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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볶는 마을
[커피칸타타] 유럽 최초 커피수출국, 네덜란드

더치커피, 루왁커피의 유래

17세기에 들어서 유럽은 커피에 열광합니다. 이곳저곳에서 카페가 생겨나고 커피를 마시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지어 섭니다. 장사에 능한 네덜란드는 커피의 가치를 간파했습니다. 동인도회사를 통해 사실상 실론(스리랑카)과 인도네시아를 점령한 터라 그곳에 커피나무를 심어 한 몫 단단히 챙기려 했던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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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해양강국이었던 네덜란드 범선

뜻이 있으면 길이 열리는 법. 네덜란드는 유럽 국가들 중에서 처음으로 커피나무를 확보합니다. 예멘을 오가며 장사를 하던 포목상이 1616년 커피 묘목을 몰래 암스테르담으로 가져가 성공적으로 키워냈습니다. 당시 아라비아반도에서는 커피를 금보다 귀하게 여기는 나무를 빼내 간다는 것은 목숨을 걸어야 하는 위험한 일이었습니다. 

예멘에서 빼낸 커피 묘목, 인도네시아에 이식

카페人지중해에서 가까운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도 아니고 멀리 떨어진 네덜란드가 발 빠르게 대응했네요.

네덜란드 상인 대부분이 베니스 상인처럼 유대인이었습니다. 감각이 남다른 것이지요. 네덜란드는 영국보다 앞서 동인도회사를 만들어 동남아 향신료 시장을 개척했는데요. 그곳에서 커피를 키울 수 있다는 영감을 얻습니다. 예멘처럼 커피가 자랄 수 있는 열대-아열대 기후였거든요. 

네덜란드의 이런 전략은 정확하게 맞아 떨어집니다. 1711년 네덜란드는 인도네시아에서 생산한 커피를 유럽에 수출하게 됩니다. 때를 잘 맞추었지요. 그야말로 산지에서 한 톨 남김없이 톡톡 털어다가 팔아야 할 정도로 물량이 달렸습니다. 네덜란드는 유럽 국가로서는 최초로 커피 수출국이라는 기록을 갖고 있습니다. 그것이 비록 식민지를 통한 것이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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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만델링 커피의 주산지인 다나우 토바(Danau Toba) 호수 부근

그들은 인도네시아에서 커피를 키워 유럽에 내다팔면서 큰돈을 벌었습니다. 네덜란드가 커피를 키우고 파는 과정에서 몇 가지 일화가 있습니다. 루왁커피와 더치커피가 그것이지요. 

 

카페人더치커피의 더치가 네덜란드를 의미하지요?

더치커피를 직역하면 네덜란드의 커피입니다. 찬물로 커피의 성분을 추출해 위장이 약한 분들에게는 속쓰림을 유발할 수 있는 지방산의 추출이 적지요. 따라서 속이 편한 커피로 사랑받고 있는데요. 그런데 정작 네덜란드 사람들에게 더치커피를 이야기하면 모른다고 말합니다. 일본 사람들이 만든 용어이지요. 커피문화를 일본에 전한 것도 네덜란드입니다. 이런 인연에서 일본 사람들이 커피음료에 '더치'라는 단어를 넣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에서 탄생한 ‘더치커피’

카페人네덜란드에는 더치커피가 없다?

일본은 1700년경 서구에 문호를 부분적으로 개방하는데, 그 첫 상대가 바로 네덜란드였습니다. 나가사키에 있는 데지마섬을 네덜란드가 사용하면서 동인도회사 선박들이 커피를 실어 날랐지요. 이런 사연 때문에 붙인 이름일 뿐이지, 네덜란드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는 방식은 아닙니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왜 거기에 자기들 나라의 이름이 붙었는지 되레 궁금해 합니다. 1970년대 교토에서 처음 시도된 방식이라고 해서 ‘교토 방식 콜드브루’라고도 부릅니다.

카페人콜드브루(Cold Brew)는 더치커피와는 다른 것인가요.

콜드브루는 말 그대로 차가운 물로 커피 성분을 추출하는 방식을 아우르는 용어입니다. 그 안에 더치커피가 있다고 보면 됩니다. 그러니까 더치커피는 일본 사람들이 즐기는 콜드 브루 방식인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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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치커피 기구

찬물 추출, 과테말라가 원조

카페人찬물로 커피를 추출하는 것은 일본이 처음 만든 게 아닌가요?

찬물로 커피를 추출하는 것은 과테말라가 원조입니다. 미국 코넬대에서 화학을 전공한 토드 심슨(Todd Simpson)이 1962년 과테말라로 여행을 갔다가 배워왔습니다. 그는 항아리에 커피가루와 찬물을 섞어 밤새 진한 커피액을 만든 뒤 필요할 때 뜨거운 물에 섞어 간편하게 마시는 것을 보고, 미국으로 돌아와 자신의 이름을 붙여 ‘토디 방식의 콜드 브루 커피’를 시판합니다. 그리고 이것을 일본이 흉내 낸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데요. 이로부터 17년쯤이 지나 교토에서 일본식 더치커피가 출현하는 것이지요.

