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은 선택되는 것
나는 혼자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타고난 기질이 그런지, 인간 모두에게 내재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온전히 혼자가 제일 편하고 좋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직간접적으로 함께 하지 않으면 아주 작은 무엇인가도 혼자 하기가 어렵다. 혼자 하는 것 같이 보이지만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같이 하는 것, 협력은 힘든 일이다. 협력(協力)이라는 단어만 살펴봐도 얼마나 힘이 드는지 알 수 있다. 힘력(力)가 벌써 4번이나 보인다. 앞에 있는 열십(十)까지 의미를 부여하면 힘이 몇 배 더 드는 것으로 읽을 수도 있다.
자신의 입장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기
협력은 힘든 일이지만 해야만 한다면, 할 수밖에 없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 질문에 답을 해 주는 좋은 책이 있다. 캐나다 출신의 갈등해결 전문가로 알려진 애덤 카헤인(Adam kahane) 이 쓴 《협력의 역설》이다. 이 책은 ‘협력은 선택되는 것’이라는 전제로 출발하는데 그 과정이 꽤 그럴듯하다.
문제 상황에 대처하는 4가지 방법에 따라 협력은 상황을 바꿀 수 있고, 일방적인 변화가 불가능할 때 ‘선택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판단은 ‘상황을 바꿀 수 있는가?’ 하는 것인데, 일방적인 변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면 협력하느냐, 아니면 일방적으로 강제하느냐 하는 선택밖에 없다. 물론 상황을 상수로 받아들이고 변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면 적응하거나 그 상황을 퇴장(외면)하면 된다.
상황을 바꿀 수 있지만 일방적인 변화가 불가능한 게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이다. 그러니 우리는 협력이라는 울퉁불퉁하고 힘든 여정을 같이 갈 수밖에 없다. 협력이 물론 유일한 선택지는 아니지만 가장 많이 선택받아야 하는 선택지인 건 확실하다.
애덤 카헤인은 협력이 선택되더라도, 그 협력이 변화를 통제할 수 없다면 ‘스트레치 협력(stretch collaboration; 자신의 입장, 정체성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기)’을 해야 하고, 변화를 통제할 수 있다면 일반적인 협력을 하면 된다고 말한다. 우리는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지만 일방적으로 변화시킬 수는 없고, 그 변화를 통제할 수도 없기” 때문에 스트레치 협력으로 가는 최적의 경로를 저자는 안내한다.
“심각한 국가적 문제에 부딪혔을 때, 우리에게는 두 가지 선택밖에 없습니다. 현실적인 선택과 기적적인 선택이지요. 현실적인 선택은 모두가 무릎을 꿇고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와 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기적적인 선택은 다 함께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지요.”_ p. 48-49
협력은 기적이다. 협력을 현실에서 추구하는 당신은 기적을 행하는 사람이다.
이 책을 추천한 최재천 교수(이화여대 석좌교수, 생명다양성재단 대표)는 추천의 글에서 “우리는 늘 생각도 다르고 호감도, 신뢰도 없는 사람과 일해 왔다. 늘 힘들어하면서”라고 쓰고 있다. 확실히 다른 사람과 무엇을 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