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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시네마] <라이언 킹>의 무대, 탄자니아 세렝게티

유럽이 인정한 ‘영국왕실의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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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스튜디오의 창업자인 월트 디즈니는 애니메이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인물로 기억된다. ‘디즈니’라는 애칭으로 유명한 월트 디즈니(1901-1966)는 미키마우스와 도널드 덕이라는 세계적인 인기 캐릭터를 탄생시켰는가 하면 <아기돼지 세 마리>,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피노키오>, <판타지아>, <보물섬> 등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작 애니메이션을 만든 유능한 제작자였다. 꿈과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또한 그때껏 아이들의 전유물이었던 만화영화의 소비층을 성인관객으로 넓히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우며 20세기 영화산업의 지평을 넓힌 일등공신이었다.

 

동물 애니메이션의 산실, 디즈니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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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트 디즈니

미키 마우스와 여자친구 미니마우스가 디즈니 스튜디오의 간판스타로 활약하는 동안 도날드 덕, 플루토, 구피 등 새로운 후속 캐릭터들이 큰 인기를 얻으며 월트 디즈니는 미국을 대표하는 메이저 영화제작사로 급성장하게 된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단순히 단편 만화의 상영 시간만 늘려 놓은 것이 아니라 플롯과 이야기 측면에서 장편영화가 가져야 할 모든 것을 갖춘 새로운 개념의 영화로 만드는 작품마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1955년 캘리포니아주 에너하임에 세워진 ‘디즈니랜드’는 그런 디즈니 왕국의 위용을 과시하는 화려한 피날레였다. 1966년 월트 디즈니가 사망한 후에도 승승장구 하던 디즈니 스튜디오는 70년대 들어 암흑기에 접어들게 된다. 계속되는 일련의 투자 실패와 미숙한 경영이 원인이었다. 결국 월트 디즈니의 조카인 로이의 주도 하에 투자자 그룹에게 경영권이 양도된 디즈니는 80년대 들어서야 성인관객을 위한 실사영화 제작과 배급채널 인수합병을 통해 조금씩 과거의 영광을 회복하기 시작한다. 한 동안 별다른 화제작을 내놓지 못하던 디즈니 애니메이션도 90년대 들어 제프리 카젠버그의 지휘 하에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도입하면서 다시 활기를 되찾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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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스튜디오 <사진출처 : Peter Schmidl(CC BY-SA)>

라이언 킹이 뛰어놀던 초원, 세렝게티

그 중에서도 1994년 개봉한 영화<라이온 킹>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완벽한 재기를 알리는 화려한 출정식이었다. 당시 애니메이션 역사상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운 이 영화는 회사 설립 이후 줄곧 원작이 있는 우화나 문학작품의 줄거리를 차용하던 디즈니 스튜디오가 처음으로 만든 오리지널 스토리라는 점 때문에 개봉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디즈니 스튜디오의 32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이기도 한 <라이온 킹>은 초기 디즈니표 애니메이션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한 동물 캐릭터들이 등장해 아프리카 초원을 배경으로 빼앗긴 왕국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는 어린 사자 ‘심바’의 모험담을 그린 작품이다. 영화는 행복하게 살던 철없는 어린 사자가 현명하고 존경 받는 우두머리 수사자로 성장하는 전형적이고 단순한 스토리를 갖고 있었지만 아버지를 죽인 숙부를 물리치고 왕국을 되찾아가는 심바의 모험담은 전 세계에서 총 3억 4,100만 달러를 벌어들여 그해 흥행성적 1위를 차지할 만큼 대성공을 거뒀다. 이 영화가 그토록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캐릭터, 스토리, 액션, 모험, 권선징악 등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멋진 영화들이 갖춰야 할 요소들이 다 담겨있기 때문이었다. 영화의 또 한 가지 흥행 포인트는 아프리카 벌판을 배경으로 한 대담하고 화려한 색채 묘사였다. 언론들로부터 “컴퓨터 애니메이션 영상의 극치를 보여주는 작품”이란 극찬은 받은 이 영화는 마치 아프리카 한가운데 있는 것처럼 웅대한 자연의 아름다움과 현장감을 그대로 담아내 관객들의 감탄사를 자아냈다. 제작진은 사자 무리가 사는 동부 아프리카를 현지 답사해 실제 그곳 초원과 밀림의 풍경을 스케치했고, 영화를 제작하는 동안 아예 스튜디오에 사자를 데려다놓고 동작과 표정을 연구할 정도로 사실감을 높이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들소떼가 화면을 가득 메운 채 초원을 달리는 장면의 스펙터클을 화면에 구현하기 위해 별도의 컴퓨터그래픽팀이 꼬박 2년에 걸쳐 이 작업에만 매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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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렝게티의 일몰 <사진출처 : Daniel Zaas(CC)>

