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열매 수확 시기와 방법
커피 열매는 적도를 중심으로 남북위 25° 사이(커피벨트)에 걸쳐 있는 세계 60여 개국에서 연평균 약 1억 2천만 백(bag/60kg) 정도가 생산됩니다.
열매 수확횟수는 생산국의 지리적 입지에 따라 조금씩 다른데요, 대부분 연 1회 열매를 수확하고, 콜롬비아와 케냐 등 몇몇 나라들은 우기와 건기로 나눠 연 2회 열매를 따기도 합니다. 고도분포가 다양한 적도 바로 아래의 몇몇 나라들에서는 거의 일년 내내 커피를 수확하는 경우도 있어요. 수확시기는 북반부가 대개 9~12월, 남반부는 4~5월입니다.
커피나무는 식재한 지 3~4년이 지나면 열매를 맺기 시작합니다. 생두는 과육에 둘러싸여 있으며 수확시기가 가까워 올수록 열매는 점차 붉은 빛으로 익어가죠. 붉게 익은 과육 안쪽에는 펄프와 섬유질층이 원두를 감싸고 있으며 대개 한 알의 열매에는 두 개의 생두가 평평한 면을 마주보며 자랍니다.
커피 열매가 알맞게 성숙되기까지는 아라비카종의 경우 약 6~9개월, 로부스타종은 9~11개월이 소요됩니다. 이 기간이 지나면 커피농가는 제각기 적당한 시기를 정해 커피 열매를 수확하는데, 일반적으로 건기(乾期)를 보낸 후 적색 또는 선홍빛이 돌고 윤기가 있으며 열매가 단단한 상태일 때가 수확에 적당한 시기입니다.
커피 열매를 수확하는 방법은 크게 전체 농장의 커피 열매를 한 번에 따는 일괄수확과 8~10일 간격으로 잘 익은 열매들만을 골라 따는 선별수확으로 나뉩니다. 조금 더 세부적으로 구분하면 각 나라의 인건비 수준, 사용하는 도구나 설비에 따라 네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손으로 따기
이 방법은 잘 익은 커피 열매를 육안으로 선별하면서 한 알 한 알 손으로 따는 가장 전통적인 수확방식입니다. 나무 한 그루에서 알맞게 익은 열매만을 수작업으로 수확할 경우 연간 약 3회 정도 수확할 수 있어요.
이 방식은 인건비가 저렴하거나 가족단위로 운영하는 커피농장에서 반복적으로 잘 익은 열매만을 골라낼 수 있기 때문에 스페셜티커피에 사용될 생두를 수확하는 방식으로 선호됩니다. 물론 오직 인력에만 의존하는 방식이라 다른 방법에 비해서는 생산성이 낮습니다. 숙련된 일꾼의 경우에도 하루 수확량은 100kg을 넘기 힘들어요.
2) 훑어 따기
잘 익은 열매를 따로 선별하지 않고 손이나 빗처럼 생긴 간단한 도구를 이용해 나뭇가지에 달려있는 모든 열매를 한 번에 훑어내는 방법입니다. 이 방식은 수작업에 비해 생산성은 높지만 이미 수확기를 넘긴 과실이나 채 익지 않은 열매와 꽃까지 함께 수확하기 때문에 양질의 커피를 기대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어요. 브라질과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는 아직도 이 훑어 따기로 커피 열매를 수확하고 있습니다.
3) 흔들어 따기
인건비가 비싸거나 노동력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커피 열매를 수확할 때 나무를 흔드는 기계, 일명 ‘하퍼’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하퍼의 동력을 이용해 나무를 흔들어 열매를 떨어뜨리는데, 진동의 세기를 조절해 원하는 성숙도의 열매만을 가려낼 수 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선별수확이 제대로 되지 않는 단점이 있습니다.
또한 이 방식은 땅이 부드럽고 고른 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으며 커피나무가 일자로 심어져 있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커피농장을 조성할 때부터 커피나무의 식목 계획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또한 기계적으로 수확되었기 때문에 잎과 잔가지가 뒤섞여 있어 반드시 이를 제거하는 선별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4) 기계로 따기
트랙터 옆에 회전 솔을 달아 커피나무를 훑으며 수확하는 방법입니다. 이 방식은 역시 선별 수확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솔이 회전하면서 나뭇잎, 꽃, 미성숙한 열매에까지 상처를 내는 단점이 있어 스페셜 커피 수확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아요.
시간당 작업 효율은 가장 높지만 키가 큰 커피나무나 산비탈 같은 곳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그래서 브라질처럼 커피 열매가 거의 같은 시기에 균일하게 익는 지역에서는 잘 익은 열매가 75% 정도 되었을 때 기계를 이용해 한 번에 수확을 끝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기계 사용료가 비싸 숙성도에 상관없이 아예 한 번에 모든 열매를 수확하는 게 훨씬 경제적이기 때문이죠.
연간 비용의 절반을 차지하는 수확 비용
일반적으로 커피 열매를 수확하는데 드는 비용은 대개 한 커피농장에서 사용하는 연간 비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만큼 큰 부담이죠.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많은 커피를 수확하기 위해 개인별 수확량에 따라 임금을 지불하는 것이 관례화되어 있습니다.
평균적으로 일꾼 한 사람이 하루에 수확할 수 있는 커피 열매는 50~100kg 정도입니다. 그러나 커피를 만들 때 사용되는 생두의 양은 그 중 약 20%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실제 하루 생산량은 10~20kg라고 보는 것이 보다 정확한 계산입니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45~60kg 정도의 표준규격 자루 하나를 다 채우려면 일꾼 한 사람당 3~6일 정도가 소요됩니다. 지금도 아프리카나 남미 등의 커피농장 일꾼들이 뜨거운 뙤약볕 아래서 하루 종일 부지런히 커피 열매를 따고 있을 겁니다. 커피 한 잔 속에 담긴 땀방울의 무게를 느끼게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