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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는 이야기] 거장을 엿보다 ④

그랜트 우드 | 앤디 워홀

명화를 패러디하다_그랜트 우드  

그랜트 우드의 <아메리칸 고딕(American Gothic)>은 자주 패러디되는 작품으로 유명합니다. 딱딱한 두 사람의 표정과 사진 같은 리얼리즘 화풍은 묘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영화 <스타워즈>를 합성해 패러디해봤습니다. 어울리지 않는 소재와 동적인 포즈가 우스꽝스럽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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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 그린 작품: 그랜트 우드(Grant Wood; 1892-1942)의 <아메리칸 고딕>, 오른쪽은 원작
 

그랜트 우드는 <아메리칸 고딕>을 가리켜 단순한 수직 구도의 습작이라고 했지만 이 작품은 대단한 평판을 얻었습니다. 우드의 누이인 낸과 치과의사를 모델로 그린 이 작품은 19세기 미국의 전형적인 ‘카펜터 고딕식’ 농가를 배경으로 서있는 엄숙한 표정의 두 남녀의 모습을 간결하고 냉정한 사실주의 기법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보수적 정의감과 서부시대 개척정신을 대표하는 이 그림은 당시 시대상을 보여주는 상징이 됐습니다. 1929~1933년 미국을 강타한 대공황으로 건국 이후 최대 위기에 빠진 국민에게 용기를 주고 단합과 결속력을 강화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미국인의 정체성과 삶의 가치관을 구현한 가장 미국적인 그림’, ‘미국인의 청교도 윤리와 개척정신, 도덕성을 상징하는 아이콘’이라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우드는 이 그림이 미국 중서부 지방과 그곳의 보수적 가치를 풍자하는 작품이라는 주장을 계속해서 부인했습니다. 미국 대중문화의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는 이 그림의 진의는 여전히 제목만큼이나 모호한 상태로 남아있죠. 
어쨌든 이 그림은 당시 경제공황에 허덕이던 미국인의 불굴의 정신을 잘 표현하고 동시에 미국 중부의 건전한 농촌문화를 대변하는 소위 ‘아메리칸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이 시기를 전후하여 미국이 세계의 패권국가가 되었음을 감안할 때 이 그림이 미국의 시대정신을 상징하는 그림이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예술의 종말?_ 앤디 워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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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 그린 작품: 앤디 워홀(Andy Warhol 1928-1987)의 <바나나>
 

오늘날 예술은 이전과는 매우 다른 특징들을 지니고 있습니다. 기존의 장르 구분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새롭고 다양한 장르의 매체가 결합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효과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일상의 사물과 전혀 구분할 수 없는 작품들, 기존 작품의 일부를 차용한 작품들, 그리고 노골적으로 특정한 사회적 이념을 담고 있어 포스터와 구분이 안 되는 작품들이 등장합니다. 더욱이 예술적 가치라고 여기던 미, 혹은 미적 경험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채 개인적인 특이한 경험을 표현한 작품들도 예술의 옷을 입고 있습니다. 무엇이든 예술작품이 될 수 있는 시대입니다. 

앤디워홀의 <바나나>는 그가 프로듀싱했던 밴드 ‘벨벳 언더그라운드’ 앨범 자켓의 그림입니다. ‘바나나 앨범’이라는 별명이 붙어 시간이 흐른 지금은 컬렉터들에게 경매로 비싼 값에 거래되지만 자켓이 발매될 당시에는 저평가된 B급 앨범에 불과했죠. 유명한 앤디워홀이 프로듀싱을 했는데 왜 저평가되었을까. 그는 자신의 작품을 상업적으로 성장시키고 싶었지만 대중과 평론가들은 상업적 가치를 가진 작품은 예술이 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초창기 앤디워홀의 작품들은 B급 아마추어의 작품으로 평가받은 배경입니다. 

그런데 모든 것이 예술이 되고 더 이상 새로운 게 없다면 어쩌면 예술은 여기까지가 한계가 아닐지…. 

글, 그림 |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