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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과 친구하기] 꽃며느리밥풀

꽃이 부르는 기억

문화가 많이 바뀌었다고 해도 고부(姑婦),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는 예나 지금이나 편한 관계는 아닌 듯합니다. ‘며느리’가 붙은 식물이름이 많습니다. 며느리배꼽, 며느리밑씻개, 꽃며느리밥풀, 새며느리밥풀, 수염며느리밥풀, 알며느리밥풀, 애기며느리밥풀, 털며느리밥풀, 흰수염며느리밥풀 등이다. 일부 식물의 경우 일본의 책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생긴 오류라는 설도 있지만 이들 식물 이름의 유래에는 대부분 고부갈등이 똬리를 틀고 있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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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부르는 기억

바닥에 떨어진 밥풀도
주워먹던 때가 있었습니다
허기가 아가리를 쩍쩍 벌리던
시절 이야기입니다
더는 흘린 밥알을
주워먹지 않게 되었지만
그 시절 굳은 기억이 어느 때는
무심코 손을 뻗게 만듭니다
번연히 알면서도
꽃며느리밥풀만 보면
붉은 꽃잎에 얹힌 흰 꽃술에
자꾸 손이 갑니다
_ 정충화 식물시집, 《꽃이 부르는 기억》
 
 

꽃며느리밥풀은 현삼과 한해살이풀이다. 숲 가장자리에서 살며 높이 30~50cm 정도로 자란다. 7~8월 줄기와 가지 끝에 이삭꽃차례가 형성되고 홍색 꽃이 다닥다닥 달린다. 꽃싼잎은 녹색이며 중앙부의 잎과 같은 형태로 작고, 대가 있으며 끝이 뾰족하고 가장자리에 가시 같은 돌기가 있다. 긴 통 모양으로 생긴 꽃부리는 끝이 입술처럼 두 갈래로 갈라졌으며, 아랫입술 꽃잎 가운데에 마치 밥알처럼 생긴 흰색 무늬가 두 개 있다.

시·글·사진 | 정충화
정충화 님은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식물해설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한눈에 척척 식물, 나무의 이름을 불러줍니다. 2008년 계간 《작가들》 신인 추천으로 등단해 시집 《누군가의 배후》(2013), 《봄 봐라, 봄》(2020), 시화집 《환몽(공저)》, 산문집 《삶이라는 빙판의 두께》(2019), 식물시집 《꽃이 부르는 기억》(2021)을 펴냈습니다.
[식물과 친구하기] 꽃며느리밥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