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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의 서재
삶이라는 빙판의 두께

나도 개저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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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중에 ‘개저씨’라는 말이 회자되는 모양이다. 주로 젊은이들이 중년 남성을 나쁜 의미로 일컫는 표현이라는데 그리 아름답지 않은 뉘앙스로 들린다. 개저씨는 ‘개념 없는 아저씨’, 또는 ‘개와 아저씨’의 합성어로 여성이나 약자에게 소위 갑질을 해대는 중년 남성을 비하하는 말로 쓰인다고 한다. 일단 나이로는 나도 그 부류에 속하므로 누군가에게 뒤에서 개저씨라고 조롱받을 가능성이 큰 셈이다. 

이처럼 불편한 신조어가 유포되는 건 중년 남성들의 평소 생활 태도와 마음가짐에서 비롯된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 중장년층 남성은 대부분 가부장제 하의 뿌리 깊은 남성우월주의 사고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이전 세대와 군사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은 탓에 은연중 남성우월주의가 깊이 박혀 있고 그로 인해 권위주의적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게 주된 이유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 모욕적인 말은 단순한 조롱성 표현에 그치는 게 아니라 전체 중장년 남성을 혐오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들 수 있다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세대 간 반목과 위화감을 조성하여 대화와 교류의 폭을 감소시킬 것이다. 세대 간에 존중하고 화합해도 부족할 판에 정서적 틈새만 더 벌려 놓게 될 거라서 심히 걱정스럽다.

존경받아야 할아버지 세대가 젊은 세대에게 조롱받지 않으려면 당사자인 중장년 남성들의 진지한 성찰과 사고방식 전환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자기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타인을 먼저 배려하는 이타심을 발휘하고, 아랫사람에게 존댓말을 쓰고, 일방적 지시가 아닌 협조를 구하고, 남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남을 가르치려 들지 않는 등 자신을 제어하고 전체에 녹아들려는 자세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존경은 고사하고 멸시와 조롱의 대상은 되지 말아야 할 터인데 눈에 띄는 중장년 남성들의 행태에 비춰 보면 이러한 현상이 바로잡히지는 않을 것 같다. 내 주변만 둘러봐도 아직 마초 근성에 젖어 있는 사람을 허다하게 보기 때문이다. 우선 나부터 내 안의 권위주의적인 생각을 모두 떨쳐내고 공감 능력을 높이려는 노력을 기울이려 한다. 나 자신도 볼품없으면서 남을 얕잡아 본다는 건 얼마나 가소로운 일이겠는가?
 

- <카페의 서재> 제1권 《삶이라는 빙판의 두께》 중

 

삶이라는 빙판의 두께

책 소개 살펴보기

글 | 정충화
정충화 님은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식물해설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한눈에 척척 식물, 나무의 이름을 불러줍니다.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언제든 산과 들에서 만날 수 있는 식물들이 있어 든든합니다. 정년을 준비하며 썼던 글들을 모아 《삶이라는 빙판의 두께》를 출간했습니다.