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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볶는 마을
품종으로 알아보는 커피의 세계

아라비카가 좋아? 로부스타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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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게 좋은 커피야?”

오랫동안 커피 관련 일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지인들에게 뜬금없이 이런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그때마다 내가 내놓는 대답은 각자의 입맛에 맞는 게 좋은 커피라는 모범답안 뿐이다. 너무 성의 없는 대답 아니냐고? 그럴 리가! 개인마다 취향이 제각각일 진데 양단간에 좋은 커피, 나쁜 커피라 단정 지어 말하는 것이야 말로 ‘커느님(커피+하느님)’에 대한 무지와 무례가 아니겠는가. 그 대신 나는 어지간히 연차가 쌓인 커피애호가가 아니라면 잘 알지 못하는 커피나무에 대해 일러주는 것으로 정성을 보충한다. 이왕 커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면 커피나무의 품종에 대해 알아두는 것도 나쁘진 않기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에 존재하는 커피나무 품종은 아라비카(Arabica), 로부스타(Robusta), 리베리카(Liberica) 등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이 3대 원종(原種) 중에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마시는 커피는 아라비카와 로부스타라는 품종에서 수확한 커피들이다.
 

카페인 적고 맛의 밀도가 높은 아라비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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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커피 품종인 아라비카는 에티오피아에서 기원했다. 해발 고도가 900m 이상인 이 지역은 평균 기온 20∼25℃, 연간 강우량 1,500∼2,000mm의 조건을 갖춘 곳이다. 아라비카는 기온 변화에 민감하고 병충해에도 약하며, 배수 조건이 좋은 화산토양에서만 자란다. 따라서 이런 입지 조건을 갖춘 브라질, 콜롬비아, 에티오피아, 콰테말라, 자메이카, 케냐, 니카라과, 엘살바도르, 코스타리카 등이 아라비카 커피의 주요 생산국이다.
 

고산지대에서 커피를 재배하면 열매의 성숙기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맛의 농축도가 높아지게 된다. 생두 역시 더 단단해지는데 커피열매는 재배지의 해발고도가 높아질수록 밀도가 강해지며, 밀도가 높은 커피일수록 더 강한 신맛을 낸다. 이 때문에 아라비카 커피는 풍부한 향미와 고급스러운 신맛을 갖게 되는데 이런 품종적 특성에 따라 에스프레소나, 스트레이트 커피, 블렌딩용 등으로 많이 사용된다. 카페인 함량 역시 0.8∼1.4%로 로부스타의 1.7∼4.0%에 비해 낮은 편이다.

아라비카 품종의 커피나무는 키가 약 4∼6m까지 자라는데 재배 농가에서는 수확 시의 작업편의를 높이고 보다 많은 가지에 열매가 맺힐 수 있도록 나무의 높이를 1.8∼2.4m 정도로 유지한다. 아라비카 품종은 묘목을 심은 뒤 3∼4년이 지나면 열매를 수확할 수 있는데 상업적으로 안정된 품질을 얻기 위해서는 5년 이후가 적당하고 수령이 30년 정도가 될 때까지도 수확이 가능하다. 나무 한 그루에서 수확할 수 있는 열매가 약 500g 정도로 로부스타 품종에 비해 1/2∼1/3 수준에 불과한 것이 흠이다.

대신 아라비카는 상업적으로 선호도가 높은 품종이라 로부스타에 비해 고가에 거래된다. 물론 여기에는 로부스타보다 맛의 밀도가 높고 나무 한 그루당 생산량이 적으며 재배지가 주로 산악지대에 분포되어 있어 재배 과정에서 기계를 사용하기 어렵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재배가 편하고 생산원가가 낮은 로부스타

이에 비해 로부스타 품종은 아라비카에 비해 상대적으로 재배가 편리하고 병충해에도 강해 생산원가가 낮은 편이다. 로부스타의 어원인 라틴어 ‘로부스트(Robust)’가 원래 ‘강건한, 건장한, 튼튼한‘ 등의 의미를 가진 말이며 수확량이 많고 병충해에 강해 재배가 어렵지 않다는 뜻에서 기원했다.

