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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징 포엠]

얼룩說

지난 여름 북한강 하류에서 가져온 돌이 하나 있다
그 돌의 얼룩이 여태 지워지질 않는다
하얀 색 돌이었는데 가운데 짙푸른 무늬들이 처음부터 묻어있었다

오늘 문득, 얼룩이 아닌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누로 씻어내도 흔적은 사라지지 않았다
말끔히 씻어주고 싶었으나 더욱 선명해졌다
따뜻한 물 속에 가라앉은 돌이 아주 밝게 별처럼 빛났다
손가락을 넣어본다
돌의 심장을 만져보고 싶었다

돌에도 상처가 있다니!
내게도 지우고 싶은 얼룩이 있듯
네게도 그런 게 있는 거구나
함부로 만져지지 않는 아픔도 있는 법이다
강물이 그렇게 그렇게 흐르고도 씻지 못한 짙푸른 상처
짐작해본다, 

돌 하나의 상처가 오늘 밤은 나를 얼룩지게 한다.


클로징포엠.jpg

시 | 오형석
신춘문예와 문예지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습니다. 공동시집으로 <백악이 기억하는 시간>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