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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볶는 마을
[브루잉의 세계] 핸드드립 ①

맛있는 커피를 내리기 위한 3가지 조건

[브루잉의 세계] 핸드드립 ①.

'커피를 탄다. 커피를 내린다.' 앞은 인스턴트커피를, 뒤는 원두커피를 가리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원두커피 저변이 넓어지면서 ‘커피를 내린다’는 말이 익숙해졌습니다. 이제 커피, 하면 자연스레 원두커피를 떠올리게 됩니다. 카페, 편의점에서 즐겼던 원두커피를 집이나 사무실에서 직접 내려 먹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핸드드립뿐 아니라 다양한 커피추출법에 대한 궁금증도 커져갑니다. 커피애호가들을 위해 다양한 브루잉 정보를 정리해 담아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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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추출 방식 중 ‘핸드드립’이라는 명칭을 두고 논란이 일었던 적이 있다. 요지는 ‘핸드드립은 일본식 용어로 바람직하지 않으니 브루잉(Brewing)이라고 해야 옳다’는 것이다. 진위를 떠나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사용해 굳어진 말을 그대로 부르며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더욱이 핸드드립을 브루잉이라고 부르는 것도 맞지 않다. 브루잉은 “커피를 추출한다”는 의미로 커피를 추출하는 모든 방식을 아우르는 용어이기 때문.

중력 이외에 어떤 힘도 작용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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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추출 용어는 침지, 침출, 여과, 투과, 우림, 달임, 가압 등 국가나 단체에 따라 다양하다. 에스프레소 추출이 커피 추출의 대다수를 차지하자, 커피 추출법은 크게 에스프레소와 브루잉으로 나누는 것으로 정착됐다. 따라서 핸드드립을 브루잉의 하나로 받아들이는데 큰 거부감이 없게 됐다. 이런 전제 아래 “핸드드립은 물을 커피가루 사이로 흘려보내되 중력 이외에 다른 압력이나 힘은 작용하지 않도록 추출하는 방식이다”라고 정의하는 게 적절하다. 커피 추출은 가루 입자 표면에 있는 성분을 씻어내는 세정(Washing) 과정과 수용성 물질들이 입자 내부에서 표면으로 이동하는 확산(Diffusion)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세정은 뜨거운 물과 접촉하는 즉시 일어나지만, 확산은 일정한 시간이 경과한 후 진행된다. 

핸드드립한 커피의 맛은 여러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추출 조건이 같을 경우, 물의 온도가 낮으면 신맛과 떫은맛이 강해지고 높으면 쓴맛과 날카로운 맛이 두드러진다. 물의 온도는 로스팅 정도를 고려해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약하게 로스팅 됐다면 섭씨 89~92℃, 중간 정도는 85~88℃, 강하게 로스팅된 경우는 80~84℃가 각각 적절하다. 추출수의 온도와 추출된 커피 용액의 온도는 15~18℃ 차이가 난다. 추출에서 온도를 되도록 높게 유지하기 위해 드리퍼를 서버에 올려놓고 뜨거운 물을 부어 예열한다. 서버를 예열한 물은 잔 예열에 사용한다.5잔은 5분 정도에 추출을 끝낸다. 짧은 시간에 추출된 커피는 밍밍하고 시간이 너무 길어지면 쓰고 텁텁한 맛이 부각된다.

추출 시간도 맛에 영향을 끼친다. 같은 조건에서 추출 시간이 기준보다 길어지면 성분이 과다 추출된다. 일반적으로 2잔은 3분 정도, 5잔은 5분 정도에 추출을 끝낸다. 짧은 시간에 추출된 커피는 밍밍하고 시간이 너무 길어지면 쓰고 텁텁한 맛이 부각된다. 너무 길어지면 쓰고 텁텁한 맛이 부각된다.

