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 카페人  
아틀리에
[식물과 친구하기] 푸짐한 봄 성찬

꽃다지

[식물과 친구하기] 푸짐한 봄 성찬.

사진과 시(꽃다지).jpg


뭇 꽃이 다투어 피어나는 계절입니다.
봄을 여는 꽃은 많습니다. 그 무수한 꽃 가운데 크고 화려한 것보다 작고 소박한 풀꽃에 더 마음이 갑니다. 그것들은 낮은 곳에서 소박하게 살다가 소리 없이 사라져 갑니다. 크기가 워낙 작아 개체수가 많음에도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지 못합니다. 그러나 들판 곳곳에서 말없이 피고 지는 냉이와 꽃다지와 벼룩나물과 봄맞이 같은 작은 풀꽃들을 보아야 저의 봄은 비로소 완성됩니다. 해마다 나는 ‘논둑’ 길에 ‘푸짐하게 차려진’ 성찬을 받으며 비로소 봄을 맞습니다.  

성찬盛饌
- 꽃다지

 논둑마다 푸짐하게 차려진
봄 한 상 

아지랑이가 수저를 드는
 

꽃다지02.jpg

꽃다지는 십자화과의 두해살이풀이다. 지난해 가을에 돋은 싹이 땅바닥이 붙어 겨울을 난 뒤 줄기를 밀어 올리고 잎과 꽃을 피운 뒤 씨앗을 남기고 소멸해간다. 우리나라 전역에서 볼 수 있는 풀로 한 뼘 정도 자라며 풀 전체에 털이 있다. 이른 봄 피는 노란색 꽃은 줄기 끝에 총상꽃차례로 달리며 꽃잎은 네 조각으로 갈라진다.
꽃다지의 어린 순은 나물이나 국을 끓여 먹기도 한다. 봄 들판에 무리 지어 핀 노란 꽃다지와 하얀 냉이꽃이 미풍에 살랑대는 모습은 자못 몽환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2분 힐링 쉼표, 영상 보기]

글·시·사진 | 정충화
정충화 님은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식물해설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한눈에 척척 식물, 나무의 이름을 불러줍니다. 2008년 계간 《작가들》 신인 추천으로 등단해 시집 《누군가의 배후》(2013), 《봄 봐라, 봄》(2020), 시화집 《환몽(공저)》, 산문집 《삶이라는 빙판의 두께》(2019), 식물시집 《꽃이 부르는 기억》(2021)을 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