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 카페人  
커피 볶는 마을
[커피칸타타] 커피는 언제부터 마셨을까?

아프리카의 열매, 예멘에서 재배 시작

새로 연재를 시작하는 <커피칸타타>는 커피의 역사, 산지, 각국의 커피문화 등 다양한 이야기를 담는 공간입니다. 이 코너는 커피애호가를 위한 교육기관인 커피비평가협회(CCA)와 함께 합니다. <카페人>이 묻고 CCA가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타이틀명은 18세기 유럽의 커피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바흐의 성악곡, <커피 칸타타>에서 따왔습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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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꽃과 열매. by 커피비평가협회

커피를 드시다가 이런 생각해 보신 적 있을 것입니다. 커피는 언제부터 마신 걸까? 처음부터 커피를 향긋한 한 잔의 음료로 마신 걸까? 커피가 아프리카와 아라비아 반도에서 시작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데요. 그곳에 남아 있는 기록이 거의 없기 때문에 커피의 기원이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커피에 관한 최초의 기록은 925년경 페르시아에서 나옵니다. 라제스라는 의사가 쓴 의학서적인데요. “커피가 따뜻한 기운을 가지고 있으며 독하지만 위장에 유익하다”고 적혀 있습니다. 적어도 10세기 커피는 약으로 처방됐던 것입니다.

커피의 시작 기록, 기원 후 8~9세기

카페人그렇다면 1,100여 년 전부터 인류가 커피를 마셨다고 볼 수 있겠네요.

창조론을 따르면 커피나무도 마땅히 에덴동산에 있었겠지요. 하지만 기록만 따지면 그 즈음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커피의 고향은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이며, 이것이 예멘으로 전해져서야 인간의 손에 의해 재배되기 시작합니다. 아라비아 반도의 끝자락에 있는 예멘에서 커피가 아라비아 사막을 지나 메소포타미아를 거쳐 페르시아, 지금의 이란까지 전해지기에는 많은 시간이 흘렀을 테지요. 그래서 커피에 관한 논문에서는 커피의 시작을 통상 기원 후 8~9세기로 적습니다. 인류가 언제부터, 어디에서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는지를 밝히는 것은 힘든 작업이 아닐 수 없어요.

카페人커피를 마시는 방법은 어떤가요? 그것도 쉽지 않을 듯한데요.

커피를 마시는 방법은 습관, 문화에 대한 것이다 보니 기록이 더 없습니다만 구전을 통해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커피가 정신을 맑게 하고 집중시키는 각성효과와 몸에 활력을 주는 에너지 증진 효과 때문에 인류의 눈에 띄기 시작했던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커피를 흔히 콩이라고 부르잖아요. 혹시 커피는 식물의 어느 부위를 먹는지 아세요?

카페人열매 아닌가요. 체리처럼 생긴 빨간 열매. 그 안에 들어 있는 씨앗을 빼내서 볶아서 성분을 추출해 마시잖아요.

맞습니다. 생명을 키워내는 종자의 영양분을 섭취하는 것입니다. 커피를 마시기 위해 거쳐야 하는 이런 복잡한 과정을, 인류가 단숨에 깨우친 것은 아닙니다. 아주 먼 옛날 우리의 조상은 커피나무의 잎을 씹으면서 카페인의 각성효과와 항산화물질의 건강증진 효과를 발견했을 것입니다. 나뭇잎을 씹는다는 게 그리 어려운 도전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우스갯소리로 ‘사자 풀 뜯어먹는 소리하네’라는 말을 하잖아요. 그런데 육식동물인 사자가 가끔 풀을 뜯어 먹지 않으면 목숨이 위험합니다. 사자는 약효가 있는 풀을 섭취함으로써 체내에 있는 기생충을 없앱니다. 인류도 오랜 경험 속에서 약효가 있는 식물을 찾아냈고 그것을 섭취함으로써 건강을 지켜왔습니다.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커피나무의 잎을 씹으면 몸이 깨어나는 듯한 기분을 느꼈고 점차 이런 효능이 열매에 더 많이 들어 있다는 사실에 눈뜨게 되면서 커피열매 먹는 방법을 발전시켜 나갔을 것입니다.

카페人먹음직스런 붉은 열매를 놔두고 왜 잎을 먼저 먹었을까요?

많은 분들이 그 대목에 의문을 제기하는데요. 흔히 맛있는 과일이라고 하면 우리는 단맛과 산미가 감도는 달콤새콤한 과육을 먹는 것이잖아요. 그런데 커피열매는 과육이 거의 없습니다. 씨앗과 점액질, 두꺼운 껍질이 전부입니다. 열매를 입에 넣으면 씨앗의 겉면에 뭍은 점액질 때문에 달달하긴 하지만 자연에는 과육이 풍성하고 배를 부르게 하는 과일이 널려 있지요. 그래서 커피열매는 보기에는 체리처럼 탐스러워도 오랜 세월 방치된 상태에 있었습니다. 칼디라는 목동이 염소가 그 열매를 먹고 각성효과를 일으켜 활동이 왕성해지는 것을 보고 그제야 사람들이 힘을 얻고자 커피 열매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고 전해지기도 합니다.

카페人염소가 인간보다 먼저 커피열매의 위대함을 깨우친 거네요.