로스팅 정도
물 온도 89~92ºC 85~88ºC 80~84ºC

핸드드립의 정수, 불림과 물 붓기 요령

드립용 주전자로 물을 흘릴 때 물줄기가 흔들리지 않도록 한쪽 손은 테이블에 올리고 몸이 움직이지 않도록 균형을 맞춘다. 아울러 주전자를 일정한 속도와 방향으로 움직이고 서버나 드리퍼에 닿지 않도록 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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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불림(Blooming) : 1단계로 물을 흘려 커피가루를 불리는 작업이다. 모든 가루의 추출 출발점을 똑같게 하는 작업이다. 동시에 불림은 커피 성분이 원활하게 추출될 수 있도록 가루 전체를 골고루 적시는 조치이다. 물은 일단 물길이 나면 계속 그 길로만 가려는 성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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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물 붓기(Pouring) : 물줄기를 정 가운데에서 시작해 나선을 그리며 바깥으로 나갔다가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온다. 물 붓는 방식은 다양하지만 커피가루의 비율과 물의 온도, 접촉시간을 맞추면 물 붓는 방식이 맛에 변화를 주는 정도는 크지 않다. 다만 물을 부을 때 물줄기가 가루의 가장자리와 드리퍼의 면이 접한 부분에 닿지 않도록 한다. 가장 자리는 바로 드리퍼에 닿아 있어 물이 커피를 성분을 추출하지 못한 채 서버로 빠지게 된다.
추출에 사용하는 커피가루의 양은 몇 인분을 추출하느냐에 따라 달리한다. 기준점은 커피가루와 물의 비율을 1 대 15로 하는 것이다. 아래와 같이 기준을 잡고, 실제 추출해 맛을 보면서 조건을 바꿔나가면 된다.

1인분 2인분 3인분
커피 10g에 150㎖ 붓기 커피 20g에 300㎖ 붓기 커피 30g에 450㎖ 붓기

드리퍼의 물리적 구조를 파악하고 향미를 추측하라

드리퍼(Dripper)는 종이필터를 놓고 커피가루를 담는 기구이다. 형태와 구조에 따라 같은 커피를 사용해 추출했더라도 맛이 달라진다. 드리퍼 내부는 리브(Rib)가 결처럼 나 있는데, 모양과 길이에 따라 물의 흐름과 가스의 배출에 영향을 주면서 다양한 맛을 낸다. 플라스틱, 동, 도자기 등 재질에 따라 보온성이나 경제성, 편리성 등 장단점이 있다. 커피를 추출할 수 있는 양에 따라 1~2인용, 3~4인용, 5~6인용 등으로 구별하기도 한다. 드리퍼는 칼리타, 멜리타, 고노, 하리오 등 4종류가 널리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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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멜리타(Melita) : 드리퍼 바닥 중앙에 추출구가 1개 있다. 구멍의 지름은 3mm 정도이다. 드리퍼가 사다리꼴이며 내부에 리브가 직선으로 나 있다. 물과 접촉하는 시간이 길어서 바디감이 상대적으로 묵직하게 느껴진다. 너무 오랜 시간 물과 접촉하면 텁텁한 맛과 쓴맛이 강하게 드러난다.

2) 칼리타(Kalita) : 추출구가 3개이다. 구멍의 지름은 5mm 정도이다. 리브는 멜리타보다 길게 드리퍼의 위까지 나 있다. 멜리타에 비해 추출속도가 빨라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맛을 연출한다.

3) 고노(Kono) : 멜리타와 칼리타보다 추출구가 큰 것(지름 15mm 정도)이다. 물 빠짐이 빨라 물 붓기로 추출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따라서 맛의 연출이 멜리타와 칼리타보다 자유롭다.

4) 하리오(Hario) : 리브가 나선형이며 드리퍼의 끝까지 나 있다. 추출구가 고노보다 좀 더 크다. 구멍의 지름은 18mm 정도이다. 

(다음호 계속)

제공 및 출처 | 커피비평가협회(www.ccacoffee.co.kr), 《이유있는 바리스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