싶다면 4가지 기본요소를 바탕으로 형용사로 세분화한 10가지 용어를 알아 두면 좋습니다. 연륜 있는 큐그레이더라면 이보다 훨씬 다양한 표현으로 커피의 정도와 상태를 수십, 수백가지로 세분화할 수 있겠죠.
그러나 전문적인 표현용어는 대부분 커피업계에서만 통용되는 표현으로 특화되어 사전적 지식만으로는 그 뜻을 헤아리기 쉽지 않습니다. 일단 아래 정리된 뜻풀이 정도만으로도 커피 맛을 나누고 표현하는 데 큰 부족함은 없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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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맛을 표현하는 10가지 기본용어  

1. 균형감(balance)이 있다.
어느 한 맛의 특징이 다른 맛 전체를 압도하지 않고 입 속에 고르게 전달될 때 사용됩니다. 균형감이 있다는 말은 얼핏 호평(好評)으로만 오해하기 쉽지만 특정 원두에는 뚜렷한 특징을 상실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자극적인 맛이 특징인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원두에 ‘균형감이 있다’고 표현한다면 본래 갖고 있던 거칠고 투박한 맛의 장점이 사라졌다는 의미입니다. 

2. 섬세(delicate)하다
커피에 들어 있는 다양한 향들이 미세하게 구분되는 느낌입니다.  

3. 덤덤(bland)하다.
커피 고유의 특징과 플레이버가 느껴지지 않는 상태의 커피를 말합니다. 커피 맛이 덤덤한 건 단맛이 짠맛을 압도하기 때문인데요, 해발 700m 이하에서 재배한 수세식 아라비카 원두에서 많이 발견됩니다. 

4. 마일드(mild)하다.
혀의 끝부분에서 2차적으로 느껴지는 달콤한 맛으로, 당분과 염분의 함량이 높을 때 강하게 감지될 수 있는 맛입니다. 보통 ‘마일드한 맛이 느껴진다’는 표현은 커피를 마시고 난 후 단맛이 혀끝에 잠시 남는 정도를 뜻해요.  

5. 하드(hard)하다.
혀의 양 끝에서 느껴지는 자극적이고 시큼한 신맛을 표현할 때 쓰입니다. 신맛이 정상치보다 많고 당분이나 염분 중 어느 한 성분이 부족할 때 생기죠. 일반적으로 ‘하드하다’는 표현은 커피의 ‘균형감’이 부족하다는 말로 이해해도 무방합니다.  

6. 김빠진(vapid) 듯하다.
커피 특유의 냄새를 나게 하는 유기물질이 거의 휘발되어 커피로서의 가치가 상실된 커피를 말합니다. 보통 커피를 내린 후 오래 놓아두었거나 로스팅한 후 공기에 장시간 노출시켰을 경우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7. 뒷맛(aftertaste)이 있다.
‘뒷맛’이란 원래 포도주 감정에 사용되던 용어를 차용해 커피 맛의 여운을 표현하는 말입니다. 커피를 마신 후 입 속에 남아있는 원두 고유의 맛과 향이 오래 지속될수록 ‘뒷맛이 있다’고 표현합니다. 뒷맛은 바디를 표현할 때도 많이 사용되는데 일반적으로 멕시코산 원두는 ‘뒷맛이 짧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8. 나무 맛(woody)이 난다.
커피를 내렸을 때 마른 나뭇가지 비슷한 냄새가 나는 상태를 말합니다. 생두를 보관할 때 부주의로 인해 생두 내의 유기물질이 완전히 손실되어 상품성이 없어진 커피를 뜻합니다. 

9. 기름 맛(oily)이 난다.
커피를 마셨을 때 식물성 기름 특유의 맛과 향이 강하게 느껴지는 상태를 말하는데, 주로 로스팅을 과하게 한 원두로 커피를 내렸을 때 이런 현상이 발생합니다.  

10. 소프트(soft) 하다.
커피에서 ‘소프트하다’는 건 혀의 어느 부분에서도 미세한 떫은맛을 제외하고는 우세한 맛을 느낄 수 없다는 표현입니다. 짠맛이 신맛을 압도하고 있지만 단맛과 균형을 이루고 있을 때 많이 사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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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