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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時) 갈피
[클로징 포엠]

딸꾹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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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꾹질

왜 한 번도 당신은 
당신의 몸을 살펴보지 못했는가

급성췌장암으로 누워있는 당신, 
깨어나기를 기다리는 동안
우리가 우리를 떠나지 않기를 바라는 동안

내 속 어딘가에 살아있는 숨들의 꿈틀거림이 
올라왔다, 나는 불현듯 딸꾹질을 했다

침묵이 계속 쌓여
봉분처럼 되기 전에 
어서 나오라고, 어서 걸어나오라고
나는 당신을 소망하면서
심장이 보채는 소리를 뱉어내고 있었다

중환자실의 복도 끝은 언제나 불이 꺼지지 않는다.
언젠가 딸꾹질이 다시 찾아오는 순간, 
내 몸 어딘가에 환하게 살아있는 당신의 기억도 
갑자기 다시 찾아오겠지, 

소나기가 끝나자
능소화 꽃잎이 
부의(賻儀)처럼 떨어지고 있다

시 | 오형석
신춘문예와 문예지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습니다. 공동시집으로 <백악이 기억하는 시간>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