아프리카 콩고가 원산지인 로부스타 종은 아라비카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운 24∼26℃에서 잘 자라며 재배지 역시 해발고도 200∼300m의 저지대에 적응되어 있는 품종이다. 강수량 또한 1,500∼2,000mm 정도가 필요하기 때문에 습도가 높은 아프리카 야생산림지대에서 발견되어 전 세계로 전파되었다. 다 자란 성목의 높이는 약 10m에 육박하는데 역시 재배의 편의성을 위해 농가에서는 3∼4m 높이로 유지한다. 로부스타는 아라비카에 대해 단위당 생산성이 높은 편이다. 한 그루당 약 1∼1.5kg 정도의 커피를 수확할 수 있으며 생두의 크기가 아라비카에 비해 다소 작은 것이 특징이다. 색깔 또한 청록빛을 띄는 아라비카와 달리 회색빛과 푸른빛이 어우러져 다소 탁한 느낌을 준다.

강한 쓴맛을 가진 로부스타는 주로 인스턴트커피로 가공된다. 인스턴트커피 음용률이 높은 우리나라 역시 전통적으로 아라비카보다 로부스타 수입량이 더 많은 편인데 생산 원가가 낮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의 인스턴트커피가 이 로부스타 품종을 많이 쓰고 있다. 이탈리아 역시 최다 로부스타 수입국 중 하나로 꼽힌다. 인스턴트커피를 즐기지 않는 이탈리아에서 많은 양의 로부스타를 수입하는 이유는 로부스타 종을 아라비카 종과 블렌딩하면 에스프레소의 묵직한 바디와 깊은 쓴맛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로부스타 품종의 주요 생산국은 인도, 베트남, 콩고, 인도네시아, 우간다 등을 들 수 있다.
 

지금은 거의 사라진 제3의 품종 리베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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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리카는 병충해에 강한 특징이 있지만 재배에 어려움이 많고 아라비카나 로부스타에 비해 품질이 현저히 낮기 때문에 지금은 거의 쇠퇴해가고 있는 품종이다. 아프리카 서부 라이베이라가 원산지이며 성목의 키가 최고 18m까지 자란다. 리베리카는 대부분의 특징이 로부스타와 유사하지만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시기가 일정하지 않아 재배 안정성이 크게 떨어진다. 또한 과육이 두꺼워 가공이 어렵다는 것도 재배를 기피하게 된 요인으로 꼽힌다.

한 때는 말레이시아와 서아프리카 등에서 대량 생산되어 아라비카, 로부스타에 이은 3대 품종으로 불렸으나 재배, 맛, 가격 등에 뚜렷한 장점이 없어 현재는 아프리카 일부 지역과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을 제외하고는 재배되지 않는다. 사실상 언제부터인가 국제적인 거래가 완전히 끊긴 상태로 생산량이나 시장 점유율 자체를 논하기에도 미미한 수준이다.

사실 제대로 커피를 즐기려면 이 정도의 상식은 알고 마시면 더 좋지 않을까. 커피 품종에 대한 설명을 다 듣고 난 지인들은 대부분 “어휴, 커피 한 잔 마시자는데 뭔 공부씩이나!” 하고 웃으며 핀잔을 준다. 그럴 때마다 나는 조선 유생 유한준의 말로 대답을 대신한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커피는 특히, 그렇다!
 

아라비카와 로부스타 비교

구분

아라비카(Arabica)

로부스타(Robusta) 

원산지

에티오피아

콩고

염색체 수

44

22

주요생산국

브라질, 콜롬비아, 에티오피아 등

베트남, 인도네시아, 인도 등

토양

화산 토양

일반 토양

연간 강우량

1,500~2,000mm

2,000~3,000mm

고도

고지대(600~2,000m)

저지대(200~800m)

헥타르당 생산량

15,00~2,000kg

2,300~2,400kg

모양 및 색

넙죽한 타원형, 청록색

둥글고 짧은 타원형, 회색빛 도는 푸른색

특징

기후, 토질, 질병에 민감

기생충, 질병에 강함

카페인 함량

0.8~1.4%

1.7~4.0%

주요 용도

에스프레소, 블렌딩 커피

에스프레소, 인스턴트커피

풍미

풍부한 향미, 고급스러운 신맛

강한 쓴맛, 구수한 맛

세계시장 점유율

75%

25%

 

글. 김정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