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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용, 친환경’ 키워드, 미국 온라인 쇼핑문화

디자이너가 본 ‘손바닥’ 세상

‘포용, 친환경’ 키워드, 미국 온라인 쇼핑문화.

2020년 미국의 온라인 쇼핑몰 시장이 전년도 대비 대략 40%의 가파른 성장을 한 것은 코로나19의 영향이었다. 그해 나는 뉴욕에서 ‘Tomorrow Agency’에 입사해 쇼핑몰 디자이너로(UI/UX) 일하게 되었다. 소비로 ‘소확행’을 느끼는 ‘소비홀릭’인 내가 쇼핑몰을 디자인한다는 게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뉴욕의 유명 빵집인 레바인 베이커리(Levain Bakery), 럭셔리 가구 ‘Arhaus’, 의료수술복 ‘Figs’, 어린이 장난감 회사 ‘Melissa & Doug’ 등 다양한 온라인 쇼핑몰 디자인을 맡았다. 이를 계기로 급변하는 e커머스 시장에서 미국 소비자들은 어떤 쇼핑을 하고 싶어 하는지, 어떤 것에 끌리는지에 관심을 갖고 살피고, 디자인에 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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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중심

쇼핑몰 사용자 중 70~90%는 모바일을 통해 웹사이트를 접속하고 있음을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다. 때문에 요즘 웹 쇼핑몰들은 모바일에 집중한다. 나의 모든 클라이언트들은 쇼핑몰이 더더욱 모바일 친화적이어야 한다는 조건을 내세웠다.  

모바일 디자인이 데스크톱 디자인 보다 어려운 이유는 사용자들이 데스크톱과 달리 매우 산만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있다는 점이다. 모바일은 겨우 우리의 손바닥 정도 되는 크기인데, 이 스크린 속에서 계속 새로운 SNS 및 다양한 어플리케이션 알람들이 유저들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릴 수밖에 없다. 더욱이 스크린 밖에선 실재의 삶이 펼쳐져있으니….
이외에도 유저들이 웹 쇼핑을 하다가 멈추는 이유는 디자인, 인터페이스 때문이다. 페이지가 길어서 손가락이 끝없이 스크롤 하다 지쳐버린다던가, 이미지나 비디오가 최적화되지 않아서 쇼핑몰의 로딩이 조금이라도 느려지면 유저들은 웹 쇼핑을 포기한다.

따라서 웹 쇼핑몰은 더더욱 모바일 규격을 고려해 데스크톱과 차별화되어 디자인되어야 하고, 급하고 산만할 수밖에 없는 사용자를 위해 콘텐츠는 가지치기로 최소화해 제공해야 한다. 다시 말해 쓸모 있는 부분만 담아야한다. 이에 다양한 데이터를 통해 유저들이 어떤 것을 담고 배제해야하는지를 분석했고, 그 과정에서 소비자의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되었다. 

포용과 공평

포용성(Inclusivness)은 미국 사회의 키워드로 부상했고, 비즈니스도 모든 사람들이 소외되지 않게 쇼핑할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뷰티 브랜드의 경우 모든 인종이 사용할 수 있는 제품들을 다양하게 생산한다거나, 패션브랜드는 다양한 제품의 다양한 사이즈를, 예를 들면 ‘XXXS – XXXXL’까지 생산하게 되었다. 산업 유형에 관계없이 다양한 콘텐츠와 다양한 사이즈, 다양한 인종을 반영하려고 노력한다.  

