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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여행] 오스트리아 호엔잘츠부르크 성

모차르트의 도시, 잘츠부르크

프랑스 칸에서 출장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 오래 전부터 염원하던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로 향했다. 나에게 오스트리아는 사람으로 먼저 각인된 나라이다. 새하얀 얼굴에 주근깨가 비치고 금발을 찰랑이며 환하게 웃던, 알프스 소녀처럼 해맑았던 그 친구 덕분에 오스트리아는 내게 ‘꿈의 나라’가 되었다.

잘츠부르크는 유럽에서도 가장 유럽다운 도시로 불린다. 구시가지에는 건물들이 예전 모습 그대로 잘 보전되어 있다. 시내 중심인 게트라이데 거리(Getreidegasse)에 숙소를 잡았는데, 무려 150년 된 집이라며 주인장이 자랑하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짐을 풀지도 않고 한껏 멋을 내고 음악당을 찾아 나섰다.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도시, 골목을 구비 구비 걸어 들어갔는데 크고 높은 담으로 둘러싸인 골목에 들어서자 갑자기 길 찾기 앱이 말을 듣지 않았다. 미로 속을 그렇게 계속 헤매다 지쳐 발걸음을 멈췄다. 순간 어디선가 음악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핸드폰을 끄고 음악소리를 따라 광장의 골목길을 되짚어 가보았다. 모차르트 음악이 연주되고 있는 화려한 음악당이었다.

그래, 잘츠부르크는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다. 게트라이데 거리에 있는 노란색 모차르트 생가부터 모차르트를 주제로 다룬 상품들이 도시 곳곳에 있다. 성당의 종소리도 모차르트 음악이니 도시 전체가 모차르트와 그의 음악으로 이루어진 무대 같다. 천장의 벽화가 아름다운 음악당에서 만찬을 즐기며 모차르트의 오페라를 듣고 있자니 마치 그 시대로 시간여행을 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잘츠부르크는 도시 자체는 크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큰 건물들에 좀 놀랐다. 게트라이데 거리는 유럽 특유의 아담하고 줄지어진 예쁜 건물들이 돌담길처럼 이어져 있고, 각종 상점들이 있어 운치를 더했다. 반면 레지덴츠 광장에서부터 잘츠부르크대성당과 그 뒤를 이어 있는 호엔잘츠부르크 성까지 펼쳐진 건물은 그 크기와 위엄이 대단했다.

잘츠부르크 대성당은 모차르트가 세례를 받고 오르간도 연주했던 곳이다. 6천개의 파이프가 들어 있어 유럽에서 가장 큰 오르간이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그 앞쪽의 미라벨 궁전은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도 나온 정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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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니쿨라(산악기차)를 타고 호엔잘츠부르크 성에 올랐다. 잘츠부르크 어디서든 볼 수 있는 높고 커다란 성. 마치 이곳을 지키려는 기사처럼 잘츠부르크 전체를 감싸고 감시하고 있는 성 같다. 광산 같은 터널을 지나 성 꼭대기에 다다르니 잘츠부르크 전체가 한 눈에 들어왔다. 구 시가지와 신시가지를 가르는 강줄기를 따라 아담하고 반듯한 건물들이 그림처럼 펼쳐졌다. 이런 도시에 살면 나도 예술혼이 불타오를 듯했다.

성 꼭대기에서 30분이 넘게 오스트리아의 전경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 아름다운 도시가 이렇게 그대로 남아 있어서 참 고맙다고.

그림/글 | 배은정
배은정 님은 방송국에서 일하고 있으며 여행지에서 그림을 그리는 게 취미입니다. 사진보다 그림으로 아름다운 순간을 남기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