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 카페人  
시(時) 갈피
[클로징 포엠]

데미샘을 찾아서

img_2004_08_01.jpg

 

물방울들의 집터 한켠에
윗옷을 벗듯 마음 한 자락 걸어둔다
섬진강 발원지를 찾아가는 산길
칠부능선을 따라 흐르는 개울에 앉아
지금 발 담그고 앉은 나는
세상에서 가장 고요한 먼지가 아닌가
가만히 들여다보면 하늘은
우듬지 무너지는 소리 말갛게 받아들고
억새밭 고랑에서 낯선 풍경처럼 내려놓는다
먼지만도 못하게 살지 말자, 속삭이는 동안
아랫마을 귀 어두운 할머니도
밤이면 듣는다는 샘물소리가
한 사람씩만 다닐 수 있는 외진 길에
둥근 자갈을 품는다
강가에 살았어도 나는 물소리 한번 듣지 못했다
잔돌멩이로 기둥을 세워도
바람이 불어오면 곧 허물어지겠지만
갈림길에 쓰러져 있던 푯말을 다시 세워둔다 
뿌리가 가려운지 샘터에 다가갈수록
나무는 몸을 굽히고 있었다


*데미샘 : 전라북도 진안군 백운면에 있는 섬진강의 발원지이다. ‘데미는 봉우리라는 뜻으로 천상의 봉우리로 불린다.

시 | 오형석
신춘문예와 문예지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습니다. 공동시집으로 <백악이 기억하는 시간>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