‘디지털 약자’인 장애인이나 노인들을 위한 고려도 빠트리지 않는다. 예를 들면, 맹인이나 색맹인 유저들은 보통 스크린 리더라는 보조도구를 사용해 웹사이트에 접속한다. 이 도구는 웹사이트 속 콘텐츠를 오디오를 통해 ‘읽어주는’ 역할을 한다.
디자이너는 이런 보조도구와 호환되는 디자인을 구현해야 하는데, 텍스트의 색채적 대비가 적정 수치를 통과해야 한다. 또한 장난감회사 ‘Melissa & Doug’ 웹 사이트를 디자인할 때 특히 장난감을 손자, 손녀에게 선물하고픈 노년층을 고려해야 했다. 다양한 테스트를 통해 보통 규격보다 약간 더 큰 폰트와 버튼을 사용했고. 나이가 많은 소비자들은 버튼 안에 화살표가 있을 때 더욱 효과적으로 반응한다는 것도 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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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lissa & Doug의 ‘선물 골라주는 로봇’

친환경

미국 사회의 또 다른 키워드는 친환경이다. 많은 소비자들이 탄소 발자국(Carbon Footprint) 이나 재활용 정보를 명시할 것을 요구한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친환경적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웹사이트에 환경 관련 정보를 명확하게 표시할 수 있는 방향으로 웹사이트를 만든다.
가구 회사 ARHAUS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라는 카테고리를 구성해 친환경적으로 사업을 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가구 재료들의 원산지를 밝히고 채취, 가공과정이 어떻게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지, 제품들이 어떻게 재활용 될 수 있는지를 설명한다. 더욱이 소비자들이 오래된 가구를 기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매년 25만 그루의 나무를 심고 있다는 걸 알린다. 친환경 가치를 실천하는 모습은 소비자들의 브랜드 충성도를 강화하고, 신뢰도 향상에 긍정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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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haus의 환경 페이지

투박하지만 임팩트 있는 UGC

코로나19가 사람들을 분리시킨 것과는 달리, 온라인 공간은 더욱 다중적으로 연결된 모습을 보여준다. 그 예로, 소비자들은 직접 보고 사지 못하는 구매의 한계 때문에 타인이 제공한 UGC(User Generated Content) 의존도가 높아졌다. UGC는 제품을 산 소비자들이 소셜미디어나 직접 쇼핑몰에 남기는 리뷰 글, 사진, 및 동영상을 뜻한다. 대체적으로 핸드폰 카메라로 제작된 UGC는 퀄리티가 낮아 기업에서 이를 자사 사이트에 채택하는 걸 꺼려왔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기업은 많은 돈을 투자해 찍은 사진, 동영상보다 투박하지만 소비자가 SNS에 올린 콘텐츠가 더욱 임팩트 있음을 깨달았다. 이에 내 프로젝트들에서는 인스타그램, 틱톡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다른 소비자가 올린 상품 사진을 긁어모아 제공하는 방법을 택했다. 소비자들은 해당 다른 사람이 올린 후기에 더욱 끌리는 모습이다. 제품에 대한 관심이라는 공통분모로 연결된 쇼핑 네트워크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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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lissa & Dougd의 UGC 코너
 

오프라인 매장이 아닌 작은 모바일 스크린 속 웹사이트를 통해 쇼핑하는 소비자는 더욱 까다로워졌다. 이런 소비자를 매료시키는 일은 그들이 원하는 것에 대한 명료한 어필이다. 미국의 경우 소비자들은 쓸모뿐 아니라 본인의 성향과 부합하길 원한다. 윤리적, 환경적,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만한 가치에 대한 어필이 제품, 브랜드에게 성공을 가져오는 듯했다.  

코로나19를 관통한 지난 몇 년간 웹사이트 디자인을 하면서 소비자들의 소비패턴이 더욱 다면적으로 변하는 모습을 흥미롭게 확인했다. 브랜드들이 포용적, 친환경적인 방향성을 수용하는 데는 순수한 접근이 아니라 이익창출의 목적 때문이라는 걸 잘 안다. 하지만 이 방향성이 긍정적이고 건강한 사회적 ‘상생’에 일정 부분 기여한다고 본다.
손바닥 공간에도 함께의 가치가 스며있다. 디자인이 더욱 즐거운 이유다.

글 | 현수지
현수지 님은 현재 Baron & Baron 뉴욕 지사에서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Dior, Zara등의 브랜드와 일하며 쇼핑몰 등의 다양한 웹 프로덕트를 디자인하고 있습니다. Tomorrow Agency에서 다수의 브랜드들의 웹 쇼핑몰을 디자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