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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리에
[드로잉 에세이]

언제쯤 강아지를 키울까

강아지 키우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그렇게 키우고 싶으면 키우면 되지, 라고 쉽게들 말한다. 지인들 중 상당수가 강아지를 키운다. 심각하게 고민을 하지 않은 건 아니다. 하지만 평일 낮에 돌봐줄 사람도 없이 하루 종일 집에서 주인을 기다릴 강아지를 생각하면 나 좋자고 키우는 건 선뜻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저 지인들의 강아지를 내 강아지 삼아 영상을 통해 위안을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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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강아지들 소식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방구석에 슬픈 표정의 갈색 푸들이 두 발로 서 있는 사진이 단톡방에 올라오면서 하루가 시작됐다.

- 뽀시기가 이불에 쉬해서 벌서고 있어

- 오늘은 방 출입금지 시켰더니 문 밖에서 저렇게 슬픈 표정으로 계속 쳐다보고 있어 ㅋㅋ

- 호빵이는 털 깎았다고 삐져서 지 동굴 속에 들어가서 안 나와 ㅎㅎ

- 먼지는 사람을 너무 좋아해. 산책 나가면 아무나 다 따라간다니까. 불러도 본체만체해
 

친척 단톡방에 가족들 안부는 뒷전이고 각자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들의 근황이 매일 올라온다.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고 졸졸졸 따라 다니며 주인과 교감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입꼬리가 절로 올라간다.

“아유~~ 귀여워~~!!!” “너무 귀여운데!!!” “표정 봐~ 완전 사람이네. 곧 말도 할 것 같아~~” 난 고작 이런 댓글만 무한 반복한다. SNS에 올라오는 사진들을 수시로 들여다보고 확대해보기도 하며 흐뭇하게 미소 짓곤 한다.

 

동물을 좋아하다보니 관련 책이나 영화도 즐겨본다. 심지어 개와는 전혀 상관없는 내용의 안톤 체호프의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은 제목에 낚여 봤을 정도. 바바라 오커너의 소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졸지에 살던 집을 잃어버린 어린 소녀가 가족이 함께 살 집을 마련하기 위해 개를 훔치기로 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이 따뜻하게 펼쳐진다. 우리나라에서 영화로도 제작되었는데 출연한 강아지뿐만 아니라 어린아이들까지 너무나 사랑스러워 한동안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소설 속 주인공이 훔칠 적당한 개를 찾기 위한 규칙이 첫째, 너무 시끄럽게 짖지 않아야 한다. 두 번째, 물지 않아야 한다. 세 번째, 가끔은 개 혼자 밖에 있어야 한다. 네 번째, 주인의 사랑을 듬뿍 받는 개여야 한다. 아무도 관심 없는 늙어빠진 개는 안 된다. 다섯 번째, 개 주인은 개를 돌려받기 위해 돈을 펑펑 쓸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큰 집에 살면서 리무진이나 그 비슷한 것을 타고 다니는 사람이면 좋다. 다섯 가지 조건에 맞는 개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소녀의 모습이 사랑스럽기도 하고 사람 중심의 이기적인 생각인 것 같아 ‘웃프기(웃기고 슬프기)’도 했다.
 

<플랜더스의 개>, <벨과 세바스찬>, <말리와 나>, <돌아온 벤지> 등 동물 관련 영화에 등장한 주인공들은 내 마음 속 강아지들이다. 강아지 관련 TV프로그램들도 찾아보며 반려견들의 문제 행동들에 대한 해결 방법을 고민해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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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아이들도 강아지를 무지 좋아한다. 강아지 키우는 친척집에 방문하면 서로 안아보겠다고 순서 다툼을 하곤 한다. 이 사람 저 사람 품에 안겨있거나 끊임없는 공놀이에 오히려 지쳐버린 강아지가 제 집으로 숨어버릴 정도다. 여느 집처럼 아이들이 어렸을 때 가끔 강아지 키우고 싶다고 조르기도 했지만 다들 바쁘게 지낸 터라 심각하게 고민하지는 않았다. 이제 다들 장성해 각자의 생활을 하니 허전하다.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는 마음이 갈수록 커지는 건 그만큼 외로움이 깊어지기 때문일까. 이런 내 모습도 집착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렸을 적 집에는 언제나 개가 있었고 고양이도 가끔씩 키우곤 했다. 강아지가 사랑스러운 건 말할 필요도 없고 고양이는 낯설고 어려우면서도 사랑스러운 존재였다. 어린 내가 낮잠을 자고 있으면 팔 안쪽에 턱을 올리고 잠을 자던 아기고양이의 숨소리가 어찌나 평화롭던지 잠에서 깨고 나서도 한참을 움직이지 않은 채 가만히 콧김을 맡고 숨소리를 듣곤 했다. 오래된 기억이 여전히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따뜻한 체온과 쌕쌕거리는 숨소리가 그립다.
 

고양이라도 키워볼까? 몇 년 전 재미있게 본 영화가 문득 떠오른다. 마음에 생긴 구멍을 메우기 위해 외로운 사람들에게 고양이를 빌려주는 일본 영화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를 보고 한동안 입에 ‘네코네코~’가 종일 맴돌곤 했다. 문득 사요코가 빌려줄 고양이를 태우고 밀고 다니는 수레가 집 앞을 지나가는 상상을 해본다. 고양이든 강아지든 빌려주는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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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를 키우기 위해서는 부지런해야 한다고들 한다. 매일 산책도 시켜야 하고, 털도 빗겨 줘야 하고, 같이 놀아주기도 해야 한다. 365일 중에 360일을 털갈이를 하기 때문에 청소는 수시로 해야 한다. 자주 짖기라도 한다면? 여러 단점을 생각하고라도 언젠가는 강아지를 키울 것이다. 퇴직하고 나면 이루어질 확률이 높다. 따뜻한 체온과 쌕쌕 숨 쉴 때의 콧바람, 초롱초롱한 눈망울은 생각만으로 마음이 몽글몽글 따뜻해진다.
 

강아지를 키우면 좋은 이유 중 하나는 사람도 건강해진다는 것이다. 운동을 싫어하는 친구도 키우는 강아지 때문에 하루 두 번 강제 산책을 당한다고 한다. 덕분에 본인 건강도 좋아졌다며 강아지가 효녀라고 자랑하는 팔불출이 되었다. 중년의 우울감을 느낄 겨를도 없다며 강아지 키우기를 적극 권장한다. 여행을 가거나 집을 비워야 할 때 제약이 따르지만 가족이기에 그 정도의 불편은 기꺼이 감수한다고 말한다.

 

사람과 불통인 경우가 많다. 특히 가족과의 불통은 힘들다. 오롯한 내편이 있다는 것이 큰 힘이 될 것 같다. 매일 사진으로나마 위안을 주는 ‘호빵이, 뽀식이, 먼지, 깜지’ 등 댕댕이들아, 고마워. 너희가 있어서 행복하다. 나중에는 더 예쁘게 그려줄게.
 

글 | 조경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