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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는 이야기] 거장을 엿보다 ⑤

까미유 끌로델 | 수잔 발라동

찬란한 비극을 품은 여인, 까미유 끌로델 

세계적인 예술가 로댕과 그의 연인, 까미유 끌로델(Camille Claudel; 1864-1943). 그녀는 로댕에 의해 <지옥의 문> 제작의 일원으로 고용됩니다. 미술과 조각이라는 공통의 관심으로 두 사람은 금세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까미유의 존재는 로댕의 예술 작업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어요. 서양미술의 오랜 전통인 누드화의 인체 조각 표현이 로댕의 작품에 반영되었고, 까미유 역시 파격적인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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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미유 끌로델이 조각작품을 만드는 모습


까미유는 사랑하는 연인인 로댕을 통해 자신의 꿈을 펼쳐보려 합니다. 그러나 이후 깊은 비극이 까미유의 인생을 겨냥합니다. 천재 조각가가 탐낼 만큼의 실력을 지녔지만 여성이라는 게 비극의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여성 예술가는 당대의 파리 사회에서 비주류로 취급받았습니다. 로댕의 심한 여성 편력으로 둘의 관계도 오래 지속될 수 없었죠. 그녀의 예술적 커리어는 무참히 짓밟힙니다. 우울증과 피해 의식, 편집광적 증상을 보이기도 했지만 까미유는 결코 굴복하지 않았어요. 예술가로서 자신을 당당하게 내세우며 편견에 맞서려 했습니다.

그러나 1912년 까미유는 정신 이상증세를 보이다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됩니다. 가족들에게까지 버림받은 채 그곳에서 30년간 고통의 시간을 보내다 79세의 나이로 사망합니다. 반면, 로댕은 시대의 조각가로 부상해 명성을 쌓았을 뿐만 아니라, 성공과 명예를 거머쥐며 화려한 삶을 살았습니다.

파리검열당국에서 여성의 노출이 심하다는 이유로 전시를 금지해 몇 번이나 다시 만들어 출품된 작품 <왈츠>, 여성이라는 이유로 심한 차별을 받은 까미유의 삶을 돌아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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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 그린 조각 : 까미유 끌로델의 <왈츠>


‘영원한 뮤즈’, 수잔 발라동  

세탁부로 일하던 수잔 발라동(Suzanne Valadon, 1865-1938)은 화가인 퓌비 드 샤반의 눈에 띄어 모델이 되었습니다. 이후 그녀는 르누아르, 로트레크, 드가 등 당대 유명한 인상주의 화가들의 그림 속 주인공이 되어 회화와의 인연을 이어갔습니다. 가난했던 그녀는 여러 화가들의 모델로 생업을 이었고, 그들의 연인이 되었습니다. 그러다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르는 아들을 낳게 됩니다.

이후에도 수잔은 많은 화가들의 모델이자 동거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모델 일을 하며 어깨너머로 배운 그림 실력으로 자신의 그림을 그렸고, 그녀를 화단에 데뷔시킨 화가가 드가입니다. 여성 최초로 프랑스 국립 예술원 회원이 되었는데, 당시로는 쉽지 않은 일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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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 그린 그림 : 수잔 발라동의 <아담과 이브>


수잔은 이후 주식거래인이었던 폴 무시와 결혼을 합니다. 남편으로 인해 경제적인 안정을 찾자 그녀는 모델 일을 그만두고 그림 그리는 일에 모든 것을 쏟아 붓습니다. 하지만 1906년 마흔 한 살에 수잔은 아들의 친구이자 화가인 앙드레 우터를 만나게 됩니다. 우터는 수잔의 호기심을 끌었고 3년 뒤 두 사람은 관계를 맺습니다. 수잔이 마흔 넷, 우터가 스물 셋이었습니다.

결국 남편이 알게 되었고, 파경으로 이어집니다. 이후 수잔과 아들 위틀리로, 아들의 친구이자 새 아빠가 된 우터는 몽마르트 집에서 함께 삽니다. 수잔은 1915년 역시 여성화가로는 처음으로 개인전을 열며 왕성한 작품 활동을 벌였지만 불편한 동거는 오래 가지 못합니다.

우터는 술을 찾았고, 여성 편력도 심해졌습니다. 수잔의 건강도 나빠지기 시작했습니다. 당뇨와 신장병으로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습니다. 아들이 결혼해서 분가하고, ‘젊은 남편’도 수잔을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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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잔 발라동의 <자화상>(1898)


1938년 4월 7일, 이젤 앞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던 수잔 발라동는 심장 발작으로 운명을 달리합니다. 아들 모리스 위트랄로는 훗날 화가로 이름을 날립니다. 그의 대표작으로 <몽마르트르의 생 피에르 성당>이 있습니다.

“예술은 우리가 증오하는 삶을 영원하게 한다.”_수잔 빌라동

글, 그림 |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