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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과 친구하기] 개망초

단아한 자태, 지천으로 피었네

먹이나 먹물로 그린 그림을 ‘묵화(墨畵)’라고 부른다. 채색 없이 먹의 농담만으로 그려내는 그림으로, 사군자라 일컫는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를 주요 소재로 삼는 동양화를 말한다. 유화나 수채화가 화려한 색감이 돋보이는 데 반해 묵화는 정갈하고 담백한 느낌이 든다. 꽃 그림의 경우 알록달록한 꽃보다는 수수한 흰 꽃이 묵화에 훨씬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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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망초가 지천으로 피어나는 계절이다. 시골의 논과 밭둑은 말할 것 없고 주택가 공터에서도 개망초꽃을 쉽게 만날 수 있다. 특히 농촌의 휴경지나 유휴지를 뒤덮은 개망초의 흰 꽃무리를 만나면 마음이 절로 정결해지는 느낌이다. 지나치게 흔해서 외려 천대받는 꽃이지만 나는 이 개망초를 좋아한다. 단아한 자태가 꼭 수줍은 처녀를 보는 듯해서다.

개망초는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국화과의 두해살이풀이다. 6~7월 가지와 원줄기 끝에서 꽃이 핀다. 관상화(管狀花; 꽃잎이 서로 달라붙어 대롱 모양으로 생기고 끝만 조금 갈라진 작은 꽃)로서 가운데가 샛노랗고 가장 자리가 흰색인데, 모양이 계란을 닮아 ‘계란꽃’으로도 불린다. 북아메리카 원산의 귀화식물로 한일병탄 무렵 유독 많이 피어 나라를 망하게 하는 풀이라 하여 이름 붙었다는 ‘망초’의 유사종이다.

이른 봄 돋는 뿌리잎을 나물로 먹을 수 있으며 염료재로 이용하기도 한다. 개망초 꽃을 따서 소금물에 씻어 물기를 빼고 찜기에 살짝 찐 뒤 그늘에서 말려 차로 마시면 향이 그윽하다.

한방에서는 전초 또는 뿌리를 ‘일년봉’이라 부르며 소화불량, 장염, 전염성 간염, 혈뇨 등의 약재로 쓴다고 한다.

 

식물과친구하기_개망초2.JPG

묵화(墨畵)

 

개망초 꽃 위에

먹부전나비 앉아 있다

날갯짓도 없이

바람의 흔들림을

두 날개로 붙들어 맨 채

묵상 중이다

개망초 노란 암술 더미에

주둥이를 박고서

꿀을 갈아

등판에 줄무늬 그림 한 점

그려넣는다

 

오후의 햇살이

가만가만

배접을 한다

 

 

글·사진·시 | 정충화
정충화 님은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식물해설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한눈에 척척 식물, 나무의 이름을 불러줍니다. 2008년 계간 《작가들》 신인 추천으로 등단해 시집 《누군가의 배후》(2013), 《봄 봐라, 봄》(2020), 시화집 《환몽(공저)》, 산문집 《삶이라는 빙판의 두께》(2019)를 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