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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과 친구하기] 산국

산자락에 쌓아올린 황금빛 성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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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산이 붉게 물들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붉은색 일색이라면 우리 눈은 쉬 피로해지고 말 것이다. 가을 산이 아름다운 건 여러 색이 어우러지기 때문이다. 그중 숲 가장자리를 채색하는 빛깔로 산국의 노란색을 빼놓을 수는 없다.
누렇게 익어가는 벼와 들녘의 황금빛을 모두 빨아들여 산자락에 성채를 쌓아 올린 듯한 산국의 샛노란 꽃물결은 자못 몽환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그곳에선 삶의 박절함 따위는 다 사그라지고 풍요롭고 안온한 느낌으로 가득찰 것만 같다.  

산국은 전국의 양지바른 산야에 자생하는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높이 1~1.5m 정도 자라며 가지가 많이 갈라지고 전체에 짧은 흰털이 많다. 잎은 깃 모양으로 갈라지고 가장자리에 굵은 톱니가 있으며 표면과 뒷면에 털이 있다. 9~10월 가지 끝과 원줄기 끝에 지름 1.5cm가량의 노란 꽃이 우산모양꽃차례에 여러 송이씩 모여 피며 꽃에서 향기가 난다.  

꽃 크기가 감국에 비해 작은 편이다. 꽃을 말려서 술을 빚거나 차로 이용하며, 차로 마시면 감기 예방 및 주취 해소에 도움이 된다. 한다. 한방에서는 산국과 감국의 말린 꽃을 ‘야국화(野菊花)’라 부르며 두통, 현기증, 풍열감기, 폐렴 등을 다스리는 약재로 쓴다.

산국

지구에 존재하는 모래알보다
천공에 떠도는 별의 수효가
더 많다던가
그중 단 하나도 들여다볼 수 없는
그 캄캄한 무량수를 들먹이느니
지금 내 망막에 빛무리를 앉히는
꽃이나 헤집겠다

 

시월 산비탈마다
황금빛 성채를 쌓은
산국
저 무량한 빛의 아우라에
휘감기고 말겠다

시·글·사진 | 정충화
정충화 님은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식물해설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한눈에 척척 식물, 나무의 이름을 불러줍니다. 2008년 계간 《작가들》 신인 추천으로 등단해 시집 《누군가의 배후》(2013), 《봄 봐라, 봄》(2020), 시화집 《환몽(공저)》, 산문집 《삶이라는 빙판의 두께》(2019), 식물시집 《꽃이 부르는 기억》(2021)을 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