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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갈피]

행복한 깨달음

행복한 깨달음

아빠, 나 달리기 2등 했어
잘 했구나.
몇 명이 뛰었는데?
두 명이서.
그래? 그럼 꼴찌 한 거 아니니?
아냐. 민지가 1등하고 난 2등한 거야.
꼴찌는 우리 둘 중엔 없는 거야.

초등학교 갓 입학한 아이가
새로이 말을 가르친다.
줄서기에만 급급했던 해묵은 생각들이
아이의 재잘거림을 타고 되살아나
반짝이는 향기를 더하는 오후,

그래, 아빠가 잘못 생각했구나

때 묻지 않은 혀가 빚어내는
저 따뜻한 긍정의 항아리를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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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오형석
신춘문예와 문예지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습니다. 공동시집으로 <백악이 기억하는 시간>이 있습니다.
[시 갈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