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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징 포엠]

거슬러 가기

대치동 롯데백화점 뒤편 문화센터 골목으로
노란 보자기에 싼 짐을 머리에 이고
초로의 한 여자가
옛날에서 걸어 나와
옛날로 걸어 들어간다.

봄날 오후 간판들과 꽃들은 지천인데
대로변 횡단보도에서 여자는 어딘가를 자꾸 뒤돌아보았다.
아직도 짐을 머리에 이고 가는 사람이 있다니.
사는 게 마음대로 할 수는 없어서
차라리 거슬러 가 보려는 건 아닐까.

저 봇짐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
그냥 오래오래 생각하는 모습으로 지냈으면 싶다.
지나가던 말에도 서로 상처받던 가족들에 대해
그들의 고통이 흘러나오는 곳에 대해
이제는 궁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냇가에 맨발로 앉아
잔돌멩이나 쌓으며
시냇물에 붙들린 풀잎들의 걱정거리나 떼주면 어떨까.
느리게 건너오는 물결의 시간보다
더 천천히 도착할 소식을 궁금해하는 것도 괜찮은 일일 거야.

혹시라도 거슬러오지 못하고
아직 그곳에 남아 머뭇거리는 내가 있다면
위로하듯 슬며시 껴안아 보는 것,
같이 밥 먹자는 사람이 없다면
혼자 저녁이나 좀 해먹을 생각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이리라.
그렇게 나지막한 집으로
짧아진 그림자나 데리고 들어갈 수 있는 것도 슬기로운 일이다.
 

클로징포엠.jpg

시 | 오형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