 

농업기반 취약한 탄자니아의 주요 수출품

당시 제작진들이 수개월 동안 머물면서 풍경을 담아간 초원은 케냐의 ‘마사이 마라’와 탄자니아의 ‘세렝게티’ 국립공원이었다. 특히 탄자니아 세렝게티는 14,760㎢나 되는 광대한 면적에 온갖 종류의 야생동물들이 살고 있는 곳이라 아프리카 초원의 거칠고 황량한 느낌을 담아내기에 제격이었다. 영화의 성공으로 세렝게티는 <라이온 킹>으로 인한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렸고 지금도 세렝게티의 사파리 투어는 탄자니아 여행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관광 코스로 이름을 높이고 있다. 안타깝게도 탄자니아는 세렝게티 같은 천혜의 관광자원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재정을 뒷받침할 별다른 소득원이 없어 지금껏 세계 최빈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프리카에서도 산업 인프라가 가장 열악해 토지 면적이 국토의 4%에 불과한 실정이며 그중 3% 정도만 관개시설을 갖고 있을 정도로 농업기반도 취약한 편이다. 그러면서도 인구의 80%가 농업인구라는 점을 감안하면 탄자니아의 미래는 무척 암울하기만 하다. 탄자니아의 주요 수출 품목은 커피, 차, 면화, 사이살, 담배 등의 몇가지 작물뿐이며 이 가운데서도 커피는 탄자니아 농민들이 애지중지하는 중요한 소득원이다. 탄자니아가 커피 재배를 시작한 것은 독일의 지배를 받던 1892년부터로 1차세계대전 후 영국 식민지가 되면서 본격적으로 커피산업이 발달하기 시작해 지금도 모시(Moshi), 탕가니카(Tanganyika) 호수, 니아사(Nyasa) 호수, 탕가(Tanga) 등을 중심으로 커피산지가 고루 분포되어 있다. 영국 식민지 시절 탄자니아 커피는 거의 전량을 영국으로 수출해 ‘영국 왕실의 커피’라 불릴 정도로 사랑을 받았으며 깔끔하고 마일드한 맛 덕분에 유럽인들에게 ‘커피의 신사’라는 애칭으로 불렸다. 지금도 탄자니아는 세계 17위의 커피생산국이며 재배 품종은 아라비카 75%, 로부스타 25%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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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자니아의 한 커피 농장 <사진출처 : rjones0856(CC BY)

 

연간 5만5천톤, 세계 17위의 커피생산국 탄자니아

아라비카의 주요 산지는 킬리만자로 화산지대에 있는 모시 지역과 탕가니카 호수, 니아사)호수 지역이며, 탕가 지역은 로부스타의 산지로 유명하다. 10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수확되는 아라비카 종은 주로 습식법으로 가공하며, 로부스타는 6월~12월에 수확해 건식법으로 가공한다. 한 해 커피 생산량은 약 55,000톤을 유지하고 있으며 에티오피아, 케냐와 더불어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주요 커피 생산국으로 인정받고 있다. 가장 유명한 탄자니아 커피는 강한 신맛과 뛰어난 향을 가진 ‘킬리만자로(탄자니아AA)’이며 부드럽고 깔끔한 맛을 가진 ‘모시(Moshi)’, ‘음베아(Mbeya)’ 등의 커피도 좋은 평가를 받는다. 주로 미국으로 수출되는 탄자니아 피베리(Peaberry)는 ‘프리미엄(Premium)’이라는 명칭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와인 맛에 비유되는 신맛과 깊은 풍미를 가지고 있어 애호가들이 많은 편이다. 탄자니아 커피 산업을 주도하는 단체로는 KNCU(Killimanjaro Native Cooperative Union)과 AKSCG(Association of Killimanjaro Specialty Coffee Growers-Killicafe), TCB(Tanzania Coffee Board) 등의 세 단체가 있다. 1924년 설립된 KNCU는 커피 농가로부터 생두를 사들여 TCB를 통해 수출하는 역할을 하며 품질이 좋지 않은 생두는 구매하지 않기 때문에 탄자니아 커피의 질적 하락을 막고 국제 신용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AKSCG는 회원 농가들이 연합해 ‘킬리카페(Killicafe)’라는 자체 브랜드를 갖고 있으며 TCB는 커피 산업과 관련된 면허를 발행하고 매주 목요일 커피 경매를 통해 탄자니아 커피의 유통과 수출을 주도한다.

글 | 김정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