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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일

무제

이상한 일

꼭꼭 묶어뒀던 신발끈이 왜 풀어질까
흔들리며 살지 말자고
신발끈 묶을 때마다 되새겼지만
세상엔 참 희한한 일도 많다
아지랑이가 땅을 흔들더니 이내 봄이 오고
바람은 떨리며 떨리며 흔들리듯 다가와
여름을 가라앉히는 짙은 그늘을 만들고
어느 저녁 상수리나무가 흔들리더니
열매를 떨구어 청설모의 먹이를 내려주고
첫 눈송이는 흔들리듯 빗금을 그으며
사람들의 마음을 떨리게 하지 않는가
흔들리는 것들 사이에 서 보니 조금은 알 것 같다
부드럽게 흔들리듯 다가가면
멀리만 있던 너는 뜨거운 우리가 되고
굳어있던 땅도 봄이 오는 길목이 된다
세상에 시달리다 풀어진 신발끈도
한번 더 부둥켜 안아달라고 보채고 있는 거겠지
신발 매듭을 부드럽게 다시 묶으며
반듯하기만 하면 된다고 알았던
딱딱했던 내 사랑도
떨리며 흔들리듯 다시 너에게 다가가야하리라
흔들린다는 건 흐트러진 균형을 세우는 일
세상엔 참 희한한 일도 많지 않은가

시 | 오형석
신춘문예와 문예지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습니다. 공동시집으로 <백악이 기억하는 시간>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