카페人둘 다 콜드 브루인데, 무엇이 다른 것인가요. 

토디 방식은 커피 가루를 물에 잠긴 상태로 두는 침지식이고요, 더치커피는 찬물을 한 방울 한 방울 커피가루에 떨어뜨려 통과시킴으로서 성분을 추출하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토디 방식이 맛이 더 진하고 강합니다. 더치는 상대적으로 부드러우며 거친 맛이 덜하다고 하지요.

카페人그럼 콜드브루는 이 두 가지 방식만 있는 것인가요.

아닙니다. 액체이산화탄소를 사용하는 법이 있습니다. 2~3년 전부터 대기업들도 더치커피를 만들어 대량 유통하고 있는데요. 한 방울씩 떨어뜨려서는 그 많은 물량을 맞출 순 없겠지요. 그래서 이산화탄소에 압력을 가해 액체성질을 부여한 뒤 단시간에, 거의 10분 만에 커피가 가지고 있는 모든 성분을 녹여내지요. 이런 방식은 ‘초임계 이산화탄소 추출법’이라고 불립니다.

카페人더치커피를 즐기는 분들이 많습니다. 찬물로 성분을 추출하는 것이 어떤 매력이 있는 것인가요.

우선 찬물로 커피성분을 우려내는 것이니 상대적으로 추출하는 과정에서 손실되는 향기의 양이 적습니다. 입 안으로 들어와 체온까지 올라갈 때  그제야 피어나는 향기들이 많다보니 보다 풍성함을 즐길 수 있지요.

다음으로 콜드브루 커피는 속이 편한 커피입니다. 위장이 약한 분들은 커피를 마시면 속이 쓰리다고 하시는데요. 뜨거운 물이나 압력을 가해 추출할 때 많이 나오는 지방성분과 지방산 때문입니다. 찬물로 성분을 추출하면 이들 성분이 잘 녹아나지 않기 때문에 한 잔에 담기는 지방산의 함량이 적지요. 신맛이 강하지 않아 신맛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분들도 콜드브루 커피를 드시기에 큰 불편이 없을 것입니다.

가짜가 판치는 ‘루왁커피’, 황당한 ‘아이보리커피’

카페人그럼 루왁커피를 이야기해보죠. 이 커피는 동물의 배설물로 만든 커피잖아요. 네덜란드와는 어떤 인연이 있나요?

루왁은 인도네시아에 서식하는 긴꼬리사향고양이인데요. 이 녀석은  카페인이 가득 찬 커피열매를 먹고도 끄떡없습니다. 자연에서 망고, 패션프루츠, 바나다 등 과일을 먹고 디저트로 커피를 열매를 즐겨 먹는데, 장에서 소화되면서 커피 씨앗에 이런저런 향미가 담긴다는 것이지요.

독특한 맛 때문에, 그리고 희소성 때문에 비싸게 팔리는데요. 네덜란드가 인도네시아 커피농장에서 한 톨 남김없이 커피를 가져가 팔다보니, 커피 맛을 알게 된 현지인들이 루왁의 배설물에서 커피씨앗을 찾아 먹게 됐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맛이 기가 막혔던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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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꼬리사향고양이 배설물에 섞여 있는 커피 생두

카페人요즘에는 인도네시아에서만 동물배설물 커피가 나오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돈이 된다고 하니 동물들이 혹사당하고 있습니다. 원숭이, 다람쥐, 박쥐, 새에게서도 커피배설물을 받아내 팔고 있고요. 태국과 인도에서는 코끼리에게 커피열매를 먹이고 한 번에 수십 kg씩 배설물을 받아내 팔고 있습니다. 그런데 더 기가 막힌 것은 대량 생산하는 코끼리 배설물 커피가 ‘아이보리커피’라고 해서 가장 비싸게 팔린다는 것이죠.

이유는 간단합니다. 코끼리가 비싸기 때문이랍니다. 자연의 순리에 따르지 않고 동물을 괴롭히며 만들어내는 커피가 몸에 좋을 리가 없습니다. 그리고 자연에서 채집하는 커피와 동물을 억지로 사육하면서 만들어내는 루왁커피를 맛으로 구별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가짜 루왁커피가 판을 치고 있지요. 진짜 자연산 루왁커피를 해외여행을 가서 가이드의 소개로 쉽게 만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지 마세요. 이보다 저렴하면서 맛있는 커피들은 많이 있습니다.

(다음호 계속)

글 | 커피비평가협회(www.ccacoff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