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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볶는 마을
[브루잉의 세계] 콜드브루(Cold Brew)

찬물로 우려내는 신세계

[브루잉의 세계] 콜드브루(Cold Brew).

콜드브루는 ‘찬물로 커피성분을 추출한다’는 의미이다. 브루(brew)는 “와인이나 맥주를 양조하다”는 뜻으로 주로 사용하지만, “물로 커피나 차의 성분을 우려내다”는 쓰임새도 있다.

콜드브루 커피는 지방산의 추출을 줄임으로써 자극적인 느낌이 덜하다. 카페인이 찬물에 잘 녹아내리지 않기에 카페인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커피가루와 물이 만나는 시간이 짧게는 3시간, 길게는 24시간까지 늘어지면서 결국 콜드브루 커피 한 잔에 담기는 카페인 함유량은 드립커피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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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브루 커피는 ‘토디 콜드브루 커피(Toddy cold brew coffee)’와 ‘더치 커피(Dutch coffee)’로 나뉜다. 전자는 개발자의 이름 따 토디 방식(Toddy cold brew), 후자는 개발된 일본의 지명을 따 교토 방식(Kyoto cold brew)으로 부르기도 한다.

토디 콜드브루 커피와 더치커피는 기원과 추출방식이 엄연하게 다르면서도, ‘찬물추출 커피’ 또는 ‘냉침(冷浸) 커피’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 역사는 인스턴트커피의 개발(1901년)보다 반세기가 늦지만 여전히 진화하고 있다. 콜드브루 커피에 질소를 넣어 흑맥주처럼 마시는 ‘질소 커피(Nitro coffee)’가 좋은 사례이다.

 

● 토디 콜드브루 커피(Toddy Cold Brew; 토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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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디 콜드브루 기구


미국 코넬대에서 화학을 전공한 토드 심슨(Todd Simpson)이 1962년 과테말라에 여행을 갔다가 힌트를 얻어 콜드브루를 개발했다. 그는 과테말라의 한 마을에서 농축된 커피추출액에 뜨거운 물을 부어 즉석에서 간편하게 커피를 대접하는 것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전해진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찬물에 커피가루를 3~4시간 담가두는 침출식(浸出式)으로 커피농축액을 만들어 필요할 때마다 물을 부어 마셨다.

커피 추출에 쓰는 물이 차가우면 뜨거울 때보다 향미를 더 많이 담아둘 수 있다. 동시에 위장을 괴롭히는 오일(Oils)과 지방산(Fatty acids)이 우러나는 양이 줄어든다. 이 덕분에 토디의 커피는 향미가 부드럽고 속을 편안하게 해주는 커피로 환영을 받으며 널리 퍼졌고 ‘토디 콜드브루’라는 명성을 얻게 됐다.

 

● 더치커피(Dutch Coffee; 교토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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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방울씩 추출되는 더치커피

더치(Dutch)는 ‘네덜란드의~’라는 형용사로, 더치커피를 직역하면 ‘네덜란드 사람들의 커피’가 된다. ‘비용을 각자 부담한다’는 뜻으로 통용되는 ‘더치페이(Dutch pay)’만큼이나 엉터리 표현이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계산을 각자하는 인색함이 풍기는 표현에 자신들이 비유된다는 점을 몹시 황당해한다. 그 강도만큼이나 찬물로 똑똑 우려내는 커피의 명칭에 ‘더치’가 사용된 것도 의아하게 생각한다.

더치커피는 일본인들이 만든 말이다. 에도막부 시대(1603~1867)에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그리스도교 포교를 금지한 탓에 영국·프랑스와 달리 종교 색채가 없던 네덜란드는 혜택을 누렸다. 1700년경부터 나가사키에 진을 치며 독점적으로 무역을 했는데 이때 일본에 커피가 전해졌다는 주장도 있다.

