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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 여행] 홍천 힐리언스 선마을

안녕, 가을

서울을 벗어나는데 꽤나 시간이 지난 것 같았다. 사방을 둘러보니 빨갛게 물든 산이 반기기 시작했다.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길을 지나가니 형광색의 샛노랑이 조명을 비추는 듯했다. 서울에서는, 도시에서는 보지 못한 빛깔.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사람의 모습도 달라지듯이 어디에 있는 나무냐에 따라 색깔도 향기도 달라지나 보다. 

홍천에 도착해 속세와 떨어진 ‘힐리언스 선마을’로 굽이굽이 들어갔다. 핸드폰도 터지지 않는 곳. 일행과의 연락도 프론트 메모장에 남겨야 한다. 아직 만나지 못한 일행에게 ‘언니, 우리 2층 카페에 있어요’라는 메모를 남기고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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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을 바라보니 햇볕이 키우고 바람이 꽃꽂이 한 붉은 산과 갈대숲이 장관처럼 펼쳐졌다. 빨갛고 노란 빛깔로 색칠을 하고 파란 하늘이 높다랗게 지켜보고 있다. “아... 예쁘다.”
모닥불로 ‘불멍’을 하며 머리를 식히려 했는데, 단풍을 보면서 그새 복잡했던 머리가 식는 것 같다. 하나하나 눈에 담으니, “오-매, 단풍 들것네.” 김영랑 시인의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벚꽃은 따뜻한 곳에서부터 피고, 단풍은 추운 곳에서부터 물든다. 추워지니 옷을 바꿔 입는 이 신기한 자연의 섭리는 지구에 무슨 일이 일어나도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좋다. 변하지 않는 게 있다는 것이. 내년에도, 후년에도 이렇게 변함없이 깨끗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눈앞에 나타나면 좋겠다. 

거기 그대로만 있어줘. 내가 다시 찾아올게.
핸드폰도 터지지 않는 이 숲속 마을로, 가을이 되면 다시 올게.

그림/글 | 배은정
배은정 님은 방송국에서 일하고 있으며 여행지에서 그림을 그리는 게 취미입니다. 사진보다 그림으로 아름다운 순간을 남기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