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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리에
[시 갈피]

버드나무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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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에 그늘이 진 여자를 사랑했다.  

버드나무 가지를
얼굴에 축축 늘어뜨리고
그게 사랑인지도 모르고
사랑한 여자가 있었다.

가슴을 그늘만큼 부풀리고
반달처럼 생긴 손톱으로 내 허리를 감싸안으며
나를 살붙이로 대했지만
정작 살붙이들
시냇물 닿지 않는 이 세상 끄트머리로
다 떠나보내고
슬픔의 끝까지 가봤다는 여자. 

눈물이
냇물을 이룰 때까지 울어버리는,
그늘에 살았지만
조금도 춥지 않은 여자가 있었다.
머리카락이 가지만큼 길고
버들강아지 피는 때가 되면
온몸이 물길이 되어
한 시절
내 몸을 담그고 살았던 여자. 

그늘 밖에 살라고
온몸으로 나를 밀어내던
버드나무 같은 여자.
버드나무보다
더 푸르게 젖은 한 여자를 사랑했다.

시 | 오형석
신춘문예와 문예지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습니다. 공동시집으로 《백악이 기억하는 시간》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