네덜란드는 당시 식민 지배를 하던 인도네시아 자바의 커피 밭에서 생두를 배에 실어 암스테르담으로 실어 날랐다. 선원들이 오랜 항해 기간 흔들리는 범선에서 안전하게 커피를 마실 묘안을 짜낸 것이 더치커피라는 게 일본인들 주장이다. 네덜란드 선원들이 큰 통에 커피가루를 담고 찬물을 부어 하루 동안 우려낸 뒤 마셨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네덜란드 사람들은 ‘더치커피를 알지 못한다’며 고개를 젓는다. 더치커피는 정확하게 말하면, ‘일본식 워터드립(Japanese cool water drip)’이다. 찬물을 방울방울 떨어뜨리기 때문에 점적(點滴)식 또는 적하(滴下)식이라고 한다. 이 방식을 미국인들은 드립핑(Dripping)이라고 칭했다.

더치커피를 유행시킨 일본커피체인점 ‘홀리스카페(Holly’s Cafe)’가 교토를 거점으로 삼고 있었기 때문에 ‘교토커피(Kyoto coffee)’라고도 했다. 더치커피가 일본에서 발명돼 세계로 퍼져 ‘콜드브루’라는 새로운 영역을 구축했다고 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그런 관점은 재고의 여지가 많다. 교토의 홀리스카페가 문을 연 시점은 1979년 즈음이다.
 

추출공식

[토디 방식]

커피가루 : 물 = 1 : 4(300g : 1.2ℓ)
추출 시간 = 3~24시간
커피가루의 굵기 = 약간 가늠(Medium Fine)

 

[더치(교토) 방식]

커피가루 : 물 = 1 : 12(50g : 600㎖)
추출 시간 = 3~24시간
커피가루의 굵기 = 약간 가늠(Medium Fine)


추출 순서

[토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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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커피가루 300g 정도를 천 주머니에 담아 통에 넣고 물을 1.2ℓ를 붓는다.
② 결과물의 맛에 따라 비율을 적절하게 바꾼다.
③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도록 뚜껑을 덮어 실온에서 추출한다(냉장고에 넣고 추출할 경우에는 냄새가 스며들지 않도록 단단히 밀봉하고 추출한다. 온도가 낮을수록 추출력이 떨어져 시간을 길게 한다).

[더치(교토) 방식]

① 바닥에 필터를 깔고 커피 가루를 드리퍼에 넣은 뒤 수평을 맞추기 위해 탬핑을 한다.
② 커피가루의 2배 정도가 되게 물을 붓고 불림을 한다.
③ 떨어지는 물이 고르게 퍼지도록 가루 표면에 종이 필터를 덮는다.
④ 물이 떨어지는 속도를 2초에 한 방울(1분에 30~40방울) 정도로 맞춘다.
⑤ 원두가 볶인 정도와 가스 배출 정도에 따라 부풀림이 심한 경우가 있으니 수시로 커피가루의 불림 상태를 확인한다.
⑥ 물이 떨어지는 속도가 바뀔 수 있으므로 수시로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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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방향으로)더치(교토) 방식 추출 순서
 

[Tip]

침출식(浸出式)과 점적식(點滴式)

침출식은 용기에 담긴 커피가루에 물을 붓고 10~12시간 실온에서 추출하며 숙성시킨 뒤 찌꺼기를 걸러내는 스티핑(steeping) 방식이다. 토디 추출 방식.

점적식은 침출수를 커피가루에 한 방울씩 떨어지게 하는 드리핑(dripping) 방식이다. 이 방식 때문에 ‘커피의 눈물’이라 불리기도 한다. 짧게는 3~4시간, 길게는 10~12시간 추출한다. 추출 시간을 제외하면 드립 방식과 유사하며 커피의 향미가 부드럽다. 쓴맛은 뜨거운 물로 추출할 때보다 줄어든다. 더치(교토) 추출 방식.

제공 및 출처 | 커피비평가협회(www.ccacoff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