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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볶는 마을
[커피칸타타] 카페메뉴가 궁금해

커피와 물, 우유가 만든 변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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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

지난 시간엔 미국이 세계 최초로 인스턴트커피를 발명한 사연을 살펴봤습니다. 인스턴트커피가 등장하면서 커피는 저변을 더욱 넓히며 대중음료로 사랑을 받게 됩니다. 커피 소비가 늘어나면서 메뉴도 다양해졌습니다. 카페에 가면 발음하기도 어려운 메뉴들도 자주 보게 됩니다.

카페人사실 명칭만으로 그 음료가 뭔지 알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그럼 이번에는 용어풀이를 해주시나요?

먼저 에스프레소입니다. 1940년대 이탈리아에서 압력을 가해 커피 성분을 짜내듯이 농도를 진하게 추출한 것이죠. 에스프레소가 등장하면서 다양한 메뉴들이 등장합니다. 에스프레소에 물을 섞으면 아메리카노인데, 에스프레소를 어떻게 추출했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집니다.

카페人에스프레소에 따라 아메리카노 맛이 어떻게 달라지나요?

기준 에스프레소보다 짧은 시간에 추출한 에스프레소인 리스트레토(Ristretto)는 한층 농축돼 있고 산미가 상대적으로 많습니다. 반대로 추출 시간을 기준보다 길게 해서 추출량이 기준보다 2배 많은 룽고(Lungo)는 상대적으로 산미가 적고 여운이 길게 이어집니다. 
한편 에스프레소를 두 잔을 뽑은 것을 도피오(Doppio)라고 합니다.

카페人보기엔 모두 다 아메리카노 같은데, ‘오늘의 커피’ 또는 ‘브루드(Brewed) 커피’라는 명칭이 있더라고요. 아메리카노와 다른가요?

에스프레소에 물을 탄 것이 아니라 드립커피에 물을 탄 것을 뜻합니다. 브루(brew)는 커피에서는 ‘끓이다’는 뜻이지만 와인에서는 양조하다는 뜻으로 쓰입니다. 예전 1990년대 일부 책에서는 브루잉을 ‘양조(발효해 술을 만드는)’로 번역해 “커피를 양조하다”로 오역한 일도 있지요.

브루잉에 대한 오해가 많은데요. 원래 커피를 추출하는 것에 대한 총칭이 브루잉입니다. 에스프레소가 차지하는 비중이 80~90%로 높다보니 에스프레소가 아닌 추출을 브루잉 커피로 부릅니다.

카페人어느 매장을 가니까 아메리카노는 없고, 비슷한 게 ‘롱블랙’이라는 메뉴도 있던데요.

롱블랙(Long black)은 호주식 아메리카노입니다. 물에 에스프레소를 조심스럽게 따라 되도록 크레마를 그대로 살린 것이지요. 사실 아메리카노와 큰 차이는 없어요. 요즘 아메리카노도 대체로 롱블랙 방식으로 만듭니다. 호주에서는 에스프레소를 ‘숏 블랙’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카페人카푸치노는 명칭에 어떤 재료가 들어가는 지에 대한 힌트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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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푸치노

카푸치노는 에스프레소와 함께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메뉴인데요. 17세기 오스만제국이 빈을 침공했을 때 카푸친(Capuchin)수도회의 마르코 다비아노 수사는 오스트리아 병사들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오스만제국이 퇴각하고 남긴 커피를 발견하고, 너무 써서 우유와 꿀을 넣어 마셨던 게 카푸치노의 유래라는 설이 있습니다. 카푸친 수도사들의 옷 색깔과 모양에서 이 이름을 따왔다고 합니다. 카푸치노는 에스프레소에 우유가 들어간다는 점에서는 카페라테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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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푸친 수도회 수도사

카페人그럼 카푸치노와 카페라테는 뭐가 다른가요?

1971년 시애틀에 스타벅스가 문을 열면서, 미국에서도 에스프레소 머신을 본격적으로 사용합니다. 당시 카푸치노 형태의 메뉴는 미국 사람들을 매료시켰는데, 기억하고 발음하기 쉬운 '카페라테'라는 명칭으로 퍼졌습니다. 그러다 2007년 이탈리아 정부가 '이탈리아 정통 카푸치노'에 대한 기준을 선언합니다. 현재 같은 양의 우유를 사용해도 거품을 많이 내면 카푸치노, 상대적으로 거품이 적으면 카페라테로 한 것이죠. 또한 카푸치노는 시나몬이나 초콜릿을 토핑하고, 카페라테는 유리컵에 담는 것으로 굳어지게 됩니다.

 

카페人마키아토에도 우유가 들어가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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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토

마키아토는 에스프레소에 거품을 낸 우유를 조금 넣은 음료입니다. ‘표시한, 얼룩진’이라는 마키아토(Macchiato)의 뜻처럼 에스프레소 30㎖에, 우유를 한 스푼(15ml)을 떠서 살짝 얹은 것입니다. 카푸치노보다 진하고 에스프레소보다 부드럽지요.

카페人한때 비엔나커피도 유행했는데요, 이것도 우유가 푸짐하게 들어가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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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커피. 비엔나에서는 ‘아인슈패너’로 부른다. by Alex1011, wikimedia(CC BY-SA)

우유는 우유인데요. 물기를 날려 보내고 질소나 탄산가스를 넣은 휘핑크림입니다. 이처럼 비엔나커피(Vienna Coffee)는 아메리카노에 휘핑크림(17세기에는 드립커피에 휘핑크림)을 넣은 음료입니다. 차가운 생크림의 부드러움과 뜨거운 커피의 쌉싸래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죠. 휘핑크림 대신 생크림과 시럽을 넣기도 합니다.그런데 비엔나에서는 비엔나커피가 아니라 ‘아인슈패너(Einspanner)’로 부릅니다.

카페人이탈리아에도 휘핑크림을 올린 커피가 있잖아요?

카페 콘 판나(Cafe Con Panna)입니다. 아메리카노가 아니라 에스프레소에 휘핑크림을 얹은 거죠. 콘(Con)은 ‘~을 넣은’, 판나(Panna)는 ‘생크림’을 뜻합니다. 커피 본연의 쌉쌀한 맛과 향기를 좀 더 즐기기 위해 비엔나커피를 변형했습니다. 기호에 따라 우유를 첨가하거나 설탕, 시럽, 다양한 토핑을 얹어 마십니다.

카페人국가에 따라 커피 메뉴가 다소 다르게 발전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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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즈베를 이용한 터키 전통 커피(CC BY-SA)

그 나라의 문화와 환경을 반영하지요. 이탈리아의 카페 로마노(Romano)는 에스프레소에 레몬을 곁들이는 음료이고, 쿠바의 카페 쿠바노(Cubano)는 에스프레소를 추출할 때 커피가루에 설탕을 섞어 추출합니다. 베트남의 카페 사이공(Saigon)은 연유를 넣은 컵에 베트남식 커피 드리퍼인 핀(Phin)으로 추출한 커피를 섞어 마십니다. 미국의 레드 아이(Red eye)는 드립커피에 에스프레소를 섞은 겁니다. 터키시 커피(Turkish Coffee)는 터키 전통 커피로, 체즈베(Cezve)라는 기구에 물에 커피를 넣고 끓여 우려냅니다.

(다음호 계속)

글 | 커피비평가협회(www.ccacoff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