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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카페
[클로징 포엠]

낮잠

[클로징 포엠].

시간은 오후 계절은 8
서울행 고속버스에서 보이는 외부는 형무소
훅훅한 더위가 수갑을 채우며 다가선다.
마지막 78일의 노동을 끝내고 마시는 청량음료
흙투성이 운동화 끈에
13번 창 측 좌석
누군가 흘린 오징어 다리 하나
뻣뻣한 삽자루처럼 꽂혀있고
인파는 해파리처럼 늘어져 퍼진다
미처 씻어내지 못한 시멘트 가루
몸속에서 꽃을 피운다
휴게소 푸른 모니터의 하늘
자판을 두들기듯 새들이 날고 있다
경쾌하게 버스는 출발하고
고개를 돌리자 빠져드는 낮잠의 달콤함
오 분 후쯤 등장하는 아가씨
히아신스 향기와 금잔화의 구두를 신고
내가 좋아하는 광고 속의 그녀, 드디어
내게로 안겨 온다 잔뜩 부풀려진 샴푸 냄새를
코끝으로 터뜨리며 붉고 노란 꽃잎을
내 입으로 옮겨주면 아,
피었다 지는 싱그러운 땀냄새들
시간은 오후, 그리고 소금기 묻은 햇살
황홀하게 흘려보낸 한 나절
부시시한 눈을 비비고 다시
모자를 고쳐 쓰지만
나의 행복한 미인은 머릿결까지
황금빛 거품을 물고 잠 속으로 나를 이끌고 간다

 

클로징포엠_낮잠.jpg

 

시 | 오형석
신춘문예와 문예지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습니다. 공동시집으로 <백악이 기억하는 시간>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