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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 이야기] 탄소덩이에서 보석으로 거듭나는 드라마

다이아몬드, ‘나는 영원하다’

혹시 다이아몬드를 아시나요? 아, 결혼하셨다면 다이아몬드 반지를 끼고 계실 수도 있겠네요. 자신의 반지를 내려다보며 다이아몬드는 빛나고 아름다워, 작은데 매우 비싸지, 라고 대답하실지 모릅니다.

영화 <타이타닉>을 보셨다면 깊은 바다 빛의 블루다이아몬드를 떠올릴 수도 있습니다. 극중 ‘대양의 심장’이라 불린 이 다이아몬드는 두 주인공의 애틋하지만 영원한 사랑을 상징하지요. 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있는 ‘호프다이아몬드’라는 블루다이아몬드가 이 영화의 실제 모델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다이아몬드로 유명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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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타이타닉 스틸 컷>

다이아몬드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작지만 매우 소중한 것, 이것은 다이아몬드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갖고 있는 생각입니다. 실제로 다이아몬드는 매우 특별한 존재입니다. 그 탄생에서부터 보석으로 가공되어, 특별한 사연을 가진 주인공의 반지나 목걸이가 되는 모든 과정들은 마치 한편의 드라마와 같습니다. 이제부터 다이아몬드 자신이 들려주는 그 특별한 이야기를 들어 보겠습니다

 


 

나는 탄소로 이루어졌습니다. 단일 원소 결합구조라 매우 단단하지요. 내 사촌은 흑연입니다. 같은 탄소 단일 원소이지만 결정구조만 다릅니다. 연필심을 생각하면 금방 아시겠네요. 우리는 소위 한 끗 차이로 다이아몬드가 되고 연필심이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내가 쉽게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입니다. 난 정말 대단한 탄생 스토리를 갖고 있으니까요. 나는 25억년에서 4백만 전 억겁의 시간, 150㎞~250㎞의 깊은 땅 속, 1,500℃ 고온의 마그마가 꿈틀거리는 맨틀에서 태어났습니다. 태어난 후 다시 억겁의 시간이 지나서야 킴벌라이트라는 우연한 화산분출로 지표로 올라오게 됩니다. 나를 품은 킴벌라이트가 지표로 분출할 때 깔때기를 엎어놓은 파이프를 만듭니다. 이를 킴벌라이트 파이프라고 부릅니다. 나는 바로 이 킴벌라이트 파이프 지역에서 채굴됩니다.

아프리카에서 다수의 킴벌라이트 파이프(광산)가 발견되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인도에서 소량으로 나오는 매우 희귀한 광물이었습니다. 20세기 들어 남아프리카, 콩고, 보츠와나, 시에라리온 등에 유명한 광산들이 개발되면서 나는 대중적인 보석이 되었습니다. 아무리 대중화가 되었다 해도 채굴된 흙 1500톤 당 겨우 1캐럿 밖에 나오지 않는 희귀한 광물이라 가격이 정말 비쌉니다. 사람들이 나를 보석의 왕이라 부르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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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 전유물을 대중의 보석으로 만든 ‘드비어스’

나를 이야기 할 때 꼭 언급되는 회사가 있는데 바로 영국의 드비어스(DE BEERS)입니다. 그들은 20세기 초부터 아프리카의 대부분의 다이아몬드 광산 채굴권을 갖고, 1990년대까지 전 세계 다이아몬드의 70% 이상을 독점 공급했습니다. 200여 개의 사이트홀더(sight holder)에게만 나를 공급하는 독특한 시스템으로 전 세계의 가격과 물량을 통제했습니다. 100년 동안 내 가격은 단 2번을 제외하고 떨어지지 않았으니 그들의 영향력이 정말 대단하지요.

나는 사이트홀더를 통해 원석상태로 하위 업체로 공급됩니다. 원석이 커팅 되면 비로소 보석이라 불리게 됩니다. 나는 원형, 사각형, 물방울 등 다양한 모양으로 깎입니다. 58면의 원형 모양을 ‘라운드 브릴리언트 컷’이라 부릅니다. 이 컷은 가장 아름다운 다이아몬드 빛 반사를 보여줍니다. 반지에 올라간 나를 좌우로 흔들면 무지갯빛이 나타납니다. 이는 58면을 통해 정교하게 고안된 빛의 순환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커팅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혹시 세상에서 가장 경도가 높은 광물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바로 나, 다이아몬드입니다. 내 경도는 10이며, 긁힘에 대한 가장 높은 세기를 나타냅니다. 경도 때문에 나는 모든 광물을 깎을 수 있는 연마의 소재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나는 누가 깎을까요? 나만이 나를 깎을 수 있답니다. 신기하지요?

