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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손인수
에디터 오형석 조경숙 김정현
디자인 이동휘 김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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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카페 2020.10 | Vol.11
월간 카페人  /  제11호  /  찻잔 스토리텔링
찻잔 스토리텔링
[음료기행] 블루베리

사랑하는 연인들의 보랏빛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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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 포스터

미국 뉴욕의 한 카페. 영업이 끝날 즈음, 한 여자가 들어온다. “이 열쇠, 그 사람 오면 전해줄래요?"

왕가위 감독이 만들고 2008년에 개봉한 영화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My Blueberry Nights)>는 이렇게 시작한다. 카페 주인 제레미(주드 로)는 단골손님이 뭘 즐겨먹는지 일일이 꿰고 있다. 문 닫을 시간에 들어와서는 다짜고짜 열쇠를 건네는 엘리자베스(노라 존스)의 모습을 보고 단번에 실연당한 것을 알았다. 그녀의 애인이 누군지도 알만했다. 카페 근처 2층에 사는 남자다. 
제레미는 손님들이 맡겨놓은 열쇠로 가득한 유리항아리를 보여준다. 
“사람들 사는 게 다 그렇죠.”
엘리자베스는 오래도록 찾지 않는 열쇠를 왜 버리지 않고 있냐고 묻는다. 
"열쇠를 버리면, 그 문은 영원히 닫히게 될 텐데, 그걸 내가 정할 수는 없죠."

제레미는 CCTV를 가리키며 내겐 일기장 같은 거라고 말한다. “되돌려 보면 내가 놓친 게 너무 많다고 느끼거든요.” 엘리자베스가 CCTV를 보여 달라고 한다. 카페에 들른 애인의 얼굴이 보고 싶어서다. 화면을 보며 여자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제레미가 블루베이 파이를 건네며 위로한다. 
“블루베리 파이가 매일 밤 아무에게도 선택되지 못하고 고스란히 남겨지는 것이 누구 잘못도 아니듯이, 어떤 일에는 아예 이유가 없어요.” 
여자는 입술에 파이 조각을 묻힌 채로 테이블에 머리를 누이고 잠이 들었다. 남자는 파이 조각을 닦아주고픈 충동을 느낀다.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는 블루베리의 보라색 느낌이 물씬 풍긴다. 시작과 끝 부분에 여주인공이자 세계적인 재즈 가수인 노라 존스가 부른 주제곡 ‘The Story’의 선율을 배경으로 보라색 블루베리와 흰색 생크림, 우유, 각종 과일이 섞이는 장면이 등장한다. 영화의 결말을 예시하는 장면이기도 하지만 음악과 색감의 조화가 일품이다. 

안토시아닌을 품은 ‘세계 10대 슈퍼푸드’

블루베리의 보라색은 안토시아닌과 관련이 깊다. 보라색 색소인 안토시아닌은 비타민보다 2.5배, 토코페롤보다 5~7배, 사과보다 3배 이상 항산화 효과가 뛰어나다. 눈의 피로 회복이나 시력회복에도 좋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노화로 인한 기억력 감퇴에도 효과가 있고, 알츠하이머병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블루베리에는 안토시아닌이 포도보다 30배 이상 많이 함유되어 있어 타임지 선정 ‘세계 10대 슈퍼푸드’에 포함되기도 했다. 참고로 10대 슈퍼푸드는 블루베리, 아몬드, 브로콜리, 버터호두호박, 밤콩, 케일, 귀리, 오렌지, 연어, 플레인 요구르트 등이다. 블루베리는 다양한음식의 식재료로 활용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파이, 머핀, 아이스크림 등을 들 수 있다. 최근에는 음료로 만들 수 있는 블루베리 파우더 제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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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베리라떼

보라색(purple)은 강렬한 빨간색과 우아한 파란색이 어울린 색으로 고귀한 느낌을 선사한다. 누구나 소중한 존재이지만 이를 느끼지 못하고 주눅 들거나 스스로를 학대하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사회적이고 관습적인 영향 탓에 차별받는 것을 당연시하는 경우도 현재진행형이다. 굴레의 껍질을 벗고 당당하게 제 모습을 드러내었을 때, 그게 바로 보라색이 아닐까. 어느 광고 카피처럼 “당신은 소중하니까요.”

보라색이 찜찜한 당신에게

스티븐 스필버그가 퓰리처 상 수상작인 앨리스 워커(Alice Walker)의 원작을 1985년 영화로 만든 <컬러 퍼플>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영화에서 보라색은 자존감을 상징한다. 셀리(후피 골드버그)가 선망의 대상이었던 셕(마가렛 에이버리)에 의해 자신이 사랑과 존경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임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보라색은 경영학에서도 차용되고 있다. 치열한 경쟁을 해야만 하는 시장인 레드오션(red ocean), 남보다 먼저 자리를 잡아 경쟁자가 없는 시장인 블루오션(blue ocean)을 조합한 퍼플오션(purple ocean)이 그렇다. 퍼플오션이란 한 마디로 발상의 전환을 통해 레드오션을 회피하지 말고 그 속에서 차별적 요소를 적용해 만드는 블루오션을 뜻한다. 보라색이 창의, 혁신을 상징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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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보라색을 다소 우울한 색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개개인에 따라 선호하는 색깔이 다르겠지만, 어떤 선입견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에서 언급되는 보라색이 그렇다. 이게 소녀의 죽음을 암시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한 인터넷 게시판에 그저 보라색이 좋아서 사용한 것뿐이라는 황순원 작가의 인터뷰 내용을 소개해 누리꾼들 사이에 화제를 모았다. 작품을 읽고 해석하는 것은 다를 수 있는데, 주입식 교육으로 무리하게 일반화했다는 비판이 뒤를 이었다. 인터뷰 내용의 진위와 문맥을 따져봐야겠지만 ‘보라색=우울함’의 등식에서 벗어나도 좋을 듯하다. 그저 보라색이 좋지만, 이런 선입견 탓에 쉽게 옷을 고르지 못했다면 이제 그런 찜찜함을 털어내자.

