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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리에
[식물과 친구하기] 두 눈 가득 꽃 빛으로

노루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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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애호가가 급속히 증가하는 건 디지털카메라의 보급과 스마트폰의 역할이 컸습니다. 스마트폰으로 꽃을 찍어 즉석에서 이름을 확인하는 단계에 이르렀으니….
식물애호가가 늘어나는 건 좋은데 훼손이 따르는 게 큰 문제입니다. 식물 자생지에 가보면 수많은 사람의 발길에 치이고 밟힌 식물의 앓는 소리가 그득합니다. 저도 행여 주변 생태계의 본모습을 흩트리는 건 아닌지 조심스럽습니다. 자생지에서 만난 노루귀를 소개합니다. 봄날, 두 눈 가득 꽃 빛을 채웠습니다.

 

노루귀 

땅거죽만 겨우 녹은
산비탈 낙엽수림 아래
양수羊水도 채 마르지 않은
귀때기 몇 낱
비껴든 볕을 쬐며
보송한 솜털을 말리고 있다
바람이 핥다가
자지러지는 삼월
한낮

_ 정충화 식물시집, 《꽃이 부르는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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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아재비과 여러해살이풀이다. 원산지가 우리나라인 풀로 전국적으로 분포하며 높이 10cm가량 자란다. 3~4월 잎이 나오기 전 가느다란 꽃대 끝에 한 개의 꽃이 하늘을 향해 핀다. 꽃빛은 흰색, 연분홍색, 보라색이 있으며 긴 꽃대에 흰 털이 빼곡히 나 있다. 환경 적응 능력이 뛰어나 자생지마다 꽃빛이 조금씩 다르다. 이름은 말린 잎 모양과 뒷면에 돋은 털 모습이 노루의 귀를 닮았다 해서 붙여진 것으로 전해진다.

글·시·사진 | 정충화
정충화 님은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식물해설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한눈에 척척 식물, 나무의 이름을 불러줍니다. 2008년 계간 《작가들》 신인 추천으로 등단해 시집 《누군가의 배후》(2013), 《봄 봐라, 봄》(2020), 시화집 《환몽(공저)》, 산문집 《삶이라는 빙판의 두께》(2019), 식물시집 《꽃이 부르는 기억》(2021)을 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