내가 세상에 널리 알려진 것은 바로 드비어스의 광고 캠페인 덕분이었습니다. 1947년 ‘A Diamond is forever’ 즉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가 그것입니다. 이 카피는 당시 연인들 사이에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고, 그때부터 나는 결혼과 약혼의 대표적 선물이 되었답니다. 아무튼 이 멋진 한 줄로 귀족과 부자들의 전유물인 내가 일반인들의 사랑의 징표가 되었으니 대단한 일이었지요.

‘정복할 수 없는 것’에서 사랑의 징표로

드비어스는 또 세계 최초로 다이아몬드 감정기준인 4C를 만들었습니다. 4C는 Carat(중량), Clarity(내용), Color(컬러) 그리고 Cut(컷)을 말합니다. 좀 자세히 알아볼까요?

캐럿(Carat)은 중량 단위입니다. 중량이 높은 원석은 희귀하기에 당연히 가치가 커집니다. 즉 0.1캐럿과 1캐럿은 단순 10배가 아니라 몇 십 배 가격 차이가 납니다. 희소성 때문이지요.

Clarity(내용)는 내포물의 정도를 나타냅니다. 감정사들은 현미경을 가지고 내 몸속을 조사해서 내포물의 종류와 빈도수로 등급을 매깁니다. 내포물은 사실 빛 반사와 안정성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내포물이 적을수록 높은 등급이 됩니다. 등급은 또한 희소성 때문에 가격의 차이를 만듭니다.

Color(컬러)는 D에서 Z까지 평가합니다. 기준은 무색에 가까울수록 높은 등급이 됩니다. 사실 다이아몬드 내포물은 원래 갈색이나 노란색을 띠기 때문에 무색에 가까운 다이아몬드는 희소합니다. 그래서 무색은 높은 등급이 됩니다.

마지막은 컷(Cut), 즉 좋은 커팅입니다. 17세기 이후 다이아몬드 보석상들은 가장 이상적인 각도나 비율을 수학적으로 계산해 58면 커팅의 기준을 정했습니다. 기준에 맞게 잘 깎이면 좋은 빛 반사를 보여줍니다. 따라서 좋은 컷의 다이아몬드는 높은 가치를 지닙니다. 또한 컷은 미관에 큰 영향을 주는 감정기준이기도 합니다.

이 4C 평가로 다이아몬드의 감정서가 발급됩니다. 감정서를 통해 내 가치는 객관화되고 가격도 매겨집니다. 혹시 GIA라고 들어보셨나요? GIA는 세계적으로 가장 인정받는 다이아몬드 감정기관으로 뉴욕에 본부가 있습니다. 이 GIA 감정서를 기준으로 <라파포트>지(誌)는 등급별과 중량별 시세를 전 세계에 제공합니다. 나는 감정서를 받으면서 보석으로 세팅될 준비를 마칩니다. 그리고 마침내 누군가의 소중한 보석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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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드의 그리스어 어원은 ‘Adamas’로 ‘정복할 수 없는’이라는 뜻입니다. 헤아릴 수 없는 기나긴 시간과 상상할 수도 없는 환경에서 태어난 나를, 정복할 수 없는 무엇이라 여기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인간의 삶은 유한합니다. 젊음도, 행복한 시간도, 사랑조차도 언젠가는 시간의 모래 속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 곧 사라질 것들에 대한 아쉬움과 회한 때문에 사람들은 영원을 갈망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는지 모릅니다. 언젠가 모두가 사라지고 난 후, 자신들을 대신해 아름다웠던 사랑을 기억해줄 영원한 존재로 나를 생각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나는 영원한 사랑을 뜻합니다. 그대에게 나는 다이아몬드입니다.

 

글 | 이승우
이승우 님은 보석과 삶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와 정보들을 여러 매체에 기고하며 보석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확산시키려 애쓰고 있습니다. 문예지에 시를 발표한 시인이기도 합니다. 현재 보석회사 임원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미국 보석감정사(Graduated Gemologist)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