전설처럼 전해지는 이야기인데요. 이탈리아 언어학자인 안토니 파우스트 나이로니가 1671년에 쓴 《잠들지 않는 수도원》에 적혀 있는 커피의 기원설입니다. 이 염소를 키우던 목동의 이름이 칼디여서 ‘칼디의 전설’이라고도 전해지는데요. 아라비카 종의 시원지로 알려진 에티오피아 남서부에 있는 카파(Kaffa)에서 오로모족이 커피열매를 동물기름과 섞어 끓여 먹기 시작합니다. 지금도 이 부족은 이런 방식으로 커피 열매를 먹고 있는데요, 이를 시연하는 모습이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커피로 병을 고친 학자, 예몐에서 커피 대중화

카페人예멘에서 커피를 처음으로 경작하기 시작했다고 하셨는데요, 예멘사람들도 커피열매를 동물기름과 섞어서 끓여 마신 건가요?

에티오피아에서 홍해를 건너 아라비아 반도의 예멘에 커피가 전해진 것은 5세기경으로 전해집니다. 그때 예멘 사람들이 에티오피아 사람들을 노예로 부렸다는 말이 있는데요, 노예들이 커피를 예멘으로 가져가면서 퍼지기 시작한 것으로 관측됩니다.

예멘에서는 커피음용법과 관련해 또 다른 이야기가 있습니다. 홍해에 접한 에티오피아 북동부 하라(Harra)지방과 소말리아, 예멘은 고산지대가 펼쳐 있고 날씨가 매우 건조합니다. 이곳은 610년 이슬람교가 창시된 이후 지금까지 무슬림들이 주로 살고 있는데요. 이들은 오래 전부터 카트(khat) 식물의 잎을 마치 기호음식처럼 늘 씹고 다녔습니다. TV나 영화를 통해 보신 분들이 있겠는데요. 카트 잎을 얼마나 많이 씹는지 볼에 탁구공을 넣은 것처럼 불룩합니다. 이들은 카트에 들어 있는 카티논이라는 향정신성 물질을 즐기는 것입니다. 지금도 카트는 이 지역의 골칫거리입니다. 마약으로 지정돼 이를 먹는 것은 불법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처벌을 받습니다.

카페人매우 위험한 거네요. 그럼 어떻게 커피 열매가 예멘에 전해진 건가요.

13세기경 무슬림의 존경을 받던 게말레딘이라는 학자가 에티오피아에 갔다가 커피로 병을 고친 경험을 하고 예멘에 커피를 전파하는데요. 이 학자는 중독성이 있는 카트를 먹지 않고 커피열매나 잎을 달여 마셔도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면서 널리 퍼트렸습니다. 이에 커피가 대중화하면서 예멘에서는 아예 커피나무를 재배하게 된 것입니다. 말린 커피열매를 통째로 또는 잎을 물에 끓여 마시는 방법은 예멘 사람들이 처음 시도한 것으로 전해지는데요. 이런 방식의 음료를 ‘키실’이라고 합니다.

카페人그럼 13세기까지도 커피를 볶아 마신 게 아니군요. 그럼 언제부터 커피를 볶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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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즈베를 이용한 터키식 커피

16세기가 돼서야 커피를 볶아 마신 흔적이 발견됩니다. 시리아에서 커피를 볶는 도구가 나오고, 16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토기에서 같은 시기에 볶아진 커피원두가 발견됐습니다. 현재로서는 늦어도 16세기부터 커피열매의 씨앗만을 가려내 볶고 분쇄해서 물에 끓여 성분을 추출해 마신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 시기에 아라비아 반도와 지중해의 패권을 장악한 세력은 오스만 투르크였습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지금의 터키이지요. 당시 시리아는 오스만 투르크 제국에 속해 있었습니다. 그래서 터키사람들이 처음으로 커피를 볶아 마셨다고 이야기 합니다.

카페人터키 하니까 생각나는 게, ‘터키시’라는 커피음료가 있지 않나요?

‘터키사람들이 마시는 방식’이라는 뜻인데요. 커피의 역사에서 가장 오랫동안 인기를 끌고 지금까지도 사용되고 있는 추출법입니다. 이런 사연 때문에 이 방식으로 커피를 추출하는 법은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습니다. 정식 명칭은 추출에 사용되는 도구의 이름을 따서 ‘제즈베(cezve)’라고 합니다. 제즈베는 바닥 면적이 위보다 넓은 용기에 긴 손잡이가 달려 있는 모양을 하고 있는데요. 여기에 최대한 가늘게 간 커피가루를 넣고 물로 끓이면서 진하게 성분을 우려내 마시는 것입니다. 지금에야 커피를 맛으로 즐기지만, 당시 무슬림들은 약효 때문에 커피를 찾았기 때문에 성분을 최대한 진하게 내리려고 애를 썼던 것으로 보입니다.

무슬림들은 커피가 진할수록 졸음을 쫓아내고, 그럼으로써 밤새 기도할 수 있다면서 커피를 찾았습니다. 수피교도라고 불리는 일부 신비주의자들은 커피를 마시고 빙글빙글 도는 춤을 추면서 황홀경에 빠졌고, 그 상태에서 비로소 신을 만날 수 있다면서 커피를 종교적인 이유에서 소비했습니다. 금욕주의자들은 커피를 마시면 입맛이 떨어진다고 해서 커피를 애용하며 수행에 정진했습니다.

(다음에 계속)

글 | 커피비평가협회(www.ccacoff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