‘블루베리 파이 먹고 갈래요?’

다시 영화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로 돌아온다. 엘리자베스는 실연의 상처를 잊기 위해 뉴욕을 떠난다. 낮에는 식당, 밤에는 술집에서 일을 한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불면의 밤이 두려워서였다. 일하는 짬짬이 여자는 남자에게 엽서를 보낸다.

어떤 남자는 그 여자를 버렸고, 어떤 남자는 그 여자를 찾는다. 제레미는 그녀를 그리워한다. 그녀가 일하고 있다는 레스토랑을 수소문해서 어렵게 그녀와 통화한다. “내가 말동무가 필요해서요.”

뉴욕을 떠난 지 300일째 되는 날. 엘리자베스는 뉴욕으로 돌아와 제레미의 카페에 들어선다. 1년 만의 만남이지만 둘은 전혀 어색하지 않다. 여자는 맡겨 논 열쇠는 필요 없으니 버리라고 말한다. 제레미가 자리를 권하고 블루베리 파이를 건넨다. 매일 팔리지 않아도 그녀를 위해 매일 만들었다고…. 엘리자베스는 1년 전 그 날처럼 테이블에 얼굴을 눕히고 잠이 든다. 그녀의 입술에 묻은 블루베이 파이 조각. 제레미는 입술을 포갠다. 블루베리 파이는 이들의 새로운 사랑을 만들어준 매개체였던 셈이다.

블루베리 언덕의 추억

사랑의 매개체이긴 했지만 안타까운 이별을 상징하는 노래도 있다. 미국의 전설적 리듬 앤 블루스 가수 팻 도미노(Fat Domino)가 부른 <Blueberry Hill>. 그렇지만 선율과 가사는 애절하지 않다. 이루지 못한 첫사랑을 떠올리면 가슴이 아프지만, 그때의 추억은 행복한 미소를 품게 하는 것처럼.

팻 도미노는 흑인이 팝의 주류로 부상하는 데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해준 인물이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흑인 가수의 노래가 전국 라디오 방송의 전파를 타는 것이 금기시되었다. 그러나 그의 노래는 큰 인기를 끌었고, 결국 라디오의 빗장을 열게 했다.

<Bluberry Hill>은 1957년 빌보드 차트 2위에 올랐고, 이후 엘비스 프레슬리, 클리프 리차드, 엘튼 존, 레드 제플린, 루이 암스트롱 등도 이 노래를 리메이크해 불렀다. 저마다 음색이 독특해 각각의 노래를 듣노라면 다양한 보랏빛 향기기 퍼지는 듯하다. 루이 암스트롱은 묵직하게, 엘비스 프레슬리는 경쾌하게, 클리프 리차드는 쿨하게, 엘튼 존은 맑게, 레드 제플린은 상쾌하게 블루베리 언덕의 향기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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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베리 힐에서 가슴이 뭉클했네 
I found my thrill on blueberry hill

블루베리 힐에서 그대를 만났을 때
On blueberry hill when I found you

블루베리 힐에서 달은 계속 멈춰 있었고
The moon stood still on blueberry hill

나는 소원이 이뤄질 때까지 서성이고 있었지
And lingered until my dreams came true

바람은 버들가지를 흔들어 
The wind in the willow played 

달콤한 사랑의 멜로디를 들려주지만
Love's sweet melody

우리의 모든 맹세는 
But all of those vows we made

이루어지지 않았네
Were never to be

우리는 헤어졌지만 그대는 아직 내 맘 속에 남아있네
Though we're apart, you're part of me still

블루베리 힐에서 그대가 내 맘을 설레게 했기에
For you were my thrill on blueberry hill

_ 노래 'Blueberry Hill'

 

블루베리가 농가소득을 높여주는 작물로 인기를 모으면서 우리나라에도 블루베리 농장이 많이 생겼다. 봄이면 블루베리 꽃이 피고, 보랏빛 열매를 품을 터. 블루베리 열매가 익어가는 계절에 그곳에 가고 싶다. 보름달이 비추는 저녁이면 더욱 좋겠다. 거기서 누군가를 만난다면….

 

블루베리 건강백서

블루베리는 월귤나무의 일종으로서, 지구 북반구를 중심으로 150종 이상이 자생한다. 로부시(lowbush), 하이부시(highbush), 래비트아이(rabbiteye) 블루베리 등 3가지 품종이 주종을 이룬다. 본래 인디언들이 블루베리를 식량과 약용으로 이용해왔다. 20세기 초 미국에서는 블루베리 재배, 가공산업이 국가적 사업으로 육성되기도 했다. 

블루베리에는 안토시아인, 식이섬유, 칼슘, 철, 망간 등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특히 안토시아닌은 항산화, 눈 피로 회복 및 시력 개선, 기억력 감퇴 예방, 심장질환 예방, 복부 지방 감소 등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글 | 